자작글-024 424

영대 역에서 만나자

영대 역에서 만나자/호당/ 2024.5.22삶의 종점은 먹구름이 하늘과 지상을 가로질러우수만 고이는 곳이지만도시철도 2호선 종점은 영대의 피가 끓는 패기 찬 곳이다정오 무렵종점 명당에 자리 잡고 바라본다장례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사위가 될 처녀 총각이 양 떼처럼 우르르 몰려와서 개찰구를 지난다흐릿한 눈 넷지하에서 지상으로 얼굴 내밀자건너편 영대의 바다에서 흰 파도에 고래 떼가 밀러온다젊음의 파도는 패기 넘친다흐릿한 눈은 영대의 기를 받아초점 모을 수 있어 총총해진다

자작글-024 2024.05.23

불로동 화훼 단지에 들다

불로동 화훼단지에 들다/호당/ 2024.5.19꽃 속에 파묻혔으니 좋지봄바람에 펄럭이는 치마폭 따라 향기 날린다어느 가게를 들fms들 처녀들의 낯빛 향기윙크하는 얼굴들내가 찾는 꽃귀하고 고가란다매혹해 침 꿀꺽납작한 주머니엔 분수 分數만 가득해마음 접는다쿠페아가 대신 안겨주어 조금은 풀린다앳된 처녀들에 잠시 눈 시리도록 취했으니상쾌한 시간이다

자작글-024 2024.05.19

징검다리 돌이 쑥 뽑혀 다른 곳에 있을 때

징검다리 돌이 쑥 뽑혀 다른 곳에 있을 때 /호당/2024.5.18우주의 별자리는 자기들끼리 결속하는 듯 보인다가령 큰곰자리. 작은곰자리. 등 자리나 거리가 변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안다아버지는 팔 남매 돌다리를 만들고 우주에 새로운 별자리가 생겼다은하수를 건너는 별들의 편이를 주겠다는 것이다어느 날 은하수 대홍수를 대비한다고 하여 아버지를 따를 별 넷, 어머니를 따를 별 넷, 나누어 큰 틀에서 새로운 작은 별자리를 생성했다한 줄로 있다는 건 우주를 거역하는 일로 생각했기 때문노여움이 오기 전 대피하고 나는 어머니 따라나섰지만 아버지가 거리가 먼 것이 외롭게 느낀다흩어져 새로운 별자리를 형성했지만 아버지 별자리를 그리워했다다시 한데 어우르고 싶지만 아버지와 합치는 일은 불가능했다천둥 치고 비 내리면 우산..

자작글-024 2024.05.18

마음이 늙으면

마음이 늙으면/호당/ 2024.5.16화투장 뒤집고 고우 고우술병이 뒹굴고 마음이 뒤끓을 때야 핏기 섰을 때마음이 늙어 제맛 따라 흩어지자모임도 식은 밥처럼 풀 끼 없어 시시하다장작불 좋을 때야 마음도 끓어 화끈거렸지만잿불처럼 식어간다넷이 만나 입술만 들썩거릴 뿐 주워 담은 광주리는 겨우 몇 문장한 달 건너 만난들 온기 없는 악수겨우 4층 마음의 탑도 구심력을 잃어 이지러질까 한다삶의 종점이 가까워서 갖는 증상이 아닐는지

자작글-024 2024.05.18

겪기 힘든 변혁이 지속하면 면역이 된다

겪기 힘든 변혁이 지속하면 면역이 된다/호당/ 2024.5.17괄약근의 이완은 자신을 놀라게 한다긴장의 이로움도 이완의 해로움도견디면 면역이 될 수 있겠다불수의근의 이완이 부지 不知시간을망쳐 놓는다이완이 부지의 순간을 시곗바늘은 거꾸로 돌아간다역순은 순리가 아니다면역체계에 굳히지 않으면새로운 국면이 발현할 수 있겠다무의식적인 신체 반응이건 가장 저열한 면역체계다외출하기 주저한다

자작글-024 2024.05.18

우주 속의 한 점 부부란 인연으로 만나 또 해어진다

우주 속의 한 점 부부란 인연으로 만나 또 해어진다/호당/ 2024.5.16우주 속의 한 점 부부란 인연으로만나 또 해어진다하늘엔 무한한 별들의 개성이 있고지구엔 꽃 고기 모래 등 생물과 무생물이 본성의 개체화되어 있다인연은 하늘이건 지구이건 劫의 인연으로 만나는데 당신은 칠천 겁의 연으로 우주의 별들에서 부부가 된 것입니다우리의 연이 끊겨 이별은 별똥별에 실려 미끄러져 또 다른 별들의 세계 일원으로 흐를지 모릅니다울고불고하다어느 우주에서 만날는지 다만 바램이지요개성 個星의 속으로 본성 本星을 흘려들어소용돌이처럼 돌다 돌다가또 은하수로 흐르다가 당신을 만날지 꿈꾸다 깨다 합니다

자작글-024 2024.05.16

외진 골목길

외진 골목길/호당/ 2024.5.12내 집을 가자면 이 골목을거쳐야 한다거기 사람 사는 냄새를 맡는다이 골목을 지나는 중 따뜻한 정을 먹고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개들 반기는 꼬리도 즐긴다사람 사는 맛을 보고 나온다그러나 때로는 정전되고 점포는 문을 닫고 CCTV는 잠자고공포만 가득할 때 머리끝이 쭈뼛쭈뼛할 때가 있다칼 든 망나니 칼춤이 허깨비로 보인다골목길을 빠져나오면안도를 느낀다산 중턱 내 방의 불은 나를 기다린다고난의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

자작글-024 2024.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