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424

비상금

비상금 /호당/ 2024.5.11내자 몰래 비상금을 갖는 일은 내자를 속이는 일이다어디 친구 만나면 빈 마음으로 오가는 일은 밋밋해 차 한 잔 나눌 때가 있다 빈 지갑일 때의 난감함거짓말은 불신만 남기 때문에 비상금 따위는 두지 않으려하지만 위급하고 채면 면할 때가 있어비상금은 필요하다용돈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을 아내는 알고 있다내색하지 않는 남편이 대견하다낭비하지 않고 검소하게 산다는 것은서로의 믿음 때문일게다우연히 아내는 이불을 뒤지다가 지폐를 발견이건 틀림없이 남편의 비상금이다약속이 무너지는 느낌남편을 다그친다맑은 날 벼락이란다아차 아들 등록금 모으려 한푼 두푼이다돼지 저금통에 라면 떳떳할 것을우리는 비상금이 없다

자작글-024 2024.05.12

B5 복사용지

B5 복사 용지 /호당/ 2024.5.12대중교통 버스는그 부근에 하차해도 고맙다무거운 관절을 달래며 간다기남상사는 대형 문구점두 뭉치 무게만큼 짓눌려그 부하를 감당하고 관절을 다독여 준다하얀 백지는 내 마음을 그려낼 발판이다허투루 백지로 보낸 적 없다맘 한 구절이라도 담아 주면안도하는 백지어깨에 메자 짓누르며 당부한다부디 백지에 담아낼 마음들은 좋아다만 시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함부로 뭉쳐 비벼 거지발싸개만도 못한대접은 말라B5 복사지 한 장 한 장이 복사지를 거쳐야복사지 임무는 끝낸다내 어깨를 누른들 더 가벼워지고

자작글-024 2024.05.11

문양 들판 산장 여인

문양 들판 산장 여인/호당/ 2024.5.8코로나 이후 근 5년 만에 간다싱그러운 봄 여인이 푸른 치맛바람 날리며 반긴다아름다운 얼굴에 피워낸 미소고목에 핀 검버섯들이 채신머리없이 매혹당한다여심을 뿌리며 앞장서는데안 딸아 가면 돌 같은 인정머리 없지산장의 여인이 끓어 낸 매운탕특유의 향기에 혼미하다 깨어나니고목에 새잎 돋을 힘 불끈하다

자작글-024 2024.05.09

화훼단지에서

화훼단지에서/호당/ 2024.5.6화훼단지에 오면 내 눈만 즐거운 것이 아니다아름다운 처녀들의 얼굴에 묻은 향기폭 잠겨 힐링하고 싶은 마음이다예쁜 처녀 꽃의 진열대를흐릿한 돋보기가 치마 들추어향기 맡으려는 짓거리콧구멍 벌름벌름 쿰쿰그 중 내가 찾으려는 처녀는 있다고어버이날이 내일모fp꽃다발카네이션이 일제히 나와 정렬한다꽃이 꽃을 들고 방긋거린다겹꽃은 흔해 홑꽃 재래종은 귀한 것게발선인장너를 찾으러 발품 오달지게 팔았지나 여기 있지롱흥정은 쉽게 이루어 덥석 끌어안았다꽃 속의 힐링은 매혹하고 산뜻하다

자작글-024 2024.05.08

궂은 날

궂은 날 /호당/ 2024.5.5종일 빗방울인지 는개인지베란다 난간에 물방울 달고눈물방울인가날씨는 마음 약한 내겐 금방 표 티 난다한기 들어 문 꼭꼭 잠그고외출금지령 발효TV에서 유튜브를 보고 낯선 나라를 간접 체험하고아프리카인들의 열악한 삶이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느낀다궂은비 종일 내리는 하루가휴일인 오늘이 우울하다요일 따라 체감은 없지만날씨만은 느낌을 채색한다면달라질 것이다우울한 하루다

자작글-024 2024.05.06

만삭의 봄

만삭의 봄/호당/ 2024,5,4좀처럼 들리지 않은 고고 呱呱를 듣고 싶다오고 가고 하는 즐거운 밤*우로보로스는 자기 꼬리를 물고 고리를 만들었으니 윤회는 분명히 있다봄 여인은 반드시 윤회한다나는 미래의 시간으로 간절한 바램드디어 만삭의 봄 여인춘기 春氣도 만삭이다어떤 추임새가 알맞을지 찾는다과열하면 지나치다 나무랄라에어컨을 작동할 플러그는 콘센트를 바라본다만삭의 봄검 칙칙한 녹색 희열이 땀방울로 떨어진다윤회를 또 기다려야 한다*ouroboros: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수. 무한한 순환. 윤회를 상징

자작글-024 2024.05.04

거푸집

거푸집/호당/ 2024.5.4새로 태어난다는 것은 처음부터 굳고 견고하게 존재하지 않는다여기서 보호막은 필수다마음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진정하고 정착하도록 보호막은 붕대 감듯 한다망나니도 교화소에 들어가면마음의 틀이 새로 굳어 벽돌처럼 굳어 나온다인간은 살아가면서 숙성한다기온이 시간이 대기의 순환들충고가허튼 마음은 점점 맑아 굳어진다거푸집은 형태를 굳힌다

자작글-024 2024.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