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287

밥 짓는 몇 가지 방식-생산-

밥 짓는 몇 가지 방식 -생산- /호당/2024.1.7 내 밥솥은 거의 자정을 넘어 뚜껑을 연다 열어놓고 보면 공허한 허방같다 검은 쌀은 소화만 잘하면 괜찮은 시심의 밥상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남들은 이맘때쯤 단꿈에 젖은 시가 줄줄이 흘러나올 텐데 청솔가지 불에 눈물 콧물 흘려 생성한 시 한 편 누가 읽어도 상상이나 감이 잡히지 않은 불량품이 분명하다 삐걱거리는 관절음 들으며 도달해 봐야 맨 꼴찌 아무도 관절음에 부가한 가점은 없다 검은 쌀밥을 급히 먹은 탓인지 배는 부글부글 트림만 나고 소화제가 필요하다 검은 쌀밥을 청탁받거나 누구에게 진상할 곳 없는 낙제점 밥상을 대량 생성하고 혼자 박수치는 아린 심정

자작글-024 2024.01.08

Z세대들

z세대들 /호당/ 2024.1.7 짝 찾는 일은 생물의 본성 z세대의 짝 찾기는 국내가 한정인 불문율을 깨고 세계로 펼친다 처음 만난 외국 z세대 처녀들 한국 총각에 자석처럼 끌려온다 유튜브 애독자끼리 연이 닿아 한 겨울 홋카이도에서 러시아 레네 강변 기간스크에서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만나 초면이 금방 구면인 듯 돌진한다 z세대들 꽃가루를 중국 황사처럼 날아와 한국에 씨앗 뿌리려 한다 한국의 위상 세계를 조망한다

자작글-024 2024.01.07

치욕의 세계

치욕의 세계 /호당/ 2024.1.6 누구든 앞에 서면 당당하고 우쭐했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격투면 격투 내 모습은 거만이란 깃발이 펄럭거려 만발한 숫기는 하늘 찌른다 애인은 물론 처녀들 나를 보면 가까이하고 싶어 애달아 불나방이 된다 향기 찾아 모여드는 벌 나비 같다 하필이면 그날 그들 앞에서 악당 패거리를 만나 시비를 걸어온다 좋다 이 기회 용맹을 보여 줄 호기로 생각한다 비호처럼 펄쩍 날아 앞발 차기 한방 일당 한 놈 한 수 더 떠서 삼단 옆차기로 그만 고꾸라졌다 이를 지켜본 앳된 눈동자들 애게게 어찌나 코피는 줄줄 흘리고 악당은 한 방 더 날렸다 애인은 코피를 닦는다 이 치욕을 보이다니 내 코는 납작했다

자작글-024 2024.01.07

향수의 세계

향수 鄕愁의 세계/호당/ 2024.1.6 내 머릿속에 사그라지지 않은 불의 씨 알갱이는 살아있다 차라리 향수라는 사치 하나 없더라면 내 뇌는 한쪽 어디 구더기가 슬고 있을 거야 고달프거나 아프거나 할 때 만사가 아픔에 귀결되어 내자를 들볶았을 것이다 온전한 몸통 피돌기는 활발하고 맥박이 초침처럼 쉬지 않으면 향수라는 사치 하나 나를 쑤신다 동구 느티나무야 서낭당이야 일가친척 가옥들 산천이 일제히 몰려 와 뇌리를 쑤신다 변장한 산천 들판에 봄은 오가고 향수병이 장작불처럼 활활 타다가 사그라진 잿불 속의 향수 불의 씨앗은 꺼지지 않는다

자작글-024 2024.01.07

병원에서-자존심-

병원에서-자존심- /호당/ 2024.1.4 병을 위로해 주고 싶어 의사 앞에 앉는다 직업정신에 벤 의사는 포근한 봄날처럼 진료한다 간호조무사인지 돌팔인지 억센 남자의 말 억센 손에 도살장에 들어간 소가 되어 인격도 자존심도 사라졌다 늙어 병은 하나씩 덧붙이거나 덜어내거나 친구처럼 같이 살다 끝장낸다 더 살고자 욕심 하나 부리다 처음 겪는 이 자존심 하나 도살장에 끌려갔다 나온 병 살다 살다 개똥 밟아 미끄러진 듯 튀튀하고 씻어버리고 치욕을 삼킨다

자작글-024 2024.01.05

고시텔

고시텔/호당/ 2024,1,2 어디든지 발 붙을 곳 찾는다 돈이 덜 든 곳 나이는 점점 늘어난다 마음이 급해 한시라도 일찍 직장을 얻어야 한다 제 손으로 자족하면 좋겠으나 취업 예비생은 탯줄에 매달려 성공만 노린다 제비는 마음만 잡으면 석벽에도 집을 짓고 보금자리를 튼다 나는 그런 의지는 약할지라도 한 푼이라도 아끼는 기질은 있다 겨우 발 뻗고 누울 수 있는 한 평 남짓한 방 하나 공동 취사장 공동 화장실 공동 샤워장 아침이면 선점하려 경쟁이다 인생은 경쟁이잖아 이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려 온 것도 경쟁이야 여기 적응 못할 이유 없다 단 하나 미증유의 행운이 별처럼 반짝일 것을 기대한다 고시텔 족속들 하루빨리 날개 달아 날고 싶다

자작글-024 2024.01.02

맛-곤들레 밥상-

맛-곤들레 밥상- 호당/ 2024.1.1 맛 중에 입맛이 즐거운 것은 행복이다 맏이가 새해를 맞는다하여 점심을 약속한다 딸들 앞에 언제나 가면이 벗겨진다 짐이 안 되겠다는 속과 겉 팔공산 산중 곤들레 식당 그 골목엔 같은 메뉴가 있건만 여긴 차례를 기다린다 드디어 테이블에 앉았다 차례로 나오는 메뉴 입이 호사한다 입은 다르지만 맛은 똑 같이 느끼는가 봐 그래서 바글바글 맏이의 효심을 듬뿍 채운 점심 행복이 가슴 가득하다 음식맛 보다 맏이의 맛을 진하게 느낀다 맛의 향기로 출발한 새해 한해가 맛깔스럽도록 살아야지

자작글-024 2024.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