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424

상투어-클리셰-cliche

상투어-(클리셰)-cliche /호당 2024,2,18 밥 먹고 똥싸고 잠자고 오늘도 내일도 삶이 클리셰처럼 현현한다 이건 강 하구의 담수 淡水 같다 가끔 안부를 물으면 그럭저럭 지낸다는 말 애매모호한 은유처럼 들린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황금 물결치는 들판 이런 상투어가 활력이 넘쳐 생동했으면 좋겠다 들판을 뛰는 망아지가 저녁노을에 젖어 뒷걸음질하는 페리디 parody를 연출하고 나는 껄껄거린다

자작글-024 2024.02.18

주목 朱木

주목 朱木/호당/ 2024.2.18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버티는 주목이 고사목 경지에서 만난다 반송처럼 사랑받을 때가 어제 같은데 노송과 고사목의 이분법으로 갈라지는 또래 찾아 앉았다 역시 맞아 주는 늙은 주목의 향기는 치마폭이 휘감길 때 콧구멍 벌름벌름 약차 한 잔 앞에 늙은 혓바닥소리가 정다워진다 내 향기보다 바깥 향기 마셔 천년을 버티려 한다 눈알이 반들반들 귀청이 청청 입맛이 쩍쩍 이만하면 버티고말고

자작글-024 2024.02.18

에누리

i 에누리/호당/ 2024.2.17 노점상은 헌 상자를 조각내어 값을 써놓는다 정찰 표다 더는 에누리 수작은 쩨쩨한 사람 서문시장 가방가게는 각종 가방이 북어 덕장같다 스마트폰이랑 자질구레한 것 넣자는 생각 얼굴 흘끔 보고 생각보다 높게 호가한다 에누리는 반을 꺾어 후리쳤다 펄쩍 뛴다 그럼 5,000원을 에누리 반색한다 현찰로 마무리하니 환한 낯빛 필요가 충족하면 내 에누리는 적정한 선이다

자작글-024 2024.02.17

셰이커 족속이 될 때

셰이커 shaker 족속이 될 때/호당/ 2024.2.16 남자가 숫기를 뿜어 펼칠 때가 가장 아름답다 웬걸 낯선 공간에서 셰이커 족속이 되는 날 숫기는 오그라져 졸장부가 된다 도장에서 첫술에 취하나 한 병 두 병 열병 스무 병 소주병을 비울 때야 숫기는 불쑥 돋아난다 하늘엔 별이 총총 흐르고 냇물에 고기떼처럼 셰이커 족속이 되면 울컥 솟는 용기는 불끈 치솟는 아침 햇살이 짙은 운무를 꿰뚫는 서광을 뿜는다 겉핥기가 아닌 마음마저 꿰는 음률에 처음 맞닥뜨린 전선에서 스파크는 번쩍번쩍 함께한 별이 뱅글뱅글 돌지라도 길흉사에 명함 하나 올릴 수 없는 셰이커 족속들

자작글-024 2024.02.16

헨들을 놓다

헨들을 놓다/호당/ 2024.2.10 근 30여 년을 운전한 나 그간 행복했다 고요한 바다만 운행할 수만 있겠나 폭풍과 큰 파고는 시련으로 생각한다 늦게까지 헨들 잡은 나 내자와의 호사다 마음먹은 데로 함께 가는 곳마다 꽃을 피워 향기를 즐겼다 불쑥 운전 그만하시라고 퉁명스러운 음파가 귀청을 친다 몇 분 후 키이 주세요 남의 차 몰고 사고치고 거들먹거렸는데 갑자기 뒤통수 맞은 듯 설날 떡국 그릇 깨어진 듯 어이없어 묵묵부답 반환했다 내 몸 어는 부분 잃은 기분에 행복 하나 떠났다 올해 말로 면허 시한 나도 생각 중인데 잘 부리고 섭섭한 뒤쪽이 캄캄하다

자작글-024 2024.02.13

은목서 銀木屖

은목서 銀木屖 /호당/2024.2.12 겨울 이웃들 덜덜 떨어 나도 마음 시려 이파리 가장자리 톱날처럼 쭈뼛쭈뼛하다 이 떨림 함께 참고 이겨나가자 가을이면 조금 위로할 나의 향 떨칠 게다 은목서의 마음 헤아린 햇볕 따뜻한 지문 꾹꾹 박아준다 은은한 향 뿌려 기쁨 주리다 그런 힘 기르려 이 겨울에도 눈알 굴려 반들반들 총총 기를 모아 마음 닦는 중이다

자작글-024 2024.02.12

스마트폰 교체

스마트폰 교체 /호당/ 2024.2.10 늙은 욕망을 가슴 속에 묻어 두면 나만의 울림으로 끝날 것을 표출한 파장을 감당하느라 속 끓인다 마음 접는다 내자 앞에 결심하고 설날 맞아 파장은 절벽을 폭파했다 손자들이 둘러앉아 내 폰과 신 폰을 조작한다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조작은 끝났다 침 삼킬 밥상 차려놓았는데 숟가락 거두어 밥상 물리면 내 민낯은 어떻게 처신할지 파장은 내가 감당하자 익숙해지려 새 반찬에 가락질 톡톡 새 길이 반들반들하게

자작글-024 2024.02.12

비 /호당/ 2024.2.9 갑작스레 생성한 것도 아니다 지상에서 우주로 향한 꿈이 현실로 뭉친다 그 꿈은 가장 투명해 거짓 없지 선 善의 이미지가 결정체로 현현 顯現한 것 지상에 내리자마자 몸은 부서지고 흙에 스며들거나 흐른다 부딪혀 지상이 견고함을 느낀다 한편 지상에 선을 심거나 때로는 휩쓸어 경종 警鍾이 가혹해 원망한다 생과 사에 직결되는 과하면 공포 없어서는 안 될 물의 정체

자작글-024 2024.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