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변동 온천탕에서 서변동 온천탕에서/호당/ 2024.2.8 훌훌 벗어 알몸으로 풍덩 씻어 내야 한다 우선 몸의 때를 빡빡 다음 마음의 때는 하얀 여인의 뽀글뽀글 끓어오르는 마음속으로 잠기는 것이다 포란에 쌓여 명상한다 용서하고. 받고. 마음을 씻는다 높은 데서 온몸 마사지에 마음 비워낸다 사흘이 지나면 살갗의 때보다 마음의 때가 더 진하게 붙는다 진짜 목욕은 마음의 때를 씻어야 한다 자작글-024 2024.02.09
폐업 광고 폐업 광고 /호당/ 2024.2.8 폐업이란 광고는 가게를 칭칭 감아 가려 놓았다 떨이에 길들인 이 헐값에 좋아하는 이 이런 속물들이 모여든다 폐업 겉에서 보고 동정심 안타까움 안에 들어가서는 속아 이걸 위장술이라 하나 상술이라 하나 얕은 미끼 덥석 물고 들어가 보면 번듯한 상품 (안경)이 고하의 명찰 달고 태연한 듯 잠자고 속은 이 공짜 버릇에 일침 맞아 옹골진 값 치르고 후회한다 자작글-024 2024.02.08
세종학당으로 가는 길 세종학당으로 가는 길/호당/ 2024.2.7 모든 길은 열려있다 이정표의 눈빛 밝다 혹여나 잘못 들릴까 봐 24 자모음 달아 딸랑딸랑 소리로 안내 소리 들리지 않나 들으려 하지 않나 듣고도 읽지 못한다니 모든 문은 닫아놓고 딱 하나 문 열려 있다 고기떼 한문으로 꼬리 쳐 나가게 세종학당 가는 지름길을 뒤척뒤척 머뭇머뭇하는가 자작글-024 2024.02.07
즐기자 즐기자/호당/ 2024.2.7 남은 인생 즐기자는 생각 오만일지 스마트폰 한참보다 더 지난 모델을 바꾸려는 맘이 사치가 아닐까 AI 기능이 유행인 걸 유행 따라잡으라면 머리가 깨진다 새것을 탐내 바꾸자는 맘은 검은 욕심 남은 삶을 가늠해 보라 즐기자 탐낸다 연륜 삼각관계에서 갈등이 칭칭 감겨 파닥거린다 자작글-024 2024.02.07
외나무다리 외나무다리 /호당/ 2024.2.6 광대가 외줄 타듯 태연한 무섬마을 잇는 외나무다리 흐르는 강물 휘어 흐르듯 무섬마을 사람 휘어드는 재주 여울물 황새 외발로 고기 잡는 재주보다 날쌔다 외진 사람 이 다리 위서 아찔아찔 비툴비툴 꽃가마 탄 새색시는 찔끔찔끔 가마꾼 태연하게 춤사위 출렁출렁 의관 갖춘 어르신 한 분 무섬마을로 어험 그 위세 한 마디 외나무다리 꼼짝달싹 빳빳이 서서 나으리 납신다 정신 차려라 자작글-024 2024.02.06
국지성 局地性 국지성 局地性/호당/ 2024.2.3 어는 한 부분에서 용솟음치는 진동이 일어난다 일본 지진이 먼바다를 건너보면 국지성에 한한다 내 이빨이 오래되어 앞니가 흔들린다 말썽부려 항상 거슬림을 당한다 남이 바라보면 국지성의 한 획이다 앞니는 결국 빠지고 말았지만 그 자리를 채워주기를 바라는 혓바닥이다 혀를 이리저리 훑어나가면 그 자리는 국지성 호우가 내려 웅덩이나 허방 하나다 몸 한 부분의 아픔 국지성에 부친들 진폭은 온몸이 상처 입는다 일본 지진은 국지성에 그치지만 여진은 계속되어 전체가 아픔을 당한다 동해안은 여운이 밀려올까 봐 조심한다 자작글-024 2024.02.03
탄생과 사망 탄생과 사망/호당/ 2024.2.2 악천후에 난산처럼 탄생한 시 그것도 밤중 모든 이가 잠든 시간에 초산이 보통 난산이 많은 것은 나와 같은 어중이떠중이가 생산한 시들이다 가당찮은 비유의 포대기를 깔아 놓은들 포근하게 잠들 아기는 있을까 아들을 바라는 연년생 딸 딸 딸로 마감해야 하는 이 바라는 시 탄생하지 않는다 아들이 우선이고 딸은 열외라는 고정관념 그 머리에서 상상하거나 은유하거나 비유한들 의미 있는 시가 탄생하겠는가 이렇게 탄생한 시는 죽은 시다 청탁도 없고 박수도 없는 시는 자기만족에 그친다 딸 딸 딸로 마감한들 아들 아들 아들을 소망하는 생각의 전환이 없는 자의 탄생과 사망은 대수로이 여기지 않는 우둔한 자의 몫이다 자작글-024 2024.02.02
장마 장마/호당/ 2024.2.1손톱 들어가지 않은 것들이긴 장마에 그만 흐물흐물긴 장마에 이완이 고무줄 같아어느 편이 좋다 나쁘다 단정할 수 없지가물 끝은 있고 장마 끝은 없다는말은 무효다내 아바타 avatar는 가상공간을 누비잖아장마에 내 시어랑 문장이유실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소리 없는 손뼉에 상상의새가 파닥거린다 자작글-024 2024.02.01
붉은 사과 붉은 사과/호당/ 2024.2.1 한겨울 난전에서 앳된 처녀가 발발 떤다 홍조 띤 낯바닥이 매력이다 올해 들어 앳된 처녀의 품격이 너무 치솟아 서민은 눈요기에 함부로 쳐다보기에 난감하다 한 대 있던 집 안에 있던 볼기 살짝 깨물면 금방 달고 시원한 즙을 흘린다 계절에 상관없이 앳된 처녀는 높은 반열에 올린다 와락 끌어안아 사각사각 깨물어 먹고 싶다 자작글-024 2024.01.31
까마귀 까마귀/호당/ 2024.1.31 까악 까악 귀신을 부른다는 짖음 곁에 있어 추한 여인 보듯 고개 돌린다 검은 보 쓰고 얼굴 가린 여인 정체는 뭐야 으스스 소름 돋는다 획 부는 바람에 벗겨버렸다 백옥같은 얼굴 보라 백장미 한 떨기 활짝 겉 검다 하여 모두 검다 생각 말라 앞지르면 낭패를 불러온다 마음 한편 돌리면 시야가 달라진다 자작글-024 202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