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424

도서관 가는 길의 풍경들

도서관 가는 길의 풍경들/호당/ 2024.1.10 모진 한파는 겨울 얼굴이다 싸늘한 칼날로 위협하려 든다 맞서려 하지 말라 타협하는 마음으로 두르고 덧씌우고 온몸을 감는다 만나는 사람마다 겨울에 순응하려 덧씌워 구부정한 몸짓으로 눈은 아래로 깔린다 한 해 살이 식물은 겨울이 종점임을 알아 말라버렸다 낙엽수로 이룬 산을 보라 겨울을 맞아 그제야 극명하게 들어낸 자기정체를 고백한다 대동교 틈 사이 산 것들 말라 쓰러지고 모진 태질에 목숨 이은 잔디는 말라버리고 겨우 심장만 동면 중 아픈 사람 보이지 않은 요양원은 언제나 적적하다 할로겐 등만 졸고 이래도 정부 보조금을 받아들일까 남의 일에 신경 쓰다 콧잔등이 언다 도서관 가는 길의 풍경이 모두 웅크린 모습은 천태만상이다

자작글-024 2024.01.10

마스크를 쓴 사람

마스크를 쓴 사람/호당/ 2024.1.10 마스크는 하나의 액세서리 accessory가 되었다 안면에 대한 액세서리 공포는 차단 된 줄 알고 태연한 척한다 실은 나의 분장 하나 덜어 마스크를 쓰면 불안이 내 코앞까지 왔다가 돌아가는 것 같다 끊임없이 내 심폐에서 불안을 뱉어내어 마스크를 통해 배출한다 내 몸 하나 보호하려는 성곽 하나 쌓아놓고 침입하는 병정(병균)을 향해 자물쇠를 철거덕 잠근다 안으로 불안하고 밖으로 태연한 듯한 마스크 쓴 사람

자작글-024 2024.01.10

내 몸은 무너지고 있다-빈집-

내 몸은 무너지고 있다/호당/ 2024.1.10처음 수양 삼아 골짜기로 막장까지 들어갔다공기 좋고 물 좋고 신비의 세월이 흐른다세상은 점점 밝아 이 골짜기까지 밤을 밝혀주어 촛불이나 호롱불은 전설이 되거나 유모가 되었다밤은 사랑을 쌓고 낮은 사랑을 심는다자연은 변한다.내 몸 한구석부터 쑤시고 찌그러지고 뒷산은등 떠밀어 도시로 나가 진단받으란다듣는 것은 새소리물소리바람 소리왁자지껄 소리 듣고 싶다실음 실음 앓는 도시병이웃집도 옆집도 같은 병에 시달려 못 버텨훌쩍 떠나버렸다영혼이 떠난 몸통하나둘 무너지고 찌그러진다개미 떼거리처럼 잡초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덮는다영혼 없는 빈집은 쓰러져간다이제 골짜기 빈집은 불 꺼지고 산 짐승의 영역은무성하기만 한다

자작글-024 2024.01.10

불면 -이미지 재현-

불면 不眠ㅡ이미지 재현- /호당/2024.1.9 밤을 지키는 가로등도 깜박깜박 졸 때가 있다 캄캄한 암실에서 새로운 풍경이 떠오른다 눈감은 맹인이나 눈뜬 당달봉사나 백내장 눈망울들 한결같이 무성영화는 재현하고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말굽 소리로 들려오면 분명 불면증을 앓는 중이다 가로등도 졸고 있는데 늙은 눈망울은 졸 줄 몰라 긴긴 겨울밤을 하얀 낙서로 새운다

자작글-024 2024.01.09

블루 blue 클럽

블루 blue 클럽 /호당/ 2024.1.8 내 거주하는 단지 내 블루클럽이있다 소매 끝에 두고 멀리까지 가서 벌목하다니 여기 새파란 푸른 깃발 펄럭거려 가입하면 금방 새아가씨 매력에 산뜻해진다 민둥산도 두어 달 넘으면 밀림 위 하얀 눈으로 덮여 시야가 하얗게 보인다 클럽을 관장하는 아가씨 앞에 앉으면 미세한 파동 감미로운 음색으로 벌목과 간벌이 끝나면 푸른 기운 실린 통풍으로 마음마저 치솟아 비 온 뒤 죽순처럼 뻗는다

자작글-024 2024.01.09

깜짝 놀라다

깜짝 놀라다/호당/ 2024.1.8 AI 인공지능 시대에 무임승차하고 호사하다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눈 뜨고 있더라도 감쪽같이 눈 빼가는 보이스피싱들의 수법 문자메시지 앱을 열자 통신비 19,000원 현금 감사합니다 아! 이건 피싱이다 자동이체인데 허겁지겁 대리점에 갔다 스마트폰 교체했다가 원상으로 되돌린 적이 있다 갖은 설명을 들었으나 외래어(영어)로 들린다 대충 더듬으면 손해 볼일 없는 일이다 당했다 느낄 때 깜짝 놀라 가슴 펄떡펄떡 해일이 지나가 평온 파랑이면 콧구멍 벌름벌름한다

자작글-024 2024.01.08

펀파성-모판-

편파성-모판- /호당/ 2024.1.7 파릇한 눈빛으로 빼곡히 선 모판에서 삶의 경쟁은 일어난다 누가 우뚝하나 누가 도태하나 같이 자라는데 같이 양식을 얻는데 너의 눈은 유난히 굵고 빛나는가 선망하는 눈빛이 있고 끌어내려 주저앉히고 싶은 눈도 있다 주인의 눈에 띄고 싶다 한층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다 고욤 딸 같으면 독차지하고말고 주인은 골고루 사랑을 준다고 하지만 유독 눈에 들어온 아가씨는 너무 귀여워 한 번 더 쳐다본다 모판의 푸른 눈동자들 일제히 괴성에 소란을 피운다 골고루 치우치지 말아요 편파성이 낳은 일회성 사랑에는 항상 불공정이란 주관적 명사가 따른다

자작글-024 2024.01.08

밥 짓는 몇 가지 방식-생산-

밥 짓는 몇 가지 방식 -생산- /호당/2024.1.7 내 밥솥은 거의 자정을 넘어 뚜껑을 연다 열어놓고 보면 공허한 허방같다 검은 쌀은 소화만 잘하면 괜찮은 시심의 밥상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남들은 이맘때쯤 단꿈에 젖은 시가 줄줄이 흘러나올 텐데 청솔가지 불에 눈물 콧물 흘려 생성한 시 한 편 누가 읽어도 상상이나 감이 잡히지 않은 불량품이 분명하다 삐걱거리는 관절음 들으며 도달해 봐야 맨 꼴찌 아무도 관절음에 부가한 가점은 없다 검은 쌀밥을 급히 먹은 탓인지 배는 부글부글 트림만 나고 소화제가 필요하다 검은 쌀밥을 청탁받거나 누구에게 진상할 곳 없는 낙제점 밥상을 대량 생성하고 혼자 박수치는 아린 심정

자작글-024 2024.01.08

Z세대들

z세대들 /호당/ 2024.1.7 짝 찾는 일은 생물의 본성 z세대의 짝 찾기는 국내가 한정인 불문율을 깨고 세계로 펼친다 처음 만난 외국 z세대 처녀들 한국 총각에 자석처럼 끌려온다 유튜브 애독자끼리 연이 닿아 한 겨울 홋카이도에서 러시아 레네 강변 기간스크에서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만나 초면이 금방 구면인 듯 돌진한다 z세대들 꽃가루를 중국 황사처럼 날아와 한국에 씨앗 뿌리려 한다 한국의 위상 세계를 조망한다

자작글-024 2024.01.07

치욕의 세계

치욕의 세계 /호당/ 2024.1.6 누구든 앞에 서면 당당하고 우쭐했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격투면 격투 내 모습은 거만이란 깃발이 펄럭거려 만발한 숫기는 하늘 찌른다 애인은 물론 처녀들 나를 보면 가까이하고 싶어 애달아 불나방이 된다 향기 찾아 모여드는 벌 나비 같다 하필이면 그날 그들 앞에서 악당 패거리를 만나 시비를 걸어온다 좋다 이 기회 용맹을 보여 줄 호기로 생각한다 비호처럼 펄쩍 날아 앞발 차기 한방 일당 한 놈 한 수 더 떠서 삼단 옆차기로 그만 고꾸라졌다 이를 지켜본 앳된 눈동자들 애게게 어찌나 코피는 줄줄 흘리고 악당은 한 방 더 날렸다 애인은 코피를 닦는다 이 치욕을 보이다니 내 코는 납작했다

자작글-024 2024.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