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걷다/호당. 2021.4.7
한 번쯤 사막을 걷는 것도
체험이란 낯부끄러운
명제를 붙인다
여기 낙타는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맴 몸으로 친구와는 완전 초벌이다
찬란한 붉은 빛에 감긴 붉은 꽃
요염한 자태는 홀리기 마련
내 욕망만큼 지급한 사간은
소유물이 된다
사막을 걸은들 내 발자국은
남지 않는다
된장 그릇 한 숟갈 뜬들
죽 떠먹은 자리
바람이 흔적을 쓸고 가버린다
맨발로
가능한 홀가분한 차림으로
사막 둔덕을 넘나들 때는
홀라당 벗으면
정상에서 데굴데굴 구르기 좋고
사막의 계곡엔 오아시스가 있어
마음껏 풍덩거려도 좋다
맨발을 쓰다듬는다
손톱 발톱을 핥는다
그만 몽롱한 동안
사막바람이 휩쓸어
새 모래더미 생기고
흔적 없이 지워졌다
그제야 정신 차리니
사막 계곡을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치사스러운 체험 흔적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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