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방 한 점 나의 변 호 당 2011.12.16 내가 나의 진실을 숨기고 항상 구멍 한 곳이 뚫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동쪽으로 열린 문학 창구를 드나들지 않았다는 것 설령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번듯한 시어 한 잎 끌어안지 못하면 드나드나 마나 하지 이를 두고 번듯한 날갯죽지 갖고 있으면 됐지 날.. 자작글-011 2011.12.16
시들지 않은 어린싹 시들지 않은 어린싹 호 당 2011012.15 그리움의 샘이 마르지 않았다 종심에 다다른 길섶은 언제나 싱싱한 풀과 꽃이 있어 혼자 달리는 길에서 향기 취해 파란 가을 하늘에 너의 얼굴 그려본다 나는 나의 밑바닥에 연분홍 꽃 한 포기를 감출 수 없다 자작글-011 2011.12.15
괴로움 괴로움 호 당 2011.12.15 돌 틈에 끼여 얼굴 내미는 어린 풀잎같이 돌에 깔려 떠밀고 싹 틔우려는 씨앗같이 밝은 바깥에 얼굴 내밀고 싶다 맑은 말 가득 담아 퍼주고 싶어도 깊은 우물 밑바닥에 까려 있어 두레박 내려도 고이는 것 없어 누구나 맞는 불 끄는 시간을 야행성 짐승 너구.. 자작글-011 2011.12.15
수궁에 들다 수궁에 들다 호 당 2011.12.14 한동안 파인 허방을 메우려 수궁에 들어선다 누구나 같은 의식을 치려야 한다 옷을 벗는다 외피로 가린 나의 가면을 같은 성별 같은 씨족 앞에서 당당하게 벗어 던진다 근심했던 시간만큼 부푼 무개는 부리고 알몸인 나의 무게만 알리고 통과의 증표 타.. 자작글-011 2011.12.14
소녀들 소녀들 호 당 2011.12.13 꽃다운 꽃들이 잔설 거쳐 온 차디찬 시간을 활짝 들어내 보이려 한다 착 들러붙은 바짓가랑이가 미끈한 꽃대 지켜 새우고 휴대폰으로 말 알갱이를 막 쏟아놓고 깔깔거린다 차디찬 시간 속에서 꽃향기를 뿌려 놓으며 거리를 활보한다 활짝 드러내 보이려는 .. 자작글-011 2011.12.13
허망된 욕심을 버릴 때 허망 된 욕심을 버릴 때 호 당 2011.12.13 자신을 속이고 있는가 허망 된 망상(꿈) 한 가닥 가슴에 안고 먹구름 끌어안은 듯 캄캄한 동굴을 헤매는가 허공에 뜬구름 한 점 잡으려는 것은 내가 그리는 알갱이가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창밖은 맑고 알찬 문장이 앞질러 선반에서 찬.. 자작글-011 2011.12.13
텃새 텃새 호 당 2011.12.10 텃새이면서 텃새 피울 줄 모르는 숙맥 언제부터 너는 나를 멀리했었나 그러던 네가 눈 내려 온 세상이 하얘지니 내 꿈을 이으려 깃털 털면서 나를 바라보느냐 한 줌 쌀알도 거부하더니 이제야 나를 찾느냐 나는 너를 물리치지 않았다 쌀 한 줌으로 미물과 다리.. 자작글-011 2011.12.10
종심을 쫓아도 종심從心을 쫓아도 호 당 2011.12.10 귀가 순해진다는 시간은 지났다 긴긴 동지섣달 밤을 짧게 쓰는 재간을 가지면서부터 검은 시간을 하얗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종심을 맞으면 충분히 가능한데 그런 재주가 있으면서 새벽에 들을 수 있는 맑은소리 사이로 급제동의 파열음이 섞여서.. 자작글-011 2011.12.09
나아간 길 2,000미터 나아간 길 2,000미터 호 당 2011.12.9 처음 이 길을 닦으려 할 때 짙은 안개와 밀림으로 나아가기 망막했다 그래도 이 길이 내가 나아갈 방향이라 마음먹었다 불과 1미터를 나아가는데 미로 같았다 서툴고 울퉁불퉁한 길 물길을 내어도 쉽게 흐르지 못하고 만든 길이 유치했다 300미터.. 자작글-011 2011.12.09
적막한 가을밤 적막한 가을밤 호 당 2011.12.8 한기는 문구멍으로 기어오는 한밤 귀뚜라미 소리도 뚝 끊겨버렸다 싸늘한 달빛이 서리 맞은 감나무에 걸쳐 오들오들 떤다 달빛에 젖은 감나무 이파리가 맥없이 떨어져 뒹군다 싸늘한 바람 한 줄기 적막을 휩쓸어 내 침실까지 밀어붙인다 허허로운 벌.. 자작글-011 2011.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