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그물 호 당 2011.12.8 한 가지 재질로 그물을 엮어요 쓰레기 같은 잡초를 덮어야 해요 그래 우리를 잡초라고 눌려 있을 줄만 아냐 우리도 그물을 엮을 수 있어 속성은 다르지만 이것저것 주워다가 그물 엮는 것이 급해요 지금 덮은 그물이 낡고 여기저기 터졌어요 잡초가 비집고 고개.. 자작글-011 2011.12.08
누에 누에 호 당 2011.12.8 남녀가 홀랑 벗었다 서로 껴안지도 않고 서로 바라보기만 한다 애무할 줄도 모르고 더 커야 해요 반찬은 두고 열심히 밥만 먹어치운다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똥만 싸 젖힌다 얼마나 더 먹어야 또 벗을 수 있을까 언제 몸을 비빌 수 있을까 그때도 옷은 벗어야 .. 자작글-011 2011.12.08
밤의 공포 밤의 공포 호 당 2011.12.8 전등을 끈다 눈을 감아도 비몽사몽 중이다 조각배를 타고 파도에 잠기듯 위태롭다 암흑의 바다에서 불협화의음의 찌그러진 소리로 나를 오라 다그친다 조각배를 걷어차고 빨려든다 뒤돌아보니 가시나무로 뒤덮여 되돌아갈 수 없이 막아버렸다 온몸에 찔.. 자작글-011 2011.12.08
세월을 흘리고 세월을 흘리고 호 당 2011.12.6 무성 영화 같은 유년의 세월 종잡을 수 없는 내 정체성은 확신을 얻지 못하고 어영부영 흘려버렸다 가슴 펴 번듯하게 외치고 활보하여 무서울 것 없는 사자 같이 발전기의 암캐 찾는 수캐같이 맞아야 할 시간을 맥없이 희미한 뜬구름으로 흘려버리고 .. 자작글-011 2011.12.06
대나무 숲에서 대나무 숲에서 호 당 2011.12.6 서걱거리면서 이웃과 몸 비벼 한 울로 어울린다 푸르디푸르고 곧디곧은 지조 지키려 텅 빈 가슴으로 하늘 향한다 아무리 넘어뜨리려 해도 잠시 눕기만 하지 바람아 짓궂게 굴지 마라 너의 심술 잠시 받아들인다만 쓰러지질 않는다 맑고 푸른 입김으로.. 자작글-011 2011.12.06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 호 당 2011.12.5 운명적으로 나에게 펼쳐놓은 길 그 길을 피할 수 없지 그 길을 앞을 내다볼 수 없고 다만 예측할 뿐 또는 예측할 수도 없는 길 주어진 길을 밟아 여기까지 왔다 당장 눈앞에 황금 길이라고 쉽게 걸을 수 있었지 언제까지나 펼쳐지리라 믿어 걸.. 자작글-011 2011.12.05
진드기 진드기 호 당 2011.11.8 소 사타구니에 붙어 피 빨아먹고 몸 불리는 진드기 내 삶을 악착같이 꾸려 살림을 늘렸다면 피땀 흘려 공부하여 합격했다면 면류관을 씌워도 빛나리 소 피 빨아도 반응 없다고 나라 곳간 몰래 훔쳐도 국세 몰래 축내도 나라 넘어지지 않아 놀고 이득 찾는 진.. 자작글-011 2011.12.04
먼 산 ♥ 아래 표시하기에 클릭 먼 산 호 당 2011.12.2 흐릿하게 보인다고 흐리멍덩하겠나 가까이 있는 산아 아직 설익은 풋과일이다 창창하게 보인다고 거들먹거리지 말라 저 멀리서 어슴푸레하게 감싸고 있단다 한발 물러서서 너희를 품에 안고 너그럽게 쓰다듬는다 안개 낀 것같이 베.. 자작글-011 2011.12.03
도다리 도다리 호 당 2011.12.2 우리는 너무나 익숙해졌다 좌가 아니면 우 긍정과 부정 양지 아니면 음지로 2분법 말이다 도다리냐 광어냐 회를 두고 구별하라면 쉽지 않지만 그냥 회 뜨기 전의 모습은 눈이 사시의 방향으로 좌면 광어 우면 도다리 좌와 우는 언제나 대립하는 듯하지만 저울.. 자작글-011 2011.12.02
환절기를 넘겨 탈골 할 때 환절기를 넘겨 탈골 할 때 호 당 2011.11.30 시린 시간을 바꾸어야 할 끝점까지 왔다 상아 이빨도 이만큼 닦았으니 얼마만큼 반들거리게끔 되어 그 기술로 내 길을 닦을 차례가 돌아왔다 잔설 있는 언덕을 넘어 넓은 벌판은 항상 평온하지는 않단다 지금부터 치열한 삶의 동구를 찾아.. 자작글-011 2011.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