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질그릇 깨진 질그릇 호 당 2011.11.22 폭삭 두 동강 난 질그릇 깨어져도 같은 속성이든 것이 60여 년을 흘린 지금 이질적인 속성으로 굳어졌다 처음 깨어졌을 때 금방 접착제로 붙였더라면 상처는 아물었을 텐데 워낙 세월을 흘러버려 붙이기에는 큰 비용을 써야 할 것 같다 같이 햇볕을 쪼여.. 자작글-011 2011.11.22
멧돼지 멧돼지 호 당 2011.11.20 내 삶의 터전을 미개척지인 도심까지 넓혀야 한다 어디든지 위험은 있지만 도심은 모험일 수밖에 없다 녹음이 짙고 들판에 곡식 있고 산열매가 있을 때는 태평 성가를 부를 만도 했었지만 늘어만 나는 나의 족속들 때문에 인간들도 골치를 앓는 것 같다 인간.. 자작글-011 2011.11.21
폭포 폭포 호 당 2011.11.18 적어도 높은 자리를 누리며 흘러왔다 우러러본다고 느꼈다 내 분수를 잊고 거들먹거렸다 평탄한 길만 있는 줄 알았다 하루아침에 낭떠러지를 만났다 적어도 나락은 아니더라도 이 길을 피할 수 없는 여정이다 그간 너무 방자했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자작글-011 2011.11.18
몸부림치는 그곳 몸부림치는 그곳 호 당 2011.11.17 햇볕을 쫴도 음침하게만 느끼는 곳 5,6월 서릿발이 날카롭다 폭삭 얼어버린 풀잎이 살려는 몸부림 군화 끈 조이고 핵 깃발 펄럭인다 남쪽바다 해풍불어 끝닿을 수 없는 안타까움 화신 실은 나비들로 격양 擊壤 가락 듣고서 북풍 타는 풍선을 보고 무.. 자작글-011 2011.11.17
수정이발관 수정이발관 호 당 2011.11.17 여느 이발관만큼 차림으로 아담하다 특이하게 이마 벽에 복점처럼 붙은 표어* 한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내외가 경영하는 거기 후덕이 포근한 안방 같다 그래서 훌훌 웃통 벗어 던지고 머리를 맡겨도 포근하다 밖은 덤덤하고 유머 humor스런 말수의 간.. 자작글-011 2011.11.17
누에나방 누에나방 호 당 2011.11.17 변태의 마지막 몸부림 욕망을 좇는 몸부림 그 자리에서 날개의 파닥거림 꽁무니의 요동 날지 못하면서 구애의 갈증이다 삶의 증표다 그냥 죽을 수 없다는 대를 위한 파닥거림이다 가득 품은 욕망을 나누고 기진한다 생명은 대를 잇는다 /CENTER> 자작글-011 2011.11.17
가을 함지산에서 가을 함지 산에서 호 당 2011.11.16 가을 함지 산에 오르면 색색 물 들린 치맛자락 나풀대는 선녀에 업힌 것 같다 가는 등줄기 따라 요동치는 리듬에 신비한 울렁증 같은 것이 솟는다 숨 가쁜 것도 잠시 마음 추슬러서 갈레 진 깊은 골에 빠져들면 내 사타구니에서 부끄러운 힘이 솟는.. 자작글-011 2011.11.16
고엽 (마른잎) 고엽 枯葉 (마른 잎) 호 당 2011.11.16 그날 양지바른 골짜기는 아늑했었지 마른 나뭇잎은 수북이 쌓여 나의 사랑을 포근하게 감싸주었지 태양은 찬바람을 잠재우고 따뜻하게 쬐어주었지 북풍은 우리의 체온을 식혀놓고 말았지 마른 잎은 공중을 맴돌다 정신을 잃고 풀풀 처박혔지 .. 자작글-011 2011.11.15
녹고있다 녹고 있다 호 당 2011.11.15 북극해의 얼음이 녹아 흐른다 해빙은 재앙인가 복된 일인가 그렇다 너와 나는 언 가슴으로 대했다 눈 한 번 맞추지 않고 말 나누지 않았다 같은 좌석에 있으면서 시선은 흑판에 두고 그렇게 수업을 끝맺었다 북극해가 녹아 온난화는 북으로 북으로 생태계.. 자작글-011 2011.11.15
사주보기 사주보기 호 당 2011.11.15 가슴 답답하다 내 팔자가 왜 풀리지 않는가 도대체 나는 어디로 가는가 사주팔자가 사나운가 손마디 짚고 적고 갑자 을축 외고 적고 얼굴 한 번 손금 한 번 보고 적고 책을 뒤적이다 적고 뭐 흥얼거리다 적고 뢴트겐도 아니고 신기루 같은 것 뜬구름을 떠도.. 자작글-011 2011.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