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 스펙트럼 (Spectrum) 호 당 2011.10.28 그렇게 사랑해도 한 번도 손잡지 못했어요 보기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사랑 너를 끌어안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도 닿을 수 없는 먼 곳 신기루 같은 그 속에서 허우적거려 봐도 닿을 수 없는 당신 아름답고 얼룩덜룩한 존재를 차례로 엮어둔 사랑 .. 자작글-011 2011.10.27
강원탄광 강원 탄광 호 당 2011.10.26 석탄불 활활 불빛보고 모여들었다 시커먼 갱도를 두더지처럼 파고들어 막장 인생이 되었지 석탄불 사그라지자 꿀벌 되어 날아 가버렸지 이번에는 황금불 사행 불을 지폈지 가진 놈들 그 불빛 따라 모여들었지만 불나방 되어버렸거나 날갯죽지 태워버렸.. 자작글-011 2011.10.26
농촌 농촌 호 당 2011.10.26 그곳은 텅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논밭은 가득했었다 햇살 가득한 들판에 백발 흩날리다 허리 펴고 후유 땡볕 쐐기 싫어 떠난 이곳 조상이 물려준 땅 백발이 지킨다 파란 것은 파란 것끼리 네온사인 불에 모여들어 밥풀 팔 것 없어도 벼 포기에 거름주기 싫다니.. 자작글-011 2011.10.26
소쩍새 소쩍새 호 당 2011.10.25 어둠을 두르고 적막만 쌓이는데 등잔까지 희미한 눈썹달이 눈짓하다 지나간다 잠든 산 등에서 소쩍새 한 마리가 검은 장막 속으로 슬픔을 적시다가 피를 토하는 부르짖음 억세게 풍년은 아닌가 봐 산 깊고 밤도 깊은데 끝내 잠들지 못한 꽃 한 송이가 떨어진다 아직.. 자작글-011 2011.10.25
감포 대본마을 앞바다 감포 대본마을 앞바다 호 당 2011.10.21 지금 바다에 계엄령이 발령되었다 모두 닻을 내리고 담화에 귀 기울인다 흰 갈매기는 방향감각을 잃고 휘청거리며 사라지고 커다란 하마는 포효하다 흰 거품으로 부서진다 어부는 마음 졸려 문을 닫고 술잔만 기울이며 울분을 토하나 어찌할 힘이 없다 우당탕 예.. 자작글-011 2011.10.23
남한산성 성곽에서 남한산성 성곽에서 호 당 2011.10.20 푸른 등줄기를 잇는 한 줄기 담벼락 시린 한을 안고 딱딱하게 굳어 있다 철통 같은 요새이면서도 버팀의 한계에 어절 수 없어 여미고 가린 가슴을 확 열어버렸다 물밀듯 밀려들어 온 북풍에 곤룡포는 흙을 묻히는 수모가 역사의 뒤안길을 걷는다 지금 요새인 산성은 .. 자작글-011 2011.10.22
만해 한용운 기념관에서 만해 한용운 기념관 앞에서 호 당 2011.10.20 임은 침묵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기 인자한 미소로 제 앞에 우뚝합니다 임이 뱉으신 명시의 구절은 기념관 뜰에서 생생히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의 시혼 그의 투혼 그의 불심이 영원히 살아 천추에 이어 갑니다 임은 가셨어.. 자작글-011 2011.10.22
완행 열차 완행열차 호 당 2011.10.19 느긋하게 달려도 마음 편한 것 역마다 냄새를 맡고 눈동자를 맞추고 천천히 천천히 그 역사에 내려도 별로 분비치 않고 느긋하게 또 느긋하게 마중 안 나와도 알아서 찾아드는 곳 빨리빨리에 밀리다 보니 지금은 그 역을 스쳐 한참 지나서야 멈추니 빨리빨리 병이 좋은지 나쁜.. 자작글-011 2011.10.19
독한 그녀 독한 그녀 호 당 2011.10.19 청상과부로 살다가 늙음을 짊어진 그녀 어떠한 어둠에도 수맥을 찾아 나서 기어이 끝장 보고 어둠을 사려 먹는 독한 그녀 지금쯤은 고난의 등짐을 벗으려나 때 묻은 빨래를 양잿물에 잠겨 놓는다 그렇게 해야만 내 고달픈 인생도 하얗게 탈색된다고 짭짤.. 자작글-011 2011.10.19
해방되는 줄 알았다 해방되는 줄 알았다 호 당 2011.10.17 그때 나는 생솔가지를 지펴서 눈물까지 흘려야 밥을 삶아내고 냇가 얼음을 깨야 빨래할 수 있었지 버튼 하나 누르면 밥이 나오고 빨래가 씻겨 나오는 도깨비 같은 세상 참 편해졌지 남는 시간 식당에서 그릇 부시고 말씨름하다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지 소시민이 눈.. 자작글-011 2011.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