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변 삼각형 이등변 삼각형 호 당 2011.10.15 셋은 한데 어울려 이등변삼각형을 만들었다 그 중 제일 작은 변이 나다 긴 두 변은 넉넉한 옷깃으로 나를 잘 감싸준다 세 변의 안쪽을 따뜻한 정분으로 채웠다 이질적은 것은 걸러내어 두고 같은 색깔들만 채웠다 셋 꼭짓점은 앞을 향한 전진의 정점.. 자작글-011 2011.10.18
야단법석 ★ 참 고마운 사람 / .★ 야단법석 호 당 2011.101,15 산사 음악회가 열리는 천축산 불영사에서 야단법석 野壇法席의 판이 벌였다 불심이 배인 108가지의 사찰 음식에 제각기 향과 맛이 천축산 골짜기에 가득 메운다 부처님의 자비에 스님의 정성이다 천여 년을 이어온 맛의 비법이다 염불보다 잿밥에 더 .. 자작글-011 2011.10.17
소나무 깨두기 소나무 깨두기 호 당 2011.10.14 그는 요양원에 있다 안락한 하루를 대접해도 꺼무스름하게 썩어가는 깨두기* 가 된다 푸른 소나무 적 나는 새를 품고 솔씨를 흩날리고 푸름을 펼쳤던 것을 싹둑 잘려 깨두기가 됐다 수 십 년이 흘러버려 깨두기의 속성으로 물컹 물컹 숙성하고 있는 .. 자작글-011 2011.10.17
물컹했다가 굳어버린 자의 입김 물컹했다가 굳어버린 자의 입김 호 당 2011.10.13 오 그대여 한반도를 맘대로 주무르십니까 지난번은 질퍽한 시간만 주시더니 그 후 지금까지는 바삭바삭 마른 시간만 주십니까 물컹한 입김일 때 곳곳에서 무너지고 입술 끝에 매달린 말은 원성이었습니다 지금은 굳어버린 입안 혓바닥에 균열이 생겨 말.. 자작글-011 2011.10.14
플라타너스 플라타너스 호 당 1011.10.12 창창할 때야 아무 탈 없었지만 지금 생의 진액은 다해가는 상태에 생의 고리도 헐거워졌는데 기둥을 삐끗했다 표피가 단단한 것 같지만 탄력 잃고 말았네 그물막까지 훤히 보인다는 X선의 사진에서 푸석푸석한 등뼈가 플라타너스처럼 휘어지고 동공의 허가 보인다기에 이런.. 자작글-011 2011.10.12
소먹이기 소먹이기 호 당 2011.10.12 나 어릴 때 송아지와 같이 커갔다 나를 닮아 식욕이 왕성하다 소먹이로 들판 밭둑 논둑 근처에 가면 눈 돌리는 사이 농작물을 해친다 내 앞에 맛있는 밥상보고 침 흘리지 않을까 주인 몰래 한 술 입에 넣고 싶은 심정 아무리 짐승이라도 욕망은 같다 한창 커가는 그때 무쇤들 녹.. 자작글-011 2011.10.12
마른막대기 마른 막대기 호 당 2011.10.12 진액이 다 빠져나가도 하고자 하는 마음은 가득한데 봉사의 한 분야를 말했더니 단번에 부러진 막대기로 만들어 먹칠해버렸다 어찌 그럴까 곧은 물길보다 휘 감돌아 부드럽게 물 흘려보냈더라면 귀가 순해졌을 걸 나라 곳간에서 흘리는 양식 받아먹고 백성의 봉사자라면서.. 자작글-011 2011.10.12
설익은 예측 설익은 예측 호 당 1011.10.11 푹석 주저앉아 버렸다 충격을 받은 것이다 나의 물관이나 체관이 늘어났을 거라 짐작으로 실효 없는 한방 물리치료실에서 시간만 보냈다 잎맥이 고스란히 보인다는 x선 사진은 기둥이 기울고 동공이 생기고 대들보가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휘어지고 압박 고리에 묶였다는 .. 자작글-011 2011.10.12
달은 지고있다 달은 지고 있었다 호 당 2011.10.11 그렇게 환하게 위세 떨치던 아버지 나 어릴 때부터 감히 아버지를 큰 바위 같은 위엄 덩이로 보고 커왔다 반듯하게 떳떳하게 소신도 말 못하고 달의 그늘에서만 커 왔다 기울어져 가는 아버지 목욕탕에서 등을 밀고 가장 은밀한 곳도 이제는 들어 내놓고 모든 것을 맡.. 자작글-011 2011.10.11
사람 냄새 사람냄새 호 당 2011.10.11 문을 열고 거실을 들어서자 물씬 풍기는 이질적인 냄새 바로 그 집에 녹아낸 문화다 내 거실 이방 저 방 아무 냄새를 못 맡네 냄새가 베어 있을 텐데 오랫동안 너만이 만들어낸 냄새 역겨워할 게 아니라 고스란히 받아 마실 줄 알아야 해 거부의 몸짓으로 코를 막으려는 시늉 자.. 자작글-011 2011.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