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 콩알 하나 허연 콩알 하나 호 당 2012.3.7 따뜻한 가마솥에서 놀자는 그 말을 저버릴 수 없어 함께 머물렀다 못된 주걱이 막 불을 지펴 재미나는 노래를 즐기지 못했다 주걱이 흔든 거슬리는 꼬리 때문에 마음 상해버려 굵은 콩알 따라 우르르 다른 가마솥으로 빠져나갔지만 그래도 인연의 낯짝이 부.. 자작글-012 2012.03.08
노을들 ♡♣노을들 ♣♡ 호 당 2012.3.6 거기 구름같이 모여든 노을들 제각기 더 빛낼 수 있다는 눈빛으로 활활 타오른다 산등성 넘어 한 묶음의 누런 미끼를 걸어 꾀여서가 아니다 시든 풀꽃에 단비 적셔 생생하게 활기 펼치려고 낡은 충전지에 충전만 해주면 불꽃 퉁기려 모인 것인다 거대한 사.. 자작글-012 2012.03.06
부질없는 욕망 부질없는 욕망 호 당 2012.3.3 비치한 책상을 가득 채워야 직성이 풀릴 것인데 빈자리가 있어 불안해진다 채우지 못한 지력의 깡통을 갖고도 항상 아킬레스건이 밟힐까 두려워하던 그가 마음먹고 문고리를 열었을 때 희열로 반겼다 그러나 빈 깡통을 채워보려는 의지는 사라지고 아킬레스.. 자작글-012 2012.03.03
담쟁이 담쟁이 호 당 2012.3.3 오직 위를 보고 오른다 낮은 포복으로 벽에 찰싹 붙여 너의 따사로움과 지적인 영양분을 빨아들인다 어디든 오르기엔 쉽겠나 비바람이 나를 가로막아도 역경을 이겨내고 나의 긴 갈고리는 위로만 휘어잡는다 쉽게 오르는 자리는 없지 이만큼 올라서 나도 돌려 줄 일.. 자작글-012 2012.03.03
솜털구름 솜털구름 호 당 2012.3.2 새 달력을 넘기자마자 금빛 찬란한 날 정오의 사이렌 소리 없어도 같은 하늘에서 단비 내렸든 이들이 지금 솜털 구름이 되어 모여들었다 꾸역꾸역 모여도 빗방울 하나 떨어뜨리지 못하면서도 추억의 단비에는 젖고 만다 솜털 구름으로 사라지지 않고 하늘에 둥둥 .. 자작글-012 2012.03.02
눈 위의 발자국 눈 위의 발자국 호 당 2012.3.2 소리 없이 눈이 내렸다 하얀 눈 위를 걸어간다 발자국 없는 무인지경 내가 찍은 발자국에 내 하얀 마음이 소복소복 고이도록 그리고 바른걸음으로 밟아야지 내가 간 길이 누군가의 지표가 되어야지 내가 남긴 꼬리는 사표가 되어 누군가 뒤따라 와야지 내가 .. 자작글-012 2012.03.02
높은자리 높은 자리 호 당 2012.3.2 그는 맨날 싸움질이나 하고 반반한 암캐의 꽁무니만 따라붙고 한 줄의 글도 읽지도 쓰지도 않으면서도 입 살은 매끄러워 단물을 흘려 막 피는 장미꽃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교문을 나서 돈을 많이 벌어들이니 몰려드는 명예의 명패를 올려놓고 거들먹거렸다 예쁜 .. 자작글-012 2012.03.02
스무고개를 넘고 ♡♣ 스무고개를 넘고 ♣♡ 호 당 2012.3.1 영한사전을 말아먹고 x y를 갈겨 놓고 머리를 동여매었어요 여드름은 사그라지고 꽁무니를 쫓다가 몽정도 흘려보냈지요 그래도 고개를 넘지 않았다고 알아주지 않았어요 오늘 밤 관을 쓰고 봄나들이했지요 손뼉 치고 축하 하더군요 깜작 놀라 깨.. 자작글-012 2012.03.01
운암지 운암지 호 당 2012.2.26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어여쁜 여인의 미소다 반짝이는 눈망울이 빛난다 가버린 그 님 때문에 겨우내 언 가슴을 이제야 녹였다 사랑하는 그 님이 온다는 전갈을 받았다 가슴이 울렁거려요 나를 스치는 많은 발자국이 흘끔흘끔 추파를 던져요 오 그대여 빨리 와서 내 .. 자작글-012 2012.02.26
향촌하와이 (찜질 목욕탕) 향촌 하와이 (찜질 목욕탕) 호 당 2012.2.25 나는 너와의 한 몸을 위해 비누거품을 일구고 뜨거운 물에 헹군다 준비는 됐다 너를 탐하러 간다 메마른 열탕에서 소금의 침대에 올라탄 나 침대를 비벼대며 땀을 뻘뻘 흘린다 온몸에 흠뻑 젖어드는 쾌감 아직도 더 버텨야 해 검은 욕망이 다 빠져.. 자작글-012 2012.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