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병원 안과병원 호 당 2012.2.21 부화하는 달걀을 훤히 비춰보니 생을 태동하다가 그만 멈추었다 투명한 유리그릇에 고인 정화수를 헤엄치는 물땡땡는 뱅뱅 돌고 투명한 창문밖에는 박쥐가 나풀거린다 빛나는 저녁노을이 강바닥에 스며 있구나 하늘 향해 우러러보세요 하느님이 내린 한 .. 자작글-012 2012.02.22
치과병원 M 치과병원 호 당 2012.2.21 잔뜩 찌프린 날씨였다 그날 M치과병원에서 아 더 크게 벌려요 반드시 반대급부는 있을 거요 모터는 돌고 양쪽 샘은 철철 넘친다 감당 못해 호수가 동원되고 아 더 크게 벌려요 채워 주리라 믿는 욕망에 고통이 있으면 희열도 따른다 참아야 한다 아 더 크게 벌려.. 자작글-012 2012.02.21
정신신경과 병원 정신신경과 병원 호 당 2012.2.20 밝고 복잡한 사회 훤히 내다보는 밝은 길이지만 뒤편엔 보이지 않는 장막이 내 머리를 헝클어 놓는다 꼿꼿이 쳐든 머리를 짙게 구정물같이 흐려 놓아 앞으로 노 저어 나가기 어렵구나 으스름한 달 없는 밤 같아 초조하고 불안한 앞날이 풍파에 뒤집.. 자작글-012 2012.02.20
고드름 고드름 호당 2012.2.20 몇 년을 두고 싸웠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견원 犬猿 사이 고드름보다 더 단단하게 더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싸우고 돌아온 날밤 무작정 퍼마셨다 혼자서 알코올이 뱃속을 데우기는커녕 싸늘하게 굳어버렸다 정신을 잃고 황토 침대에 누웠다 입술을 빠져나.. 자작글-012 2012.02.20
아킬레스건 아킬레스 (Achilles)건 호 당 2012.2.19 못 배운 한이 아킬레스건이 되어 평생 갖고 있으면서 밟힐까 봐 마음 졸였다 동병상련이 있는 문을 두드렸는데 고여 있는 색깔의 땟물을 벗기려 애쓰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내 색깔과는 차이 났다 여기서는 치료 못 할거라 생각했을까 문을 닫았.. 자작글-012 2012.02.19
키스 키스 호 당 2012.2.18 우리는 사랑의 단물이 출렁거려 그만 키스했다 작은 문안은 넓고 포근하다 그 안은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뱀의 혓바닥처럼 날름날름 휘저어 서로 갈구한다 푸른 초원을 달리고 시원한 폭포에 멱감고 시원한 사이다를 마신다 온몸에 경련이 일어난다 너와 나.. 자작글-012 2012.02.18
마지막 꼬리는 예쁘게 마지막 꼬리는 예쁘게 호당 2012.2.17 영상의 산실로 끌어들여 화려한 영상을 꾸미도록 주선해주어 붉은 마음이 출렁거렸으나 정한 날을 맨 날 딴전부리고 가끔 들락날락하지만 이유 있는 걸림돌 때문에 건너뛰었다 영상 덤불에 모인 어깨엔 멋을 내어도 좋아 셔터를 눌러대지만 좁.. 자작글-012 2012.02.17
미나리아재비 미나리아재비 호 당 2012.2.16 정점은 할아버지에서 한 뿌리면서 대를 벗어나면 저만큼 멀어 보인다 형제자매끼리야 알콩달콩하다가 아재비만 나타나면 입 꾹 다문다 한 솥에 삶지 못하는 미나리아재비 사사건건 손위라고 간섭하려 들면 누가 좋아하랴 같은 반열에 놓이지 못해도 .. 자작글-012 2012.02.15
쇼핑카 쇼핑카 호 당 2012.2.15 홈플러스에서 그녀와 나는 잠시의 친구 너는 필요하고 나는 따라가고 빙빙 돌아다녀도 불평하지 않겠다 빈 가슴을 잔뜩 채워도 그만 못 채워도 그만 잠시 너에 만족을 위한 도구인데 여러 여인에 끌려다니면 그들의 성격도 싣는다 헤픈 여인은 나를 귀찮게 .. 자작글-012 2012.02.15
우남 식당 우남 식당 호 당 2012.2.14 같은 색깔 같은 생각 끼리 방마다 가득가득 매운 입술들이다 석 달 전 처음 만난 실타래 뽑는 아가리가 아직 낯설어 풀풀 날리는 몇몇 언어의 이파리가 내게 와서 덧칠 못하고 그대로 떨어진다 다 같이 찌그러진 입술이지만 얼마나 더 부대끼면 고운 명주.. 자작글-012 201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