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자락 삶의 끝자락 호 당 2012.3.25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맞는 장소는 중환자실 정한 시각에 우르르 밀려들어 각기 이름 앞에 멈춘다 검은 장막에 가린 이름 아무리 불러도 걷힐 가망 없는 이름이다 혈육에 얽힌 그의 이름에 내 손을 얹는다 싸늘하다 내가 왔노라고 외쳐도 메아리는 없지만 반쯤 열.. 자작글-012 2012.03.25
주차한 자리 주차한 자리 호 당 2012.3.24 어릴 적 풍뎅이 목을 틀어 놓으면 뱅뱅 도는 모습 보고 손뼉 쳤다 바로 지금 풍뎅이가 됐다 잠시 누군가로부터 뒤통수 맞고 내가 나를 잊었다 분명 그곳 층층이 햇볕을 차단한 한 곳에 주차했다 어디 있을까 넓은 배추밭에 우뚝한 해바라기였다면 층층이 쌓인 .. 자작글-012 2012.03.24
볼록렌즈-돋보기 : 볼록렌즈 -돋보기- 호 당 2012.3.23 돋보기를 통과한 빛은 언제나 풍성하고 인심좋은 이웃집 마나님 같다 각박하게 보지 말라 부드럽게 유연하게 보라 돋보기를 통한 인심은 풍성하다 그렇다고 허풍이 숨어 헛기침 같은 속 빈 강정이라 단정 말라 돋보기를 통한 부풀린 속에 진실이 가득하.. 자작글-012 2012.03.23
누수 누수 호 당 2012.3.22 아홉 공空이 닫힐 곳 열릴 곳 장소와 때를 알고 있으면 방정맞다 하거늘 볼트 Volt에 너트 Nut가 항상 조여야 제 몫을 하는데 때로는 긴장이 풀려 누수 된다면! 아 노추의 분비물 긴장하고 그 강을 건너야지 풀리면 누수만은 막고 빳빳한 볼트에 너트가 조여야지. 자작글-012 2012.03.22
두 그루의 은행나무 두 그루의 은행나무 호 당 2012.3.22 그 집 문앞에 두 그루의 은행나무가 같은 연배로 자란 것이다 하나는 노랗게 하나는 아직 푸른 잎이 더 많다 살아온 무개는 같게 지고 있지만 곱게 물들어가는 은행나무 늙음을 늦추려는 것일까 늙는다는 것 늙고 추함을 버리고 곱게 물들여 세상을 건너.. 자작글-012 2012.03.22
추억의 골목길 추억의 골목길 호 당 2012.3.21 세월은 지나고 자연은 변하는 것 추억을 캐려 그 골목길을 걸었다 뻥 뚫린 길이였는데 좁혀들어 빽빽하다 양 섶을 차지한 승용차가 현대판 가마 같아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고 전신주에 각질처럼 다닥다닥 붙은 전단이 삶의 애환인 것같이 매달렸다 한 집 .. 자작글-012 2012.03.22
부풀려 놓은 것 부풀려 놓은 것 호 당 2012.3.21 하얀 시간의 중간부터 땅거미가 올 때까지 달무리 지어 앉으면 관절이 삐걱거려도 돋보기를 통해 굴절하는 광선처럼 부풀려있는데 그동안 정한 색깔만 갖지 말고 다양한 말로 양념하여 버무려보면 부풀린 것이 꺼져 활기를 찾을 것인데 얕은 앞산을 붙잡고 .. 자작글-012 2012.03.22
약속 약속 호 당 2012.3.19 묵밭에 있는 시든 나무와 말의 고리로 사슬을 엮었다 철통같이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사슬로 울타리를 두르고 시든 나무를 잎 피워 키워보겠다고 작정했다 두근거리며 기다렸으나 보이지 않고 거기엔 눈이 쌓였다 설상가상으로 시든 나무도 폭삭 얼어버렸나 봐 공중으.. 자작글-012 2012.03.19
마음 마음 호 당 2012.3.18 백내장 수술을 앞둔 그이가 그날 낮에만 해도 맛있는 점심을 했다고 자랑했다 집에 돌아오자 나를 결박하는 공포가 족쇄를 채우는 것인가 저녁밥을 걸렸는데 팽창하는 헛배에 통증으로 채워 호소했다 틀림없이 심연에 공포 불안이 들끓고 있어 격한 파동을 잠재우는 .. 자작글-012 2012.03.18
이름 이름 호 당 2012.3.17 탯줄 끊을 때 이름 없는 한낱 생명체였다 이름 얻고 인격체로 부끄럼 없는 이름 내건다 이름 위에 금빛 도금하여 낮이면 환한 빛으로 밝히고 밤이면 달처럼 밝히겠다 누가 내 이름을 가리려 하는가 그럴수록 그 이름 선명한 것을 육체는 떠나도 잊힌 이름은 남아 회자.. 자작글-012 2012.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