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자화상 호 당 2012.3.15 흙냄새 맡고 풍경소리 들으며 커온 몸 수려하고 다시 보고 싶은 경관은 못되고 오랜 세월 갈아온 밭고랑에 듬성듬성 검버섯 돋고 있지만 그저 스쳐 간 얼굴 휘청거리는 미루나무 같고 식성이 좋은 잡식 돼지처럼 왕성하다 재를 한 켜만 해치고 들어가면 붉은 덩이가 .. 자작글-012 2012.03.16
거짓말 거짓말 호 당 2012.3.15 거짓말을 참말로 알고 나보다도 더 약아빠진 여자가 잠시 머리가 획 돌았나 봐 없는 것도 있다 하고 허풍만 잔뜩 떨어도 먹혀들어가는 여자 정말 나를 좋아서 속아주는 것일까 너를 내 품에 넣기 위해 곧 탄로 나더라도 해야지 택시 타고 오다 내려놓고 여기 내 고향 .. 자작글-012 2012.03.15
자주감자 자주감자 호 당 2012.3.15 내 성깔을 잘못 알고 아리다 할 것이다 내 본성을 모르는 짓이다 부디 나에게 급소를 찾아라 그것만 알고 가까이하면 내 속까지 뒤집어 바친다 나근나근하고 부드러워 나를 씹을수록 달콤한 맛으로 너를 대한다 못난 감자 숙맥이라는 여자라 하지 말라 순정은 있.. 자작글-012 2012.03.15
나이 나이 호 당 2012.3.16 아득한 구름 속에 가린 계단 어디가 끝인지 모르는 계단 끝인 듯한 계단을 이만큼 밟았다 쳐다보면 욕망의 덩이 내려다보면 회한과 자괴의 덩이만 쌓였다 한 계단 오르면 여기가 마지막이란 생각 없고 푸른 초원에 펼친 정원과 숲이기를 아래 계단을 바라보면 부끄러.. 자작글-012 2012.03.15
멍 튕긴 늙은 여인 멍 튕긴 늙은 여인 호 당 2012.3.15 고목 숲에 모인 내 또래다 보다 더 많은 골판지를 깔고 있는 그녀에 말을 붙이니 인정없는 공이 벽에 부딪혀 툭툭 튀는 것 같다 같은 막사에서 내가 좋아 무임노동으로 활동하는데 튀는 물방울로 점점이 마음에 얼룩졌다 굳기 전에 지우려 문지르고 하얀 .. 자작글-012 2012.03.14
네 바퀴 네 바퀴 호 당 2012.3.12 구르는 것이 본분인 나 시키는 데로 애완견이 되어 거역하는 법이 없다 10만 km 넘게 굴렀다 정기검진을 받는다 그간 모르는 사이 곪고 있는 부분이 있을지 몰라 태연스러움과 마음 졸임이 경계에서 만난다 애정이 깊을수록 이심전심의 스파크는 불꽃 튀고 안전핀은 .. 자작글-012 2012.03.14
넓은 보리밭 넓은 보리밭 호 당 2012,3,11 옹골지게 커왔다 넓은 들판이 싱그러워 연분홍 봄바람과 한판 눕는다 율동적인 춤사위에 이어 절정에 치닫는 파동 그렇게 몇 차례 그리고 훌쩍 떠내 보낸다 마음을 가다듬고 몸 매무시를 고치고 하늘 향해 가득가득 잉태해달라고 빈다 옹골진 결실을 바라는 내.. 자작글-012 2012.03.11
매화 매화 호 당 2012.3.9 시린 시간을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 빨리 봄을 피워 사랑받고 싶다 언 속살 다독여 녹여가며 젖가슴 부풀리고 눈망울에 정기 실어가며 태양을 향해 내 희망을 염원했다 진눈깨비가 내린다 아랑곳하지 않는다 활짝 꽃 피웠다 몇 구비 봄꿈에 젖었다 얼마나 염원했던 시.. 자작글-012 2012.03.09
불면 불면 호 당 2012.3.8 밤마다 다가와서 사그라진 숯덩이를 작열시키는 불멸의 여신이여 너의 치맛자락 넘실거릴 때마다 밤바다의 파도가 출렁인다 밤마다 방황하는 영혼의 날개 펄럭여 까만 밤을 표류하는 눈망울이 된다 검은 파도 헤치고 엎치락뒤치락하다 가까스로 쫓아버린 불멸의 여신.. 자작글-012 2012.03.08
인생 인생 호 당 2012.3.8 칠 문 반 검정고무신 신고 눈곱 달고 책 보자기 어깨 메고 철컥거리며 막 달렸다 물오른 버들피리 불며 아지랑이 피는 언덕을 종달새 붙잡으려 달렸다 푸른 날개 달고 파랑새와 함께 날아 세상을 휘어잡으려 달렸다 그러나 항상 허전한 가슴 지천명 이순 종심의 언덕을 .. 자작글-012 2012.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