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배달하는 아줌마 밥 배달하는 아줌마 호 당 2012.2.14 정오만 되면 그녀의 머리에는 생명을 이을 밥상이 앉는다 먹지 않고 살 수 없지 한시라도 비울 수 없는 여기 바쁜 시간인데 때맞추어 젖줄 열어주는 여인이 기다려진다 다닥다닥 붙은 점포 골목골목 누비며 배달하는 밥상 부처님의 자비인가 예.. 자작글-012 2012.02.15
노숙하는 사람 노숙하는 사람 호 당 2012.2.14 드러난 공간은 무수히 많다 반반한 곳은 모두 임자가 있어 마음 놓고 차지할 공간은 나에겐 허락되지 않는다 야생화랑 잡초랑 수목들은 허락되는 곳만 차지한다 부당한 공간임을 알면서 향기 뽑는 꽃이 아닌 다음에야 검은 시간의 언저리를 훔쳐 들면.. 자작글-012 2012.02.15
미루나무 미루나무 호 당 2012.2.14 잔잔한 호수에 잔물결처럼 키 큰 미루나무 이파리들이 팔랑거린다 키 큰이 성질 고약한 이 없다 건들건들 하기도 하고 너털웃음으로 유순하다 모진 바람 아니면 그저 너그럽게 맞아 시원한 그늘로 자리 펴주어 고스톱 거뜬히 즐긴다 시린 시간만 비켜준다.. 자작글-012 2012.02.15
소통 소통 호 당 2012.2.13 시린 시간을 찾아 여기 왔다 빙점을 내려간 차디찬 강물을 헤쳐 네 삶을 꾸리려고 왔다 반가운 네게 마음 나누고 싶어 다가서면 이방인의 침입으로 오인하는가 네와 가로놓인 불신의 벽 그것을 허물지 못해 날아 가버리는구나 네가 날아간 강바닥은 싸늘한 나.. 자작글-012 2012.02.13
이삿짐 이삿짐 호 당 2012.2.10 이때까지 질서로 알고 제자리를 지키고 평온한 시간을 흘렸다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 일제히 허물어버렸다 군사 쿠데타보다 더 헝클어졌다 묶이고 가두고 짓밟아버리고 닥치는 대로 이리저리 옮기고 부수고 팽개치고 아 살아남을까 이때까지 내 자리를 지켜 .. 자작글-012 2012.02.10
문자의 무게를 배우기 싫다 문자의 무게를 배우기 싫다 호 당 2012.2.8 노을이 문 앞까지 미치는 즈음 우쩍한 마음으로 그 문을 들어선 것은 문자의 무게를 느낀 세월이었기 때문이다 흑판에 신통한 묘약이 게시될 줄 알았더니 마음에 닿지 않는 낱말뿐 알지 못하는 알쏭달쏭한 말 밝디밝은 길을 두고 어스름한.. 자작글-012 2012.02.08
꿀풀 꿀풀 호 당 2012.2.7 색에 매혹되기보다 오묘한 단물에 끌린다 기어이 꽃받침 뒤져 핵까지 열어 젖혀 욕망을 채워야 하는 성정 벌써 시들해지는 사랑냄새더냐 요염한 장미 보고 시들해진 눈 빛깔에 사향 냄새로 뿌려줄까 화사한 햇살에 온통 붉게 화려하게 요동치는 파동뿐이데 옆.. 자작글-012 2012.02.08
도서관 -2 도서관 -2 호 당 2012.2.8 쾌청하든 흐리든 거기 나를 위로해 줄 친구가 있어 찾는다 외롭다고 느낄 때 거기 가면 수많은 눈동자가 갖은 차림으로 반겨준다 때로는 지적 해결의 길이 막혀 답답할 때 횃불을 밝혀 인도해준다 금방 희열의 노래가 튀어나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꽃봉오리.. 자작글-012 2012.02.08
두엄 두엄 호 당 2012.2.7 아직 삭지 못한 시간만 가득 쌓였다 아무것이나 이것저것 모아 퇴비장에 쌓았지만 삭지 못하고 풀풀 날 것 같은 시의 건 풀들 더 혹독한 시간을 맞아라 아버지의 발길이 잦아들면 반기고 똥 오줌 맞더라도 반겨라 모두 시의 이파리를 삭이는 과정이다 땅속의 열.. 자작글-012 2012.02.07
월식 월식 호 당 2012.2.4 그와 헤어진 후 각기 궤도를 돌았으나 같은 선상의 선반에 앉기는 어려웠다 항상 어긋나고 향기만 뿜었지만 닿지 못했다 그의 빛은 약지의 언덕을 비추었고 때로는 먹구름이 훼방을 놓기도 했었지만 주기적인 변화는 되풀이했다 강력한 지구의 마력은 오늘 이 .. 자작글-012 2012.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