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의 방 그이의 방 호 당 2012.1.12 돌아가는 계절을 잊는 방 사철 그 공간은 언어의 새싹을 피웠다가 잘라 버렸다 한다 널브러진 죽은 싹은 뒹굴고 키워야 할 싹은 가지런히 다발로 서서 햇살 쪽으로 기울고 있다 편편이 짜 맞춘 글자의 피륙들 가상의 공간에 갈무리한 것들은 계절을 잊고 .. 자작글-012 2012.01.12
시어 주머니를 넘보고 시어 주머니를 넘보고 -시를 통해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의 강의 제목 호 당 2012.1.11 시어 주머니를 헐어 쏟아 낼 줄 알고 허겁지겁 자리 잡았다 목말라 시원한 물 한 모금 얻고 내 시어에 색칠하고 싶어 그의 시어 주머니를 넘보았다 희미한 등잔불에서 발하는 시어들 낮게 .. 자작글-012 2012.01.12
발효 안 된것 발효도 안 된 것 호 당 2012.1.10 아무리 나이 들어도 순간을 참지 못하는 짓은 시간의 발효에는 어두운 이다 된장 맛이 금방 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을 삭이고 햇볕에 삭이고 소금을 삭히고 그리고 발효의 눈을 틔워야 나는 것이다 금방 때깔 좋은 고운 차를 마셨어도 또 다른 차를 대.. 자작글-012 2012.01.10
눈 眼 눈 眼 호 당 2012.1.8 닦아놓은 유리라고 한 점 티끌 없다고 단정 말고 유리를 통해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티끌 한 점도 바라보아야 한다 붉은 꽃 한 송이가 아름답다고만 단정 말라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자기와 타인의 입김이 서려 있다는 걸 꿰뚫어 .. 자작글-012 2012.01.08
동해 해맞이 = 동해 해맞이 호 당 2012.1.7 출렁이는 시트에서 산고는 심했다 어두운 얼굴이 점차 불그스름해진다 무거운 몸을 지탱하는데 벅찬 모양인가 봐 종종걸음 발자국 찍거나 손을 비비거나 입김을 불거나 지켜보는 이는 초초하다 무사히 순산하기만 기다린다 다리를 쭉 뻗고 하혈을 한.. 자작글-012 2012.01.07
산봉우리 산봉우리 호 당 2012.1.7 산봉우리에서 흘러내린 유연한 곡선이 양 가닥으로 뻗어 미끈한 여인의 종아리 같다 선녀가 치맛자락 훑고 지나갔을 거다 단 한 차례 음기 서린 사향을 뿌렸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래서 생기를 치솟아 울울창창하게 뻗어 내렸으리라 거기에 들면 지금도 선.. 자작글-012 2012.01.07
연잎의 물방울 연잎의 물방울 호 당 2012.1.7 연잎아 너를 올라타기만 하면 오므라져서 희열을 감당하지 못해 돌돌 구르고 만다 너의 보드라운 살결에 오묘한 한 점으로 자꾸 굴러 들어가고 싶어 무작정 내 몸 도사려 한 점 은구슬이 된다 이대로 나를 돌돌 감아다오 연 밥 한 공기 먹으면 내 긴장.. 자작글-012 2012.01.07
열매 열매 호 당 012.1.6 누가 무어라 해도 내 열매는 탐스럽다 열매 달아 익게까지 게다 비 오다 눈 오다 숱한 시간을 겪어 행여 바람맞을까 애면글면 익혀놓았다 남들이 보기엔 보통 열매지만 나는 사랑스러운 열매다 더 붉게 더 향기롭게 더 사랑받는 열매되라. 자작글-012 2012.01.07
수족관 수족관 호 당 2012.1.6 가없는 세상에서 맘껏 휘젓던 푸른 시간을 사랑인 줄 알고 지냈다 지금 수족관에서 내 무리와 사랑을 속삭인다 그러면서 나는 갇힌 줄도 모르면서 지낸다 물풀을 헤치고 빙빙 돌아도 언제나 다른 시간에서 다른 세상을 헤엄친다고 믿는다 사랑을 가득 품으면 .. 자작글-012 2012.01.07
서릿발을 걷다 서릿발을 걷다 호 당 2012.1.5 겉으로는 환한 달빛 내리지만 그 아래는 싸늘한 서릿발이 서린다 성숙한 갈대를 맥없다 하지 말라 새파란 이파리 날리고 제 몸값 떨치고 지금 세월을 삭이고 있는데 가만두질 못하고 교활한 여우같이 말장난으로 싫증 나버리게 한다 서릿발을 밟고 묵.. 자작글-012 2012.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