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낸다 너를 보낸다 호 당 2012.2.4 나를 만나 캄캄한 밤에 한 줄기 빛을 만난 것 같고 시든 화초에 물을 듬뿍 만난 것 같이 활기에 넘친다고 하더니 같은 구도 같은 먹이에 그만 시들한 입맛으로 생기 잃은 이파리가 되어 검은 멍이 나타났다 그러면 보내야지 설사 너의 아쉬운 울음이 나를 .. 자작글-012 2012.02.05
허리띠 허리띠 호 당 2012.2.3 너의 가느다란 허리를 이 허리띠로 묶었다 토끼처럼 깡충깡충 달려가는 너를 붉은 눈망울에 홀려 그만 얽어맨다 그리고 너의 영혼까지 천둥과 벼락이 칠 때만 풀고 영혼의 불꽃을 피우고 싶어 당신 허리끈으로 매였다고 포로는 아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묶인 .. 자작글-012 2012.02.03
외로운 섬 하나 외로운 섬 하나 호 당 2012.2.3 희미한 등잔불 아래 보일 듯 말 듯한 너 맑고 흐림에 너라는 존재의 흔들림 대지에서 바라본 너는 외로움을 달래는 한 떨기 장미다 아무리 반짝거려도 요염을 떨쳐도 아무도 너를 집적거리지 못한다 너 혼자 돌담을 거머쥐고 외로움을 달래는 사랑아 .. 자작글-012 2012.02.03
굴비의 맛 굴비의 맛 호 당 2012.2.3 허기진 몸 정당한 값을 치르고 굴비를 상에 올렸다 입맛이 당겨 그만 침이 가득하다 남김없이 벗겨 낸 비늘 그 밑은 하얀 살점 살점을 파헤치고 음미했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하게 혓바닥을 찔렀다 마지막 살점까지 취하면 앙상한 뼈만 드러난다 그.. 자작글-012 2012.02.03
연못 연못 호 당 2012.2.1 그 연못은 겉으로 평온했다 발랄한 싹들이 맘껏 펼치고 있는 듯했다 속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연못 심연의 언덕에는 무시무시한 악어의 탈을 쓴 수초가 폭력으로 노란 싹을 키우고 있었다 물 위에서 양같이 순한 수초를 귀퉁이로 몰아붙이고 돌멩이질을 하더니.. 자작글-012 2012.02.01
눈꽃 눈꽃 호 당 2012.1.31 아무 데나 내린다고 눈꽃이 되는 것은 아니다 꽃을 싫어하는 이는 없지 엄동에 햇빛 쨍쨍한 날 얼음 깨어 와삭와삭 씹어도 냉기만 감도는데 고사목이든 생목이든 내려 쌓인 눈은 눈꽃이 되어 화사하고 포근하고 복스럽다 순백 그 자체가 냉기보다 아름답고 순.. 자작글-012 2012.01.31
오늘 하루 오늘 하루 호 당 2012.1.31 그 공간은 임대한 방 맘껏 토해내라 품은 욕망이든 불만이든 쏟아내어 홀가분하게 비상의 나래 펼쳐라 막힌 것이 있으면 뚫어라 그쪽의 것을 환하게 내다볼 수 있게 그리고 시원하게 앵무새가 되더라도 할 줄 알면 되고 비뚤비뚤 되더라도 마음만은 바르.. 자작글-012 2012.01.31
동해를 찾아 동해안을 찾아 호 당 012.1.30 차가운 겨울 동해안 바닷가 찬 모래를 밟으며 펼쳐진 풍경이 차갑다 희망찬 상아 이빨 닦은 지도 어언 몇 년 지났는데 아직 서성거리는가 내가 바라보는 굴뚝의 연기는 공중에서 얼어붙었다 웅장한 포철이 납덩이처럼 보인다 동해 남부 열차의 기적이 .. 자작글-012 2012.01.30
본질에 충실하자 본질에 충실하자 호 당 2012.1.28 육 쪽을 갈라 한쪽을 심으면 어김없이 육 쪽 마늘이었는데 지금은 어떤가 덧니는 실속이 없다 더덕더덕 실속 없는 새끼 마늘 잔뜩 달고 있다 군더더기 말이 많으면 역시 실속 없다 덧니같이 군더더기 붙이듯 골목까지 덧니를 달고 큰 이빨 행세하니 .. 자작글-012 2012.01.29
반구대 암각화 반구대 암각화 호 당 2012.1.26 *대곡천 건너서 원시시대의 숨결이 흘러온다 시간의 탭을 거슬러 돌려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시시대로 환원한다 나도 원시인이 되어 잠시 그들 속에 스며든다 원시인의 생활상이 *암벽에 걸쳐 태초의 소리가 메말라 암각화 한 것인데 최초 그들의 언어와 뼈대.. 자작글-012 2012.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