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강풍 호 당 2012.4.5 시린 계절에도 견뎌냈다 4월 초 강풍은 눈을 데리고 휩쓸었다 내 정성을 쏟은 갓난아기 같은 토마토 오이 수박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녀석들 단번에 농심을 낚아채갔고 흰 이불을 찢고 말아 가버렸다 졸지에 잃어버린 어머님 오돌오돌 떨다 아기 가슴이 얼어버렸.. 자작글-012 2012.04.06
이력서 이력서 호 당 2012.4.4 붉은 야망을 펼칠 망망대해 벌써 빼곡한 만선인데 내가 차지할 자리는 어디 있을까 간혹 황금 물로 갈긴 이력서나 등 뒤에 철판 깔린 이력서는 통할까 맹숭하게 갈긴 이력서는 승천 못하고 어느 곳간에 잠자고 심연에 불타던 욕망은 삭풍에도 식지 않아요 욕망의 계.. 자작글-012 2012.04.04
내과병원 내과병원 호 당 2012.4.3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만 모였다 왜들 와글와글 거릴까 약 한 첩 먹지 않아서 정신병 때문에 여기 찾는다 내과병원은 마음의 병자만 우글거린다 가끔 앓는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도 들은 사람 아무도 없다 잠시 의사 얼굴만 봐도 처방받지 않아도 혈압 한번 재고 나.. 자작글-012 2012.04.03
남루한 속에 진실이 남루한 속에 진실이 호 당 2012.4.2 아저씨 배고파요 돈 좀 주세요 이 한 마디가 내 몸에서 가벼운 요동이 친다 너는 외국인이야 아니어요 한국인이에요 정신지체인이래요 더욱 쉽게 데워져서 측은과 보시의 싹을 틔웠는지 쉽게 지갑을 열었다 왜 그리 가벼웠을까 우그러진 깡통 속의 내용.. 자작글-012 2012.04.02
저녁 햇살에 저녁 햇살에 호 당 2012.4.1 싸늘한 바람이 햇살 비스듬히 짊어지고 개미행렬 지어 운암지 둑을 걸어가는 이를 물그림자로 박고 버려도 아깝지 않은 그들이 내뱉은 언어 조각을 잔잔한 물결로 불어넣는다 얕은 계곡물이 저녁 햇살에 눈망울 반짝이며 재잘대는 모습이 때 묻지 않은 아기 같.. 자작글-012 2012.04.01
4월을 맞고 4월을 맞고 호 당 2012.4.1 잔인한 달*이 왔다 잔인하게도 마구 내 뺨을 핥는 바람 그래도 뒤꼬리는 훈훈하다 내 자리를 내준지 오랜데 자리를 내 주지 않겠다고 버티는 시린 그이를 벌써 잔인한 그녀가 자리를 차지하고 화사한 눈짓으로 그이를 녹여버렸다 그녀의 눈웃음에 나는 벗을 일만 .. 자작글-012 2012.03.31
봄비 봄비 호 당 2012.3.30 뒤척거리는 나목을 토닥토닥 채찍하고 목말랐던 냉이 기지개 활짝 켠다 비 맞은 날갯죽지 퍼드덕 퍼드덕 암탉 쫓던 수탉이 봄 꿈에 젖었다 생기 찾은 앞산이 푸른 낯빛으로 성큼성큼 다가선다 생을 재촉하는 봄비가 종일 내린다. 자작글-012 2012.03.30
예식장의 하객 예식장의 하객 호 당 2012.3.30 눈 맞추고 손잡고 통상의 한 마디로 끝난다 투척한 동전이 파문을 지우기도 전에 철새 되어 식탁에 앉았다 통과의례는 그들의 몫 분명히 천동설이다 최고장 催告狀에 와글거리는 무리 우주가 빙빙 돈다 지동설에 바탕을 깔면 본능을 한 발 뒤로 물러나 앉을 .. 자작글-012 2012.03.30
주식시세 게시판 주식 시세 게시판호 당 2012.3.29출렁이는 파동을 골짜기에서 타고 봉우리에서 내려야 하는데누가 그것을 알랴순풍이 분다는 뉴스그 요트에 매력을 느꼈다외국으로까지 순풍이 불어갈 것으로 이면 계약을 제시했다연락이 닿을 때 봉우리로 치닫는다는 소식에 적중이다손아귀에 거머쥐고 올라탔다출렁거리다가 곤두박질파동을 조절 못 해 긴 시간을 잠들고 있어야 할까먹구름이 걷힐 때까지 요트를 묶어 두어야지. 자작글-012 2012.03.29
중환자실 중환자실 호 당 2012.3.27 거기 급박한 숨결을 움켜잡은 이만 모여 심판을 기다린다 생을 가르는 강에서 격렬한 물결이 목까지 차올라 위태로운 호흡으로 허우적거린다 산다는 것 닫히고 열린 구멍을 자유자재로 해서 숨 쉬게 하는 것인데 뚫린 구멍을 틀어막지 못한 이들이 거센 물결을 헤.. 자작글-012 2012.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