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나 콘도의 안개 마우나 콘도의 안개 호 당 2014.8.15 골짜기 산등성에는 짙은 안개가 시야를 막고 캄캄하게 한다 적의가 없으니 뚫고 나아가도 저항은 없다 원래 투명했으나 층층 겹겹 쌓여 조금 답답해졌을 뿐 피안에 적의가 있다면 다급한 심장박동을 짊어진 고라니는 단숨에 산을 넘었을 것이다 포성과 .. 자작글-014 2014.08.17
앞산을 짊어진다 앞산을 짊어진다 호 당 2014.8.12 덜덜거리는 수레를 끌고 골판지를 가득 싣고 힘겹게 모인다 하나같이 옹이를 틀어막고 분절된 말이 많다 빈 낚싯대만 메고 있어도 매운탕은 꼭꼭 챙긴다 묵은 나이테만 쌓은 창고를 가슴 열어젖혀라 지나가는 젊은이들이 힐끔 들여다본다 우리가 안아야 .. 자작글-014 2014.08.12
노점상 노점상 호 당 2014.8.9 길목을 지키는 것에 내 생활의 목줄이 되었다 과일, 채소, 등 식재료를 얌전히 앉히고 낚시 미끼로 삼았다 낚시꾼은 날씨 운에도 달렸다 여러 가지 물고기들이 힐끔거린다 비웃는 듯 눈총을 쏜다, 찌가 까닥까닥 한다 결국 달아난다 찌만 응시하지 않는다, 물고기의 .. 자작글-014 2014.08.09
셋방살이 셋방살이 호 당 2014.8.9 산동네 골목을 꼬불꼬불 돌아 오를 때 곳곳에 CCTV는 눈동자를 굴렸다 죄진 것 없거든 아니 날 지켜 주는 거야 나의 셋방살이에도 마음은 편하다 비록 월 셋방일망정 따스한 물이 나오고 마누라 토끼 새끼 같은 귀염둥이 반기거든 빈 손수레를 끌고 골목을 돌아가면 .. 자작글-014 2014.08.09
콩밭의 풀 콩밭의 풀 호 당 2014.8.9 초원은 싱그러워 신이 날 정도로 풋 향기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 콩밭인지 풀밭인지 지금 성전환이 한창 진행 중이다 있어야 할 자리 아닌데도 도둑고양이처럼 칡넝쿨처럼 야금야금 침범하고 영토를 확장하여 드디어 바랭이 풀의 왕국이 됐다 콩 싹은 울상이.. 자작글-014 2014.08.09
냉장고는 숙성 중 (pre align=left> 냉장고는 숙성 중 호 당 2014.8.8 숙성은 따뜻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툰드라 지망에도 이끼 무리는 숙성한다 고래는 어름 밑에서 백곰은 얼음 위에서 숙성한다 이런 족속들은 밤이면 더 단단한 생체로 숙성한다 생명은 육체 위에서 떠나면 육체를 냉장고에서 밀어 넣는 .. 자작글-014 2014.08.09
고목의 그늘 고목의 그늘호 당 2014.8.8 나무 밑에 떨어진 이파리들은 모두 한두 군데 구멍을 때웠거나 때우는 흔적이 있다 짙게 내린 그늘에 검버섯과 골판지는 복지를 누리고 있는 줄 알기나 하는지 고목의 그늘은 늙은 이파리의 요람이지 못 쓸 닭은 편히 물 마실 곳은 별로 없다 어디 간들 반겨 줄 .. 자작글-014 2014.08.08
군락지 군락지 호 당 2014.8.6 운암지는 같은 성씨 집성촌이다 타성이 집성촌에 붙어살려면 굽실거리고 고분고분해야지, 살아남기 위한 몸짓 힘을 뽐내는 집성촌 종손처럼 맑은 물에만 맘껏 출렁거렸다 일족에 떠받혀 한껏 펼친다 연이랑 수련이 한 귀퉁이 숨죽이고 살더니 세월이 흐르자 수면을 .. 자작글-014 2014.08.06
안과병원을 찾는 노인 안과병원을 찾는 노인 호 당 2014.8.2 느티나무 아래 누워있으면 어지럽게 하루살이가 춤춘다 너희 뭐가 그리 좋은가 나는 창문을 닫았다 열었다 했다 쫓겨 가지 않네 안과에 가서 하루살이를 쫓아 달라 주문했다 늙으면 찾아와서 성가시게 군다 했다 처방을 간단했다 안구에 투여하는 안.. 자작글-014 2014.08.03
불꽃 불꽃 호 당 2014.8.2 뉘엿거려도 눈에 콩깍지 가리면 마음 빼앗긴다 너는 사련 邪戀을 품고 다가왔다 항상 마음 한 구석 비어 허전한 수렁이 있으면서 불꽃을 피운다 서로 *페닐에틸아민을 흘려 가슴을 흠뻑 적시지만 너는 몇 배의 즙을 흘렸다 그리고 콩깍지가 씌웠다 주파수만 잡으면 우.. 자작글-014 2014.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