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산불 호 당 2015.2.11 바삭 마른 산기슭에서 성깔 깔깔한 내가 입은 옷자락에 불이 붙었다면 아마 내 탓에 돌리는 이가 많을 걸 느긋하고 촉촉하게 는개 베인 천 바닥에 불났다는 말은 못 들었다 발화점은 화가 치밀어 있는 것에 심기를 건들었던 곳이 아닌가 성냥개비 라이터는 얼씬 안 했.. 자작글-015 2015.02.11
내가 앉았던 자리 내가 앉았던 자리 호 당 2015.2.7 지난날 폐기 넘칠 때 받아 놓은 상장과 상패 지난 내력이 활활 타올랐던 것이 그때는 자랑스러웠던 일들의 기록인 것이 휴지처럼 태우든가 버려야 할 때가 왔다 나만의 수작이라 믿던 시의 나부랭이들 목록 쓰고 꿰매어 매년 상하권 제본한 것 서가를 채워 .. 자작글-015 2015.02.08
담금질하며 건너자 담금질하며 건너자 호 당 2015.2.7 덜 익은 감자는 서걱거린다 주둥이만 나불거리며 내깔긴다 대중 앞에 내놓으면 벙긋 못하고 무식하고 저질 말만 쏟아낸다 빵을 굽는 것은 숙성을 위한 것 적당한 온도와 시간을 몸에 스며들어 밖에 나오면 맛있는 빵이 된다 생은 누구나 담금질하며 건너.. 자작글-015 2015.02.08
청춘 청춘 호 당 2015.2.7 용솟음치는 물이 큰 포부를 품고 솟아라 혹시나 그 물이 수압이 낮았다면 푸른 하늘에 먹칠하지 마라 청춘의 앞날을 달리던 평행선이 어긋나 탈선될지라도 초심에 상처 내지 마라 힘차게 치솟는 죽순같이 찔레나무 밑동에서 불쑥 솟는 새움처럼 미지의 땅을 밟고 개척.. 자작글-015 2015.02.08
통과의례 끝내면 매인 몸 통과의례 끝내면 매인 몸 호 당 2015.2.6 긴 드레스가 바닥을 쓸고 지나간다 풍채 좋은 청년이 위풍당당 걷는다 연애는 종지부 찍고 선포하려 한다 맞절하고 서로 반지 끼우고 다음은 기억 안 나 주례사는 귀 언저리에서 지루한 시간 깔고 만세삼창은 왜 부르는지 시키는 데로 여왕처럼 대.. 자작글-015 2015.02.06
갈등을 지워야지 갈등을 지워야지 호 당 2015.2.6 거기 허연 수염만 우글거려 지린내 풍겨요 구역질 난다 새파란 앳된 아가씨 분내가 덮여도 지린내를 상쇄할 수 없다 뒤범벅돼도 분리되었다 스타린 사상을 골수에 베였다 동상 만나 절하고 또 하고 어쩔 줄 몰라 법석이다 가장 값진 참배다 여행 최대 보람.. 자작글-015 2015.02.06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호 당 2015.1.21 비는 오락가락 안개로 시야는 흐릿하다 오늘따라 흐릿한 머릿속은 흙탕물로 출렁거리는 것 같다 황금알을 낳는 바다를 항해하여 만선으로 희희낙락하는 이가 있지만 태풍을 만나면 파도꼭대기에서 때를 놓쳐 금방 추락한다 그리고 허우적거리.. 자작글-015 2015.02.05
어미 집게의 마음 어미 집게의 마음 호 당 2015.2.3 시집간 새끼 집게는 소라껍데기에 세 들어 좁은 공간을 비비며 살아가는 것을 보고 어미의 마음은 뭍으로 올라 사시나무에서 떨고 있다 그 사이 새끼를 낳아 해가 쌓일수록 몸집을 불리고 입을 더 크게 벌리고 있으니 더 쪼그려야 버틸 수 있는 소라껍데기 .. 자작글-015 2015.02.03
폐교 대현초교를 찾아 폐교 대현초교를 찾아 호 당 2015.1.30 한때 재직했었다 고향처럼 애정을 묻은 곳이다 아이들이 재잘대는 소리 끊기자 세상 맞는 듯 날뛰는 것들에 운동장을 내어 주었다 바랭이, 쑥부쟁이, 개망초, 들 서로 영역을 넓히고 칡넝쿨은 박살 난 창문을 넘어 교실을 기웃거리고 흑판에는 낙서가 .. 자작글-015 2015.01.30
사막에서 사막에서 호 당 2015.1.27 내가 여기 이 여인의 치마폭에서 살아남을까 어디를 내다봐도 모래더미 여인 모래바람이 왔다 하면 얼굴 바꾸어버리면 구별 못 하고 다시 얼굴 익히려 너를 더듬고 헤맨다 둥근 햇볕은 사정 두지 않아 나를 말려는가 보다 차라리 그녀의 치마 속으로 깊숙이 파고.. 자작글-015 2015.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