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합실 노숙자들
호 당 2009.12.24
하이힐을 비롯하여 신발들이
낯바닥을 문질러 그 열기로
바글바글 끓는 냄비의
물방울이었다가
점점 누그러질 무렵
외진 모퉁이는 내 공간
라면 상자 한 장 바닥에 깔면
과분한 침대
채 가시지 않은 활자들의 향 냄새를
얼굴만 덮어주면 일등 여관방이 된다
많은 눈총 받아 화끈거리고
심장이 요동치지만
이것은 처음의 일
이제 강심장이 되어 웬만한 조소나
욕설쯤은 동하지 않는 철면피가 된다
때론 코흘리개 동전에 맞아도
그저 덤덤할 뿐
간혹 배추 잎사귀로 귀때기 싸 바르면
감동이 껌벅거리고 실룩거린다
새파란 하늘이라든가 별은
내게는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래도 눈감으면
한 세상이 훌쩍 지나가는 듯
그 시간만이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