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의 고집/호당.2021.5.11
땅속을 스며들지 않고는
싹 틀 수 있다고 버티는
도토리가 떵떵거린다
가랑잎에 덩그렇게 앉아
하늘만 바라보고
싹 틀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한 알의 밀알이 땅속에서
썩지 않으면 더 많은 밀알을
얻을 수 없단다
가랑잎이 바삭바삭하고
옆구리를 쿡쿡 찔러댄다
여기서 버틸 테야
다람쥐 산돼지 밥 되려고
물 끼를 거부하는 자에 촉이 튼다고
물 끼와 화해하는 자에 촉이 마른다고
그건 얼간이의 역설이야
물과 화합해야 한다
남과 어울려야 이루어진다고
가랑잎을 헤집고
땅과 화합하라고
땅은 부드럽게 안아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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