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아무도 없다

인보 2021. 6. 3. 12:07
 
아무도 없다/호당 . 2021.6.3
6월 장마는 시작하지 않았다
비는 추적추적 옷 젖기 알맞은 
심술궂은 빗줄기
젊은이 늙은이 함께해도 
나와 연결고리가 없었으니
아무도 없다
처마 낙수는 제 갈 길 찾아 떠나지만
내 갈 길은 발 닿는 데로 떠난다
낙수 소리에 마음이 기우뚱
시야에 놓인 물상이 흐릿하다
이건 공허한 마음의 독소다
가장 정숙하고 고요한 집 
고생대에서 현대까지 쌓인 도서관에
내 동공 洞空을 채우려 했더니
재채기가 먼저 와서 초를 쳤다 
코로나 정국에서 왁자지껄
푸짐하게 마음 내려놓을 수 있나
각기 방 안에서 자기만의 소리로
메아리 없는 허공을 찔러본다
내 말과 엮을 우산 살대가 없으니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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