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마음 추스르다

인보 2021. 9. 19. 00:31


마음 추스르다/호당/ 2021.9.19
단풍잎이 스산하게 깔린 저녁
찬바람이 내 안으로 깊이 스며든다
박달나무 막대 같은 자존심이
우뭇가사리로 변했는지
안부 전화는 
군자란처럼 의젓하게 느낀다
산이 어찌 항상 푸르랴
모진 채찍 바람맞고
그제야 본성을 드러낸다
내 채찍은 바로 여기였구나
고요한 연못에 어린
내 그림자를 
황새 긴 부리로 콕콕 쪼아댔다
항상 받아온 채찍을 
채찍으로 느끼지 않았잖아
단풍이 바람이 
나를 스산하게 했어
이제야 
내 본성을 드러내 더 늙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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