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갯길/호당/ 2021.9.20
삶이 꼬불꼬불 창자 같다
이 고개를 넘으면
어떤 길이 펼칠까
발목이 폭폭 빠지는 눈길
소나무 이파리는 검게 얼어
눈만 껌벅 말이 없다
내 코끝에 연신
고드름이 매달린다
고라니는 숲 밑에서
배고프다 소리친다
하얗게 눈 덮은 산
새 떼들 허기져
뱃심으로 날아가다
눈 덮인 나무에 앉고
고개 넘으니 눈 걷어 낸
오솔길이
추사체처럼 뻗쳐있다
무수히 박힌 짐승 발자취엔
허기만 소복소복 고인 듯
싸늘하다
내 발자국엔 내 여정이 박힐지
싸늘한 바람이 나를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