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논바닥 : 겨울 논바닥 호 당 2010.12.30 풍성했던 논들 판이 모두 내어주고 싸늘한 바람 한차례로 허허벌판이 을씨년스럽다 풍성했던 어머님의 가슴이 자식새끼들 다 키우고 난 쭈그러든 빈 젖가슴 같다 농로 길을 걸어 들어가면 빈 젖에 매달린 아기처럼 비둘기 떼들의 눈망울과 마주친다 한쪽 귀퉁이는 보리가.. 자작글-010 2010.12.30
송년에 붙여 송년에 붙여 호 당 2010.12.27 한 해의 매듭 앞두고 시간의 강물은 묵묵히 흐릅니다 흘려보낸 강물에 아쉬움과 미련보다 추억과 길잡이로 가슴에 새길 것이다 그간의 물길이 소용돌이나 낭떠러지로 저항받아 원만하게 흐르지 못했으나 더 넓고 수량이 풍부하고 평탄한 물길 닦으렵니다 그 물길에 고기 .. 자작글-010 2010.12.27
마음 모으기 마음 모으기 호 당 2010.12.24 검버섯 주름 파인 얼굴들 일행은 붓을 씻고 나섰다 갓바위 기슭에서 오리 향에 듬뿍 젖어 오래 묵은 눈동자는 환한 낯빛에 껄껄댄다 미각을 깨우는 혓바닥이 분주하다 우리는 묵향에 너무 찌들었다 이 시각만은 함께 색다른 향에 젖어들었다 따로 준비한 음향의 리듬에 몸 .. 자작글-010 2010.12.25
내 머리에 눈 내리다 내 머리에 눈 내리다 호 당 2010.12.23 내 어린 머나먼 그리움이 내 앞뜰까지 와서 자취 감추려는가 하이얀 드레스 걸친 천사의 춤사위가 나풀거리다 내 앞서 사라지는가 한때 초원을 달리던 그대 하얀 치마 끝 움켜잡으려 몸부림치던 추억 한 조각이 사락사락 발자국 남기는 소리 내 하얀 머리 위를 소리.. 자작글-010 2010.12.23
배신 배신 호 당 2010.12.23 언제나 풍성한 그 논바닥에 내렸다 거기서 마음 나누고 먹이를 나누었다 한 때 싸늘한 바람에 물길마저 여의치 않았다 자꾸 메말라 들어 논바닥을 파헤치고 모으고 지각변동을 일으키자 새떼들은 날아 가버린다 유독 몇 마리는 남아 논을 터전으로 버티기로 작정했다 내 생애 배신.. 자작글-010 2010.12.23
정동중 정동중 靜動中 호 당 2010.12.23 일터의 장막을 걷고 떠다니는 구름으로 10여 년 먹구름으로 뭉쳐 가끔 비 내리는 무리들은 어깨를 펼치는데 희미한 구름 한 점 아무리 뭉쳐 봐도 이슬 한 방울로 내리지 못할 몸 이러다가 그만 돌개바람으로 흔적 없이 사라질거나 먹구름 한 점 못 품은 가슴 億 億 억장이 .. 자작글-010 2010.12.23
까치밥 까치밥 호 당 2010.12.23 친구들은 모두 가버렸다 달랑 나와 같은 몇몇만 매달렸다 아무리 바람 불어도 끝까지 버틸 거래요 그간 얼마나 힘들게 견뎌왔는데 뙤약볕은 약과지 태풍 닥칠 때는 송두리째 흔들어 친구들 많이 잃었지 버젓한 내가 갖은 역경을 이겨 커 왔거든 김치는 숙성될수록 맛을 내거든 .. 자작글-010 2010.12.23
된장 된장 호 당 2010.12.22 토담집 항아리에 갇혔군요 망나니같이 굴었으니 몇 놈의 친구와 같이 했으니 할 수 없지요 우리 썩어내려도 어울리면 맛깔스럽게 썩어 내리자고요 단단한 내 몸집이 아직은 견딜만해요 나에게 스며들어오라고요 곱게 누렇게 익는 홍시같이 단맛을 지니도록 무너질 거예요 마나님 .. 자작글-010 2010.12.22
하여가 何如歌 하여가 何如歌 호 당 2010.12.22 배꼽시계는 이맘때쯤 가장 왕성해요 어쨌든 낮 놀이하는 벌들처럼 와글거려요 무리 짓거나 쌍쌍이 날다 지친 비둘기가 떼를 지어 콩밭에 내린 것 같아요 달콤한 먹이를 서로 권하는 말에는 향긋한 둥굴레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해요 엘에이 갈비도 이국의 땅에서 제 향을.. 자작글-010 2010.12.22
늦잠자는 행복 늦잠의 행복 호 당 2010.12.21 문풍지가 떠는 새벽 창가엔 서릿발이 날 서고 늦은 햇살은 저만치서 꾸물거려요 엊저녁 술잔이 이 시각까지 연결되는지.... 따끈한 아랫목 그대 가슴에 묻히고 있는 듯해요 세상의 바쁨도 팽팽히 오므라진 고무줄도 아니고요 긴 하품 여덟팔자가 늘어진가요 따끈한 콩나물 .. 자작글-010 2010.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