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의 갈대숲 순천만의 갈대숲 호 당 2010.12.10 12월 초 겹겹이 두꺼운 옷차림으로 여기 왔는데 순천만의 가슴은 포근하다 갈대숲을 헤친다 발아래 밀물과 썰물을 맞으며 자란 갈대가 사계절에 걸쳐 얼굴 변했지만 사랑받아도 충분하다 지금 몸은 메말라 수척하고 하얀 수염 흩날려 해탈의 경지에 서서 고고하게 보인.. 자작글-010 2010.12.12
감나무 감나무 호 당 2010.12.9 모두 약탈당했다 그토록 아끼던 내 사랑아 너는 끌려가면서도 뒤돌아보지도 않니 빨간 분을 새기지 못해 약 올라 가슴 친다 그것도 추억으로 묻으려나 우두커니 맨몸으로 마른 향기 젖는다 시린 눈초리까지 뻗쳐온다 긴 침묵으로 외로움을 삼킨다. 자작글-010 2010.12.09
우월로 살라 우월로 살라 호 당 2010.12.8 우리 모두 같은 얼굴이 아니듯 서로 인정하기 싫은 것은 자기 우월로 살아가는 까닭이다 많은 꽃밭을 가진들 무엇하랴 이곳저곳 누비며 꽃 뿌리면 무엇하랴 화무십일홍인걸 내가 네 되기 싫은 것은 내가 성性 이 바뀌기 싫은 까닭이다 내가 위를 눈 막아놓고 아래 계단만 바.. 자작글-010 2010.12.08
경상감영공원-1 경상감영공원 호 당 2010.12.8 도시의 휘발성 배설물 피해 맑은 숨결로 이룬 기름 한 방울 떨어뜨린 곳 거기 푸른 물결 출렁이는 속을 풍덩 뛰어들어도 물 한 점 묻지 않고도 목욕하는 곳 신비의 音香 속으로 신비의 綠香 속으로 스며들면 젖은 말 한 점 바싹 말려 생기 찾는 곳 경상감영공원 자작글-010 2010.12.08
대한 大寒-1 대한 大寒-1 호 당 2010.12.6 상담실에 호출당하던 날 입술이 얼얼해서 발음도 옳지 않았다 전깃줄이 울고 참새 나래도 경련이 났다 호랑이 별명에 걸맞게 공과 사가 분명하고 날카로운 칼날같이 꾸짖는 선생 앞에서 문풍지처럼 떨었다 포효 같은 일갈에 오싹하면서 귓바퀴가 빨개졌다 이상.. 자작글-010 2010.12.06
미뉴에트 미뉴에트 minuet 호 당 2010.12.5 제아무리 음악을 좋아한들 나 트로트쯤은 흥얼거릴 뿐인데 감히 미뉴에트란 가당치 않지 소귀에 들어대고 미뉴에트를 들려줘 봐라 소여물 안겨주면 더 좋아할 걸 초등학생에 동요가 제격인데 요사이 뜻도 모르면서 발라드 ballade 니 재즈 jazz 니 흉내 내지만 속내 알기나 .. 자작글-010 2010.12.05
겨울 운암지 소묘 겨울 운암지 소묘 호 당 2010.12.3 아직 얼음은 보이지 않는다 환히 내다보이는 연못 속 연뿌리가 진흙 속을 박고 물 위는 된서리 폭격 맞은 잔해가 을씨년스럽다 연평도 폭격의 잔해와 같다 이런 것 두고 쑥대밭이라 하나 꽃대만 우뚝우뚝 섰거나 부러져 넘어졌다 잎은 아예 검게 그을리거나 찢어지거나.. 자작글-010 2010.12.05
후포항에서 후포항에서 호 당 2010.12.3 그날따라 인심 후한 후포항에 낮게 깔린 바닷바람이 세차게 휘몰아쳐 바다는 제 몸 가누지 못해 흰 거품을 막 토해내고 있었다 그곳엔 사로잡힌 바다생명이 석고 된 것이든 인큐베타에 있든 풍성한 만큼 그들의 뱃심도 두터웠다 일행은 쫄깃한 살코기를 앞에 두고 푸른 눈동.. 자작글-010 2010.12.04
인연의 고리 인연의 고리 호 당 2010.12.3 처음 만났을 때 맹물처럼 밋밋했었다 무미건조했었지 한 우리에 만난 암수탉이 본체만체했지요 한해 두 해 쌓일수록 진한 간장 진 국물로 변했지요 콩 국물에 간수를 친 것처럼 자꾸 엉켰지요 근래에 와서 진 국물에 맹물을 부어 희석하려 폭풍의 언덕으로 몰아넣으려 해요 .. 자작글-010 2010.12.04
하얀 당신 하얀 당신 호 당 2010.12.2 나비가 춤추던 계절 그곳에 당신은 새하얀 웃음으로 나를 반겨 주었지요 그런 당신을 햇볕도 대견스러워 당신을 어루만져 주더군요 당신이 풍긴 향에 나는 홀렸어요 순백 순수한 당신 얼음 사탕보다 더 시원한 빨강 물 가득 담아 알알이 영글면 그때 다시 나를 불러주세요. 자작글-010 2010.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