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향거실에서 남향 거실에서 호 당 2010.12.20 비스듬히 비낀 태양 유리창 문을 뚫고 쏜 햇살 나는 온몸을 쬐면서 즐긴다 유리창 문밖 냉기에 떨고 있는 사람들 유리창 밖은 인민공화국 유리창 안은 민주공화국 냉온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까 웅크리고 덜덜 떠는 모습에 짐작할 따름 그래도 창문 밖을 동경할까 유혹을 .. 자작글-010 2010.12.20
반지-1 반지-1 호 당 2010.12.20 둥근 환으로 얽혀 멘 약속 당신과 내 마음의 약속 사랑의 풀꽃 반지든 구리반지든 그 속에 녹은 변치 말자는 혼魂인 걸 소박한 반지 우리끼리 혼의 얽힘 변치 말자고 다이아몬드 루비 눈부신 반지 번쩍거려요 그 반지에는 어떤 혼이 녹여 있을까 반지를 끼려면 이쯤 돼야지 눈망울.. 자작글-010 2010.12.20
그리움-1 그리움-1 호 당 2010.12.19 개다 눈 내리다 하는 나이에 네게 빼앗긴 내 마음 두고 뿌리치고 가버렸어도 새벽잠 깨이면 문득문득 솟구쳐 서쪽 하늘에 뜬 샛별 나는 캄캄한 동굴에서 방향 찾지 못해 헤매는 희미한 눈빛이다 가슴까지 채워지는 밀물을 어찌 감당하랴 잠 못 이루고 눈망울만 굴리는 밤 창문 .. 자작글-010 2010.12.19
반갑습니다 -송년에 붙여- 반갑습니다 -송년에 붙여- 호 당 2010.12.19 또 한 해가 저문다 숨차게 달려온 길 곧 80 고지를 앞두고 있군요 그간 같은 문을 박차고 나와서 삶의 파도와 싸웠지요 그 중 가장 값지다 자부한 새싹을 기르는 것 그들은 대들보가 되었건만 우리는 노송의 그늘만 내리고 있군요 한때 내 주먹이 아직 꽃피울 수.. 자작글-010 2010.12.18
갈등 갈등 호 당 2010.12.18 한 그루의 나무에서 오롱조롱 정답게 여물었었지 인연 맺은 정으로 끈끈하여 마음 나누었거든요 세월의 소용돌이에서 나무는 수척해 버려 자기 무게의 쏠림을 감당 못해 분산하여 힘의 안배를 꿈꾸고 있어요 그러면 우리는 울타리에서 튕겨 나올 것인가 벌레 먹은 이야기 사탕 받.. 자작글-010 2010.12.18
논산 훈련소 불침번 나의 논산 훈련소 불침번 호 당 2010.12.16 밤은 깊어만 간다 불침번 훈련병은 피곤으로 병기는 부동의 침묵으로 조교의 호령은 소멸로 다들 잠들었다 나 하나 믿고 그때 연탄난로는 시들어 연탄을 갈고 불구멍을 조절했다 밖은 싸락눈이 싸락싸락 내무반은 코 고는 소리 몇은 감기에 쿨룩 모두 적막을 .. 자작글-010 2010.12.16
어는 도서관에서 어느 도서관에서 호 당 2010.12.16 입김이 내려앉은 적막에 싸인 곳이다 시렁에 올린 수많은 뽕잎 같은 책에서 사유 思惟의 누에들이 뽕 갉아먹는 소리만 들린다 그렇게 하여 누에고치를 이룬 것인데 뭣 이루려 해요 보이소 열심히 갉으시오 기침 소리만 정적을 깬다 생각하는 갈대의 침묵 싸락싸락 책장.. 자작글-010 2010.12.16
고백이라는 것 고백이라는 것 호 당 2010.12.15 귀중품을 잃은 주인이 윽박질러 옷 벗기려 한다 그래 못 벗을 것도 없지 찔리는 것 있나 마음이 후련할 것인데 허연 풀뿌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무참히 내가 밟히는 것 같다 그 후에 참외 서리를 했다 심야에 외밭을 결딴내었다 다음날 가슴이 조인다 검은 띠를 가슴에 두.. 자작글-010 2010.12.15
근황 근황 호 당 2010.12.14 오랜만에 그곳에 들렸다 그제나 이제나 구도는 같다 다만 화면이 약간 퇴색한듯하다 나팔은 그대로 성능을 발휘하고 있었지만 약간 탁한 음향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묵향이라든가 심연心淵에 고인 물의 양이라든가 액자에 박힌 초상화들이었다 다른 연못에서 헤엄쳐본다든가 낯.. 자작글-010 2010.12.14
용산전망대에서 용산 전망대에서 호 당 2010.12.10 갈대랑 솔숲을 헤치고 오르면 내가 찾으려는 정점 망막에 잡힌 영상은 한 폭의 그림 오후의 햇살로 어린 눈망울이 반짝이는 다도해의 조각들 그 갓으로 밀려난 아련한 산봉우리들의 숨결 추수한 바둑판 논에 철새들의 속삭임 갯벌 속에 보이지 않는 생명의 용틀임 바다.. 자작글-010 2010.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