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 가닥 마음 한 가닥 호 당 2010.11.15 지난 봄날은 꽃피워 당신께 바칠 수 있었지요 흐리다 게이다 하는 동안 푸른 시간은 지나버렸지요 늙어버린 시간만 쌓는 지금 고목은 동화작용을 생각지도 못하고 갈무리한 복령 한 꾸러미 끌어 지금까지 버텼지요 그러던 어는 날 나의 몸 귀퉁이 한구석에서 한자 부수 같.. 자작글-010 2010.11.15
떨어진 낙엽 떨어진 낙엽 호 당 2010.11.14 붉게 물 들린 시간은 끝났네 그때는 칭찬받았었지 지금, 침묵의 시간 함부로 대해도 어쩔 수 없어 끈 떨어지면 이렇게 대접받는가 바삭바삭 말라가는 시간에 이리저리 힘없이 뒹굴다가도 찢어져 버려도 피 한 방울 흘릴 일 없어요 마지막 시간을 밟는 중 휭, 돌개바람 하늘 .. 자작글-010 2010.11.15
너른 들판 : 너른 들판 호 당 2010.11.12 추수한 너른 들판은 망막하게 보인다 노란 가을은 획획 지나버리고 넓은 가슴으로 풍성하게 품었던 것 알알이 익었던 것을 남김없이 다 내어주고 그루터기만 남아 멀쑥하다 알알이 훑어낸 지푸라기를 다발로 뭉쳐 둔 흰 꾸러미가 점점이 모여 엷은 햇볕을 쬔다 보시하는 가.. 자작글-010 2010.11.13
푸른 눈동자들 푸른 눈동자들 호 당 2010.11.12 그곳엔 푸른 눈동자를 가진 젊디젊은 정기로 가득 메워 있었다 그 속을 헤치면 온천욕보다 더 신선한 목욕탕에 멱 감고 나온다 늘씬하고 곧게 자란 이는 모나거나 삐뚤어지지 않았다 마음 비워 사심 품지 않아 담백하고 변하지 않은 푸른 빛깔의 눈동자는 날카로운 예지.. 자작글-010 2010.11.13
불심에 젖은 단풍 불심에 젖은 단풍 호 당 2010. 11.12 백양사 가는 길 붉게 물들여 불심으로 이글거린다 수많은 눈동자는 무엇에 이끌려 몰려들까 나 그 무리 속 하나 반야심경 목탁소리 단풍에 내려앉아 우수수 낙엽 진다 낙엽 밟고 당신 앞에 마주 선다 세월이 한잎 두잎 떨어진다 멍든 마음 한 꾸러미 비워낸다 공허한 .. 자작글-010 2010.11.13
미련 미련 호 당 2010.11.8 좋아서 만나 싫어서 헤어진다는 유행가 한 토막 있지요 미소만 가득해요 꽃이 피어 있는 줄만 알았지요 막다른 골목이 있는 지 생각지 않았어요 꽃피는 골목 돌담에 먹잇감이 가득해요 도마뱀이 맘껏 즐겼지요 축제 한마당 같아요 미소가 뜸해지네요 꽃이 뚝 떨어졌어요 막다른 골.. 자작글-010 2010.11.08
해운대 달맞이 길 : 해운대 달맞이 길-문탠로드 -드라이브길- 호 당 2010.11.5 곡도 曲道굴러 빠져들면 여인의 궁둥이와 마주 부딪혀서 기분 좋은 길 단풍으로 치장한 굽은 길 하얀 백사장을 파도가 살짝살짝 핥는다 여인의 속살처럼 간간이 슬쩍슬쩍 보여주는 길 연인을 끼고 걸어 가슴 설레는 길 사랑과 연정이 깔린 길 .. 자작글-010 2010.11.08
낙동강 준설공사 낙동강 준설 호 당 2010.11.6 낙동강 바닥을 일개미들이 모래알을 물고 나른다 모래더미는 패잔병의 무리인지 고물상의 재생용 폐휴지인지 무기력하다 개미의 부지런한 몸짓 머리엔 큰 보를 새우고 맑은 물을 가두어 풍요를 꿈꿀 것인가 개미떼의 이마는 땀방울 대신 모래먼지를 덮어쓰고 엔진 굴리는 .. 자작글-010 2010.11.07
자연장 자연 장 自然葬 호 당 2010.11.6 나 죽어 흙으로 돌아간다. 와글거리던 말 속에서 말, 말을 낳고 말의 씨앗을 뿌리고 말이 늙어버렸다 말이 멈추고 피톨의 행진을 정지하고 약탈과 착취로 지탱한 고깃덩이는 응고하고 출입문을 잠근다 말이 갖고 있던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마지막 한 벌의 수의와 목곽이 .. 자작글-010 2010.11.07
덫은 쉽게 찾는다 덫은 쉽게 찾는다 호 당 2010.11.6 너를 향해 덫을 놓았거든 왠지 네가 미워졌으니까 당신의 덫에 내가 빠졌으면 좋았을 걸 뛰는 놈 위에 나는 독수리가 있어 덫은 쉽게 띄거든 여기저기 쿡쿡 찔러보면 날카로운 눈초리의 망막에 잡히거든 비상한 잔머리를 굴러 상황파악을 활자로 새겨 두거든 독수리의 .. 자작글-010 2010.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