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겉절이 무 겉절이 호 당 2010.10.19 연한 무청을 보고 연약하고 아삭아삭 씹히는 겉절이가 먹고 싶었다 어제 백화점에서 만났던 아가씨가 성큼 다가왔다 성깔머리 부드럽고 연한 그녀 옆에서 심술부려도 웃음으로 대하던 그녀 마음을 빼앗아버린 그녀 같다 덥석 한 움큼 잡고 와서 심사대에 올려 통과한 것만 깨.. 자작글-010 2010.10.19
공동묘지를 지나며 공동묘지를 지나며 호 당 2010.10.17 우거진 산등을 넘고 공동묘지를 지나 집에 간다 재잘거리다 늦은 귀갓길 등에 맨 책보자기에 필통이 철컥거리네 파란불 치켜든 도깨비 “오라버님 같이 가요” 들은 이야기 필통소리를 죽이려 조심스럽게 옮긴 발자국 머리카락이 빳빳 따끔따끔한 송곳 땀이 다듬이 .. 자작글-010 2010.10.17
그곳에 가면 그곳에 가면 호 당 2010.10.16 용암산 정기 精氣 모인 명당 좌청룡 우백호가 엄호 掩護하고 사해의 기운이 밀려오는 곳 그곳에 원앙의 보금자리 한 채 여기 서운瑞雲이 몰려와서 단비 뿌리고 밝은 햇살은 종일 놀다 따스한 사랑 적시네 맑디맑은 솔바람 향이 산내음 물씬 풍겨 마음 씻어 활기 심어줘 당신.. 자작글-010 2010.10.17
복숭아꽃 복숭아 꽃 호 당 2010.10.15 일 년을 기다렸어요 그이가 온다기에 가슴 두근거리며 부풀었지요 간혹 찬 이슬 적신들 개의치 않아요 치맛자락 휘감듯 봄바람에 실려 그이가 와요 임의 살결인 듯 부드러워요 벌 나비도 춤춰요 드디어 그이와의 해후 가슴 활짝 열어 그이를 맞았어요 황홀한 시간은 잠깐 그.. 자작글-010 2010.10.15
사색의 길 사색의 길 호 당 2010.10.14 혼자만 거창하게 이름 하여 사색의 길이라 했다 칸트가 즐겨 사색하며 걷던 독일 하이델베르그의 카알데오도르 다리처럼 새벽만 되면 맑은 영감의 씨앗이 눈처럼 가득 내린 것 같다 이 길을 지나면 허튼 항아리가 말끔히 헹궈 맑은 물로 가득 채울 것 같다 새벽을 헤쳐 사색의.. 자작글-010 2010.10.14
황혼의 독백 황혼의 독백 호 당 2010.10.12 내가 그곳을 들렸을 때 몇몇 희미한 불덩어리가 맥없이 타고 있었다 김빠진 맥주를 마신 그늘에는 싹 틔울 햇살은 내리지 않았다 이글거리던 태양 아래 있을 때 양음의 골짜기를 거쳐 흘러내린 지류의 수와 물줄기의 세기라든가 키워 놓은 고구마의 긁기라든가 명성을 키운.. 자작글-010 2010.10.12
학원 다니는 아이들 학원 다니는 아이들 호 당 2010.10.11 밤하늘 별처럼 다닥다닥 붙은 학원들 밤낮으로 빛을 뿜어 밝기를 헤아릴 수 없다 별이야 금방 알아내지만, 겉보기 치장으로 분간하기 어렵다 갖가지 낯선 말장난으로 낯선 몸짓으로 불빛을 창틈으로 흘러 배움을 덧붙일 어린 피를 꾄다 화려한 얼굴에 보이지 않은 .. 자작글-010 2010.10.11
눈먼 시류 눈먼 시류 호 당 2010.10.10 물결 흐름에 같이 얹혀 흐르는 것이 편할 건데 유독 주적거리는 나 세상 물정 모른다고 핀잔받는다 목욕비 3,500원 냈더니 할인제도를 폐지되어 4,500원을 내라고 한다 3,500m 상공을 나는 독수리가 4,500m에서 날아도 어지럽지 않다고 한다 앞으로 더 높이 날 수 있다 하니 얼마.. 자작글-010 2010.10.11
사량도 해녀 사량도 해녀 호 당 2010.10.8 사량도에서 거의 평생을 물때 묻은 해녀다 새파란 풀잎과 같을 때야 달거리가 다가오면 공연히 싱숭생숭 그이가 그리워 울렁거리지만 거의 매일 오르가슴과 상관없이 본능적으로 관계해야 하는 나 부레옥잠으로 촉수마다 부풀려 떠야 하고 물오리 물갈.. 자작글-010 2010.10.09
몰입 몰입 호 당 2010.10.8 그 속을 가득 채운 루우즈 rouge 묻은 입술들이 도깨비에게 홀려 들끓는다 도가니 속 같은 곳에 저마다 녹고 있다 녹는 것에 달콤한 음향으로 기름 부어 더 쉽게 녹아내린다 흐물흐물 연체동물 문어 낙지다리 다리로 녹는 모양도 각각 색깔이 보인다 그렇게 달구어도 녹지 않은 멍텅.. 자작글-010 2010.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