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에 새겨 둔 활엽수들 망막에 새겨 둔 활엽수들 호 당 2010.10.29 산 밑에서 만난 낯선 나무는 70골도 넘는 나이테가 구불구불했었다. 듬성듬성 섰던 나무 사이로 낯선 구름이 스치고 낯선 햇볕이 찌그러진 그늘을 파고들었다 엷은 온도에 새잎을 피기 시작했지만, 그 속도는 달랐다 숲을 키우려는 나무들은 떡갈나무 참나무 조.. 자작글-010 2010.10.29
불곷 놀이 불꽃놀이 호 당 2010.10.27 먹물 바다에 별만 박혀 속삭인다 한 방의 폭음에 울컥 토해낸 은빛 배설물 산산이 부서져 꼬리치다 사라진다 속 깊이 쌓인 울분 확 토해내면 빈 가슴 속이 시원할 듯 아니 공허감 박수 환호 흥분 刹那 須臾 暫時 이승에 꽃피우고 소멸이 정석 축포 폭음 뒤끝 별만 시치미 떼고 .. 자작글-010 2010.10.28
독백-1 독백 /호 당 2010.10.26 빛바랜 인생에 잠시만이라도 반짝이고 싶다. 암흑의 밤길에 희미한 불빛이라도 되고 싶다 세상이 온통 황금의 흙탕이라도 풍덩 뛰어들기는 싫다 목마르고 배고픈 자에 한 줌의 쌀알로 꾀어도 거꾸로 흐르는 강물엔 뛰어들지 않겠다 석벽의 소나무는 아침 이슬 머금고 독야청청하.. 자작글-010 2010.10.26
골판지를 캐다 골판지를 캐다 호 당 2010.10.26 알밤 떨어지면 밤잠 설친 어린 시간은 늙어버렸다 냉수 한 컵으로 빈속을 깨운다 골판지 얼굴로 새벽을 뚫고 골목을 밟는다 손수레가 먼저 나를 기다린다 노동의 길거리는 일정하지 않아 굶은 똥개도 마다하는 짓을 쓰레기통 뒤져야 한다 골판지 남들은 쓰레기 나는 황금.. 자작글-010 2010.10.26
어둠 맞는 雲岩池 어둠 맞는 雲岩池 호 당 2010.10.25 어둠을 알아차린 까마귀 떼가 산을 넘을 무렵 내 옆구리를 스치던 발걸음 소리도 어둡다 잔잔한 미소 짓는 내 낯바닥에 노을이 잠시 내리다 사라지니 적막과 동침할 일만 남는다 땅거미가 깔리면 밥상머리로 歸巢는 본능인데 나, 조용히 가슴 안고 밤을 맞을 뿐이다 어.. 자작글-010 2010.10.26
마른 꽃잎 매단 국화 마른 꽃잎 매단 국화 호 당 2010.10.23 가을을 다 써버렸다고 한탄 말라 시들고 마른 꽃잎 붙들고 있어도 할 만큼 줄 만큼 다 했다 곧 사라질 나비 날갯짓에도 희망을 안고 꽃에 내리는데 남에게 안겨 줄 국화 향기 남았다 세월은 왔다가 가는 것 인생도 너도 가는 것 한 세상 향기 날리고 가는 것이 얼마나.. 자작글-010 2010.10.23
강변풍경 강변 풍경 그 식당에 가면 호 당 2010.10.21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정물화로 걸려 있다 액자 변두리는 낙동강물이 눈알을 반짝거리며 소곤거리고 건너편 굴착기의 동영상이 여유롭다 액자에 담긴 풍경이 맛깔스러워 여기 특허받은 맛과 냄새가 고여 매스컴에서 치켜 새웠다 한 번 공중을 날면 철새도 텃.. 자작글-010 2010.10.22
구름다리 건너 구름다리를 건너 호 당 2010.10.21 여명이 다가 올 때까지 곤히 잠든 그를 깨웠어요 뒤척거리는 그의 등을 타고 천천히 내디딥니다 구름다리는 하늘을 꿰고 가슴 젖혀 나를 받아들이더군요 새벽을 가르고 한 계단씩 오르면 가슴이 자꾸 벅차올라요 잠자던 새들도 깨어 나를 응원하네요 힘들어 정상에 올.. 자작글-010 2010.10.22
아파트 한 채 아파트 한 채 호 당 2010.10.19 외길은 골목길 40여 구비 돌아 그만 막혔어요 후배들에 넘겨줘야죠 눈치 바람이 싸늘하게 불 때마다 당신은 문풍지를 바르고 나는 앳된 말이 부서져 셀까 봐 무척 맘 졸였지요 새끼 거느리고 이 골목 저 골목 눈물 뿌렸지요 외길 멈춘 골목에 움막 같은 아파트는 내 땀과 눈.. 자작글-010 2010.10.20
검버섯 검버섯 호 당 2010.10.19 벌거숭이산이었던 것이 오랜 세월을 견뎌 솔이 우거졌어요 묵은 시간이 쌓인 바탕 위에 검버섯이 돋는군요 어둠이 깔린 밤이면 유난히도 빛나요 반들거리던 낯바닥으로 묘목을 키우고 낙엽을 끌어모아 부엽토에서 큰 재목을 길렀거든요 할 일 다했노라고 이끼 낀 이랑에서 검버.. 자작글-010 2010.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