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례식장 ★ 어떤 장례식장 ★ 호 당 2010.9.27 밤낮 가리지 않고 그곳 지하는 슬픔의 그늘이 깔렸다 애통의 음향이 먹구름으로 승화하여 빗방울로 떨어진다 방마다 고인 검은 색깔에 슬픈 낯바닥을 향로의 연기가 훑는다 영혼을 달래는 국화행렬이 침묵하지만 이승의 부귀영화 빈부격차가 여기 저승 가는 길에 .. 자작글-010 2010.09.29
멍든 사과 멍든 사과 호 당 2010.9.26 태풍 곤파스에 흠집 생긴 사과를 골라낸다 저마다 붉은 낯바닥으로 하얀 속살에 단단한 씨앗을 품고 가슴 맞댄 흔적이 여실하여 단물을 배고 있다 그때 서로 관계된 시간만큼 아무도 눈 흘기지 못하여 밀착되었으나 태풍 후 멍들고는 서로에게 그늘이 드리워져 버렸다 가슴 비.. 자작글-010 2010.09.26
만유인력 만유인력 호 당 2010.9.23 그네에 매달려 있으면서 내 위치에서 또 다른 질서에 매달려 있을 거야 지구라는 큰 우주선을 타고서 밤하늘을 쳐다본다 수많은 별이 깜박거린다 별과 나는 줄다리기로 제자리에서 매달린 것이다 별과 별도 저들끼리 줄다리기를 하네 힘에 지쳐 궤도를 벗어난 별똥별이 붉은 .. 자작글-010 2010.09.23
언 가슴 언 가슴 호 당 2010.9.22 보육원에서 자란 그는 가슴은 바싹 마른오징어다 바밤바를 갖고 밤길을 걷는다 석 달 열흘 가뭄의 거리를 방황하다 돌부리를 차면 기어코 뿌리를 뽑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였다 맞은편 수선 아저씨의 재봉틀에서 쇳가루 깎는 소리가 고막을 깎는다 구름 한 점 없는 밤인데 별이 .. 자작글-010 2010.09.22
낙동강 낙동강 호 당 2010.9.20 영남의 젖줄 낙동강 700리 긴 세월 흘렀다 동맥처럼 흘러 영남의 몸통을 살찌웠지 묵은 세월이 쌓이자 나 낙동강은 늙어버렸어 늙은이의 동맥이 경화되듯 때로는 넘치거나 막히거나 그때마다 병원 찾았지 아무리 병원 간들 응급처치로 다스릴 뿐 나 이제 대수술로 동맥을 활짝 훑.. 자작글-010 2010.09.20
LP음반 LP음반 호 당 2010.9.20 내 앞에 LP 음반이 돌아가며 음파를 방사한다 내가 저 LP 음반에 편승했다면 현기증에 쓰러졌을 걸 그러나 지구에 올라탄 나 자전의 속도를 몰라요 멈출 줄 모르는 시계추가 세월을 모르는 것처럼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가 좋아 영혼이 돌아올 수 없는 교신이 끊긴 위.. 자작글-010 2010.09.20
구름다리 구름다리 호 당 2010.9.18 새벽을 가르고 16차선을 가로지른 구름다리를 건넌다 등을 타고 멀리 바라보니 신기루 같다 모텔을 모아놓은 골목에서 20대 아가씨 둘이 하얀다리를 휘저으며 시시덕거린다 갑자기 검은 파도가 밀려온다 검은 장막을 뚫고 구둣발 소리 사라지고 이어 괴상한 소리 긴 다리 걸치.. 자작글-010 2010.09.18
한가위 한가위 호 당 2010.918 만삭의 젖가슴이다 풍성한 마음으로 맞는 한가위 부모 친척 얼굴들이 고향산천 얼굴이 모두 보름달 개미떼의 나들이 마음은 고향 몸은 도로 위 차 조심 몸조심 머리카락 희끗거려도 마음은 새파래 효도 한 꾸러미 고향 정서 부모 마음 두 꾸러미 보름달같이 둥근 마음으로 즐겁고 .. 자작글-010 2010.09.18
손잡이 손잡이 호 당 2010.9.18 저녁노을을 보고부터 손잡이를 더 가까이했다 놓칠 수 없다 많은 지문 위를 덧칠해도 곁에 있으면 든든한 지킴이인 걸 버스 안이든 전동차 안이든 중심을 잡아주는 보호자인 걸 곁에 있어 안심인 손잡이 멀리 있는 손잡이가 더 불안해 손잡이도 손잡이 나름인걸 자작글-010 2010.09.18
산골마을 시골로 산골마을 시골로 호 당 2010.9.17 가슴 답답하다 어디 가도 꽉 들어찬 매연과 소음 시멘트가 뿜는 숨결에 목이 멘다. 그때만 해도 도시의 눈 밖으로 취급받던 곳 이방인쯤으로 취급받던 곳이었는데 부풀어 오른 도시의 뱃심으로 몸체의 밥통이 차지한 곳이 되어 오그라질 줄 모르는 도시의 뱃심이 싫어 .. 자작글-010 2010.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