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다는데 심심하다는데 호 당 2010.9.8 전화 걸려왔다 뭐하노 심심하다 벌써 목동 타래 놓은 지 10여 년 흔히 장노라 한다 장기간 논다는 은어 속에 깊은 수렁이 있다는 것일까 보람 있는 거리를 못 찾고 심심하다는 것 깊은 우물을 누가 퍼가며 출렁거려야 할 텐데 그대로 고여 있다는 것 그것은 고독이 고여 있다.. 자작글-010 2010.09.08
오늘 오늘 호 당 2010.9.8 어둠 장막 벗어나면 밝은 무대 위에 흰 날을 펼쳐준다 누구나 흰 날 위에 나름대로 구도에 색칠한다 고단한 나래 퍼덕이는 이, 찌그러진 골판지를 허우적거리는 이, 어두운 골방에서 둔탁한 소리 내는 이, 머리 동여매고 숨겨진 알갱이 찾는 이, 갖가지 몸짓으로 색칠할 것이다 내 구.. 자작글-010 2010.09.08
희망 희망 호 당 2010.9.6 노을 비낀 산등성이로 가느다란 샛길이 보인다 새로 산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아 논둑길을 거쳐 누구도 밟지 않은 새 길을 내어 내가 밟고 달릴 것이다 때로는 자전거 체인이 벗겨질지라도 쓰러지지 말고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 새 길을 닦아 가리다 내 뒤따라 자전거를 몰고 오는 .. 자작글-010 2010.09.06
어떤 강당 어떤 강당 호 당 2010.9.3 지하 너른 강당은 우리를 기다린다 확 터놓고 가슴 열어 빈 가슴에 삶의 젖가슴 가득 담아 보겠다는데 삶의 종반을 건너는 누런 이파리들뿐이다 한때 팔팔하게 동화작용 했었는데 지금은 마지막을 꽃피울 눈동자였다 가슴 가득 담아낼 공간 푹 쉬었던 가슴 활짝 연 것이다 나는.. 자작글-010 2010.09.06
홍어 홍어 호 당 2010.9.6 아직은 몰라 그 아릿한 맛 발정기의 달밤이 환히 비출 때 앞을 스치는 그 여인의 향내가 홍어의 아릿한 향기처럼 내 코를 찌르면 나도 모르게 그녀의 꽁무니를 쫓을 거야 덜 익은 사내들이야 그 진미를 모르겠지만 굳이 미식가가 아니더라도 예부터 탐닉耽溺했다 호색.. 자작글-010 2010.09.06
제7호 태풍 곤파스 제7호 태풍 곤파스(kompasu) 호 당 2010. 9.2 그가 휩쓸고 지나는 곳은 무자비한 검은 심통 心統 터뜨린 흔적만 남긴다 폭풍우를 휘몰고 와서 꽉 찬 심술보의 먹물을 막 쏟아 놓는다 그의 오른팔에는 황폐의 시한폭탄을 들고 사정없이 터뜨린다 불한당이 지나간다 인간은 그의 횡포에 겸손 한다. 자작글-010 2010.09.02
그 나무 이파리는 흔들지 않는다 그 이파리는 흔들지 않는다 호 당 2010.8.29 오래 묵은 나무들이 서 있습니다 그들끼리 같이 흔들일 일 있으면 바람 불지 않는 날에도 이파리 흔들어 그늘을 시원하게 합니다 제 이파리 한 잎 떼어 윗전에 보낸 것이 채택되어 시렁에 놓이게 되었다고 제 딴에는 이파리 흔들어 대는데 옆의 나무 이파리도 .. 자작글-010 2010.08.29
글과 그림전 글과 그림전 호 당 2010.8.27 그 공원에는 글판 멘 아가씨에 이글거리는 태양이 쏟고 있었다 글판 멘 아가씨들이 미인 대회 나선 것처럼 통로 옆으로 늘어섰다 다 그만그만한 얼굴로 다 그만그만한 말솜씨로 다 그만그만한 차림으로 다 그만그만한 풍경을 메고 주인 황새 오기만 기다린다 날아왔다는 흔.. 자작글-010 2010.08.28
냉면 한 그릇 냉면 한 그릇 호 당 2010.8.24 아들 하나 둔 애비로 자식 놈 인간 되게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들놈은 삶지 않은 면발처럼 빳빳하고 강직하고 허리 굽힐 줄 모른다 어른 앞에서 눈을 똑바로 치켜뜨고 가시 돋친 소리로 대들기 일쑤다 부러지면 부러질지라도 절대로 굽힐 줄 모르는 성격 자식 하나 잘못 .. 자작글-010 2010.08.26
행복을 심는 카페 행복을 심는 카페 호 당 2010.8.27 확 트인 문양들 아담한 곳에 무거운 마음 주워담아 가볍게 내려놓을 카페 은은한 음향에 가슴 적시고 은은히 피어오른 녹향 속을 사랑의 파랑새 훌쩍 날려서 마음 주고 마음 받아 서로 녹이면 가까이 다가오는 그대의 단심 녹차에 묻었던 묵은 흔적을 느긋하게 찬찬히 .. 자작글-010 2010.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