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카페에 가면 그 카페에 가면 호 당 2010.8.26 땅속 철마 반환점에 확 트인 가슴으로 무거운 마음 내려놓을 좋은 곳 들판으로 산등성으로 휘젓던 푸른 손이 녹향 속에 깊이 스며 사랑의 속삭임에 단꿈 적셔도 좋을 곳 호미 잡던 손 기름 묻은 장갑 손 볼펜 잡던 하얀 손 두 손 비벼 탁탁 털고 음향에 녹향에 맘껏 취할 좋.. 자작글-010 2010.08.26
국지성 호우가 남긴 자국 국지성 호우가 남긴 자국 호 당 2010.8.25 불볕가마솥에서도 한 점 이변이 인다 낯바닥을 달구는 햇볕에도 검은 먹구름 쏟아낸 국지성 局地性 호우가 이마를 핥기고 간 검은 흔적이 검버섯처럼 싫다 남으로는 하얀 모래 끼고 파도를 타고 헤엄치는 바캉스꾼들이 터널을 들락거리며 땀방울 씻어낸다 폭염.. 자작글-010 2010.08.25
뒤안길 뒤안길 호 당 2010 8.23 누가 눈길이라도 보내 준다면 눈망울 빛날 텐데 찬란한 것을 몸에 두를 때는 하늘 날 날개 달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추락한 날개 퍼덕거려 봐야 헛방이다 한여름 그늘만 모은 공원을 즐기는 이에게 손 뻗쳐 일손 끌고 갈이도 없다 노을 붉게 빛낸들 잠시 곧 어둠이 올 테니 눈길이 .. 자작글-010 2010.08.23
여름 문학축전 여름 문학축전 호 당 2010.8.21 노천강당은 벌통 같다 그 안에 벌꿀 채반같이 켜켜이 쌓인 구멍마다 문학 이파리들이 꽉꽉 박혀서 헉헉거린다 녹아내리는 꿀 대신 진한 문학의 땀방울로 흘러내리는데 연신 이파리를 펄럭거리며 열기를 날린다 그 속에 문학 이파리는 더 넓게 펼쳐갔었는데 무대에서 조명.. 자작글-010 2010.08.22
불볕더위의 가장자리 ♣ 불볕더위의 가장자리 ♣ 호 당 2010.8.20 아름다운 아가씨의 틈바구니에서 마음 약한 나 말실수로 잉겅불 보다 더 화끈거렸다 그때 그들의 야유는 홍당무 보다 더 진하게 달아올랐다 에어컨의 전기에 겁먹어 대신 선풍기의 부드러운 바람이 옛사랑의 젖가슴인양 부드러웠다 이열치열을 실천하려 찜.. 자작글-010 2010.08.20
돌아가고싶다 돌아가고 싶다 호 당 2010.8.19 누구나 가슴에 새겨두고 책장 넘겨 볼 때가 있다 LED 화면을 보고 있으면서 흑백TV의 환상을 끼고 있다 누구나 고향을 가슴에 품고 지낸다 벌거벗고 물장구 튀기는 냇물과 호미 들고 논밭 훑은 일과 하늘 나는 새떼들을 한 움큼씩 묻어 두고 있다 누구나 귀소 歸巢의 본능을 .. 자작글-010 2010.08.20
돛단배 돛단 배 호 당 2010.8.19 햇잎으로 꾸민 돛단배는 푸른 물결을 헤치며 도도하게 흐를 때 행운의 여신을 가두지 못해 낙엽 된 나뭇잎 배가되어 추억의 강을 그린다 위쪽에 살면서도 올라간다는 말을 뱉어야 하는 곳에 노른자위 기왓장이랑 지척의 무논 떼기랑 한 움큼의 모래톱으로 손아귀로 흘러버렸다 .. 자작글-010 2010.08.20
호박덩굴 호박 덩굴 호 당 2010.8.18 한창 꽃피울 때 뭇 호박벌의 사랑을 받아 발정기의 절정을 이루었지 지금 땀방울 흘리며 불임의 가슴 움켜잡고 한낮에 기를 못 펴 처진 몸으로 헉헉거린다 헛꽃이라도 피워 호박벌을 꾀고 싶지만 달거리 끊긴 지 한참 맥없이 처진 몸 이러다가 생의 밑뿌리를 일깨우지 못할까 .. 자작글-010 2010.08.18
적막-1 적막(寂寞) -1 호 당 2010.8.18 내 앞에 전개된 풍경 속에 쓸쓸한 시간만 가득 채워져 있다 고층 아파트 거실에 TV는 떠들고 자동차의 클락숀 오토바이 폭주 갖가지 소리 날아들어도 말이 없는 관음죽처럼 적막을 깨트리지 못한다 많은 음파가 출렁거렸을 것이지만 반응 없는 관음죽이 적막을 속으로 삭이.. 자작글-010 2010.08.18
멀리 흘려버린 나뭇잎 멀리 흘려버린 나뭇잎 호 당 2010.8.16 긴 담뱃대에서 그가 빨아올린 연기가 곧장 맥없이 흩어진다 힘 실어 빨아올린 연기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도 맥없다니 긴 겨울밤 얕은 잠에 지새우기 힘겹다 그래도 눈뜨면 얕은 고개라도 넘으려는 희망은 지울 수 없다 낮은 언덕에 올라 멀리 바라보는 망지기로 들.. 자작글-010 2010.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