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저문 날에 눈 내리다 한 해의 저문 날에 눈내리다 호 당 2010.8.14 눈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다 어디서부터 오는지 내 앞까지 왔다고 느꼈는데 어느덧 사라져버리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 나에게 사랑을 줄 듯 줄 듯하면서도 곧장 사라져버리는 미로의 사랑 곧장 흰 치맛자락 흔들어대며 춤추듯 다가오다가도 정작 가깝다고 느.. 자작글-010 2010.08.14
청옥산 그늘 청옥산 그늘 호 당 2010.8.13 청옥아 이렇게 훌쩍 커버렸구나 잘 다듬고 치장하여 세련된 처녀 지금 너는 벌 나비 눈총받아 많이들 시달리겠구나 묵은 시간을 들추면 연화*를 중심으로 푸르고 싱싱한 아가씨들 치맛바람 휘날렸지 봄의 발정기 때면 푸른 젖가슴으로부터 뿜어대는 정기에 매혹되어 도시락.. 자작글-010 2010.08.14
면접 면접 호 당 2010.8.12 내 낯바닥을 그대들 앞에 보이기란 쉬운 일 아니지 나뭇가지가 바람 부는 데로 흔들어주면 되지만 당락이 좌우되면 좀 다르지 공연히 사시나무 떨듯 울렁거린다 종잡을 수 없는 말 헝클어진 실타래 풀리다 엉킨다 술술 풀어헤치지 못하니 비틀거린다 골 파인이랑 위에 사정없이 짓.. 자작글-010 2010.08.12
빈 가슴 빈 가슴 호 당 2010.8.11 내 가슴엔 동공이 숭숭 뚫렸다 큰 장마로 밑동이가 파 해쳐져 뿌리만 드러난 한 그루의 나무 산사태로 큰 동공을 만든 것이다 이 동공을 무엇으로 채울까 누군가 흙으로 메워준다면 허전한 가슴 채워 맘껏 뿌리 뻗을 텐데 허우대는 멀쩡한 나무 빈 가슴 움켜잡고 오래 묵은 생의 .. 자작글-010 2010.08.11
소낙비 맞다 소낙비 맞다 호 당 2010.8.10 싱그러운 이른 아침 느티나무 가로수 밑을 가볍게 내딛는 발걸음 맑은 하늘이 갑자기 마음 바꿔 먹구름 불러 모아 사정없이 소낙비를 쏟는다 아스팔트 위를 일제히 물 총탄의 탄흔이 틘다 종이상자가 일그러진다 나의 방어벽은 기능을 잃어 버렸다 거침없이 스며든다 마음.. 자작글-010 2010.08.10
소녀시대 소녀시대 호 당 2010.8.9 아직 분홍빛깔 물들지 않았다 하얀 백지 위에 꿈을 그릴 때다 어린조개에 순수 알갱이로 떠오르는 소녀의 하얀 마음만을 채우고 싶다 우리 시대의 끼를 푸르게 자라는 묘판의 묘목같이 싱그러운 눈을 번득여 다발로 발랄한 음향을 날리고 싶다 한 무리로 각기 얼굴 다르듯 개성.. 자작글-010 2010.08.09
도시철도 3호선 도시철도 3호선 호 당 2010.8.8 팔거천을 따라 도시철도 3호선이 건설 중이다 몇 년을 미루다 드디어 대수술을 거쳐 삶의 질을 높이려 했다 늙은 입 크게 벌려 오래 버티기란 고역임이 틀림없지만 그는 치아를 가지런히 다듬어 입속으로 모노레일을 깔아 매끄럽게 씹어 넘길 것을 꿈꾸며 맛있는 살코기를.. 자작글-010 2010.08.08
하얀 달 하얀 달 호 당 2010.8.6 여물었다고 믿은 나 이쯤 되면 누구를 그리워할 때 하얀 달밤에 오랫동안 그리던 그를 만났다 처음 느껴본 심정 오늘따라 찬란한 햇빛처럼 포근히 감싸주어 무작정 끌려 버렸다 캄캄한 장막을 나란히 베고 난 후 하얀 달님에 흑점 하나 새겨 들고 밖을 나서니 하얀 문종이에 물감 .. 자작글-010 2010.08.06
폭염 暴炎 폭염 暴炎 호 당 2010.8.5 연일 폭탄을 투하한다 섬광이 번쩍거린다 화염에 쌓인 대지가 화병에 걸렸을 것이다 반죽임을 당한 나 그늘을 덮었으나 생수의 소화액을 분출하여 보았으나 당하지 못한다 속으로 스며드는 분노는 쇠막대로 전도되어 누가 뇌관을 살짝 건드려도 폭발 직전 쌓인 짜증은 물관을 .. 자작글-010 2010.08.05
변성기를 거치다 변성기를 거치다 호 당 2010.8.3 산등성이에 깊게 쌓인 눈이 나 모르는 사이 녹고 구름 떠나듯이 어린 시절도 흘러버렸다 눈 녹는 동안 우리는 딱지치기 공기놀이들에 열중했다가 어느샌가 축구 아니면 야구로 옮겼다 들녘에 아무렇게나 자라는 복숭아, 털을 덮어쓰고 비릿한 맛을 삭이면서 커갔다 이 .. 자작글-010 2010.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