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대 연애시대 호 당 2010.8.2 미치도록 좋아 사랑해 우리의 사랑은 달밤이 더 진해 달밤 창문으로 흘러온 노래 미완성 교향곡을 들으며 장조의 음계를 밟아요 남몰래 가슴이 울렁거려요 별의 가슴에 마음을 새겨도 좋다는 완성의 나팔은 허락지 않아요 속이 새카맣게 타요 늙고 묵직한 톤이 단조의 음계를 .. 자작글-010 2010.08.02
기분 좋은 이발 기분 좋은 이발 호 당 2010.8.2 달거리 하듯 정기적으로 찾아요 죽순처럼 빳빳이 자란 내 머리카락 그녀의 꾀임에 쑥 들어가 한 꺼풀 꽃대에 걸고 잘 다듬은 침대에 눕히고 종달새처럼 달콤한 속삭임에 가슴이 설렌다 살과 살의 마찰이 봄바람 스친 듯이 부드럽다 내 수염 한 자락씩 미끄러져도 쾌감은 .. 자작글-010 2010.08.02
아파트 아파트 호 당 2010.8.1 층층이 포개 산들 서리 맞으랴 층층이 마음 포개면 생명수 얻을 것이지 둥지를 비우고 채우고를 같은 수레바퀴에 올렸으면 수평의 파도를 같이 탈것이지만 심하게 어긋난 지층처럼 괴로울 때는 없으리오 탁탁 세탁기 톡탁톡탁 칼질 와르르 장난감 구르는 저 불협화음이 머리를 짓.. 자작글-010 2010.07.31
8월의 시 8월의 시 호 당 2010.8.1 무안당하지 않았다 욕망을 꺾은 적 없다 그래도 화끈거리고 맥없이 무너져 앉는다 식욕은 저당 잡히고 짜증은 불쑥 튀어나온다 푸른 색깔은 철만나 다가올 계절을 여물게 하려 쑥쑥 뻗는다 헉헉거리는 절박한 숨소리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구릿빛 살갗으로부터 샘솟는 땀방울에 .. 자작글-010 2010.07.31
핏줄 터지다 핏줄 터지다 호 당 2010.7.29 동에서 잉태한 어머님의 해산이다 피멍을 맺는다 더 진하게 그리고는 핏줄이 터진다 자궁으로부터 빠져나온 붉은 영혼이 대지를 밝힌다 나 눈에 핏줄이 터졌다 망막의 거죽을 붉게 물들여버렸다 그 속을 헤치고 빠져나온 것은 눈물과 쓰라림뿐이다 뚫어지게 내다본 뒤안길.. 자작글-010 2010.07.29
키높이 신발을 신고 키높이 신발 신고 호 당 2010.7.26 미루나무 낙엽송이 하늘 찌를 듯한 틈새에 회양목이 아무렇지 않게 당당하게 치켜 눈뜨지만 나 짤막한 키 움켜잡고 발바닥으로 땅을 꿰매고 인파 물결 헤치려면 세간의 눈망울이 모두 내게로 굴러 오는 듯 느껴 그것이 착시현상은 아닐 테고 그래서 항상 비열卑劣의 아.. 자작글-010 2010.07.26
소낙비소묘 소나기 소묘 호 당 2010.7.23 거실 온도 29,5도 폭격소리다 어느 지역일까 하늘이 캄캄하다 맞추어 광란의 소나기 퍼붓는다 수목도 휩쓸려 춤에 도취한다 그러다 허리 부러질라 보도의 행인들 쫓겨간다 뒤쫓는 소나기 사정없다 이미 망가진 몸꼴 우산이 간혹 날아간다 아스팔트가 피식 피식 소리 낸다 목.. 자작글-010 2010.07.24
장마 ♣장마♣ 호 당 2010.7.22 오랜 장마 물컹한 근육에 폐허의 자국 나 자궁으로 스며드는 입구 잔뿌리 들어나 엉켰어요 컴컴한 욕망의 요지는 군데군데 뚫렸어요 당신의 무관심이 자초한 거래요 오입의 입들이 들어 밀려 해요 말뚝 박고 삽으로 요충지대를 막아 단단히 방어해요 더 큰 장마 오기 전에 허튼.. 자작글-010 2010.07.22
몽고반점 몽고반점 호 당 2010.7.22 만 인류의 족속들 가장 믿음직한 보증수표 같은 것이 흘러온 시간 흘러갈 시간에 지워질 수 없는 낙인 가장 안전한 요충지에 이룩한 표지 標識 둘 아무리 햇볕 눈 흘겨봐도 지하 실핏줄로 흐르는 푸른 자국인 것을 지워질 수 없는 각인이다 근원은 같으면서 지류의 각질에 멍 자.. 자작글-010 2010.07.22
시 주산지 주산지 호 당 2010.7.22 바싹 마른 얼굴로 산들 삭막한 가슴에 잔 비늘만 좋아하지 축축한 물 끼를 마다하면 삭막하지 물 끼를 그리는 사막에 낙타의 걸음걸이 쯤 생각날 만하지 평생 무릎 밑까지 물 끼를 밟고 있어도 내 생의 잎을 피우고 하늘을 기어오르려는 야망을 갖고 있지 젊음을 바닷속을 헤치고.. 자작글-010 2010.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