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에 꽃 피다 청은 학예발표 겨울나무에 꽃 피다 -청은 예능 발표회에 붙여- 호 당 2010.12.1 열매 맺어 모두 내 주었다 묵은 시간만 쌓이는 동안 실루엣 silhouette풍의 화폭만 키웠다 희미한 낮달 만 가슴 적셔 향기 잃은 꽃마저 멈췄다 먹구름 걷어내고 하늘에 화려한 채색 입히고 싶다 잿불을 다시 피우고 싶다 얼어붙은 물관을 녹여 .. 자작글-010 2010.12.02
12월의 시 12월의 시 호 당 2010.12.1 주섬주섬 짐을 싸는가 보따리엔 지난 것의 서러움도 기쁨도 구별 없이 엉켜 추억으로 잠들 것인가 저마다 한 짐 지고 어디에 버릴까 망설이지 말고 후의에 감사하고 가슴에 묻을 것 잊을 것 구별하여 저무는 강가에 띄워 보내지 어둠이 사라지면 새벽이 올 것이니 세월은 지나.. 자작글-010 2010.11.30
돌다리 건너기 돌다리 건너기 호 당 2010.11.29 한 세상 건너는 것은 여러 가지 돌다리 건너는 것 탄탄한 돌다리만 있는 줄 알았던가 앞서 간이는 다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 어차피 알 것을 돌다리 탓하지마오 남이 차린 제상을 감이 삐딱하다 나무라지 마오 제사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될 것을 실루엣 Silhouett이 싫으면 .. 자작글-010 2010.11.30
등본을 잊으라 등본을 잊으라 호 당 2010.11.27 기록한 등본보다 기억해둔 등본을 모두 잊어버리는 것이 몸에 이로운데요 나 저무는 강물에 띄워 보내련다 워낙 내 등본은 단조롭다 그저 의자의 모양이 몇 개 달랐을 뿐 회전의자에 앉으려 아등바등했던 적이 있었다 이제 의자는 내 곁을 떠났다 바라는 것은 침대는 생.. 자작글-010 2010.11.27
해운대 문탠로드 문탠로드 달맞이 길 호 당 2010.11.25 낮달이 희미하게 웃고 있어요 연인과 같이 못 와서 아쉽기만 느끼는 문탠로드 해운대 백사장을 핥는 파도가 찰싹거려 연인의 궁둥이와 부딪히듯 해요 숲 사이로 속살 같은 백사장이 간간이 비쳐 여인을 훔쳐보는 듯해요 사스레피나무가 피운 영롱한 눈망울에 홀연.. 자작글-010 2010.11.25
청둥오리 구이집 ♣청둥오리 구이집들♣ 호 당 2010.11.21 그 골에 가면 맥없는 연기가 지붕을 맴돌아 하늘을 덮는다 애곡哀哭은 없어도 진혼鎭魂의 시늉이라도 했더라면 가볍게 사라질 것을 주인은 심중에 두질 않고 손님 지갑만 깊게 열기를 바랄 뿐이다‘ 저마다 불판을 가운데 두고 눈 감은 청둥오리를 고생대의 마.. 자작글-010 2010.11.21
버린 구두 버린 구두 호 당 2010.11.18 친구의 메시지 한 통으로 잘 가꾼 구두를 끌고 나섰다 저벅저벅 인도를 걷는데 길가 버려놓은 구두 한 켤레가 아직 연분을 피워도 될 것을 한 짝은 옆으로 한 짝은 뒤집혀 지난 화려한 시간을 하늘에 호소하는지 지금은 딱딱한 시간을 삼킨다 새 구두 땐 애정을 듬뿍 받아 닦고.. 자작글-010 2010.11.18
나를 잠 깨운 거울 나를 잠 깨운 거울 호 당 2010.11.17 내 방의 거울이 나를 비춘다 매끄러운 표면은 차디찬 어름, 냉정한 심판자 한 치의 동정도 없다 그 앞에 서면 자존심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멀쑥하지만 속내를 비쳐주지 않는다 친구들이 내 앞에서 환담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 내 모습을 비춘다 그들은 내 방의 거울과 .. 자작글-010 2010.11.17
같은 문으로 드나드는 바람 쐬다 같은 문으로 드나드는 바람 쐬다 호 당 2010.11.16 같은 문으로 바람맞고 커온 이의 마음 한구석을 같은 물길로 흘린 것인가 묵직한 몸짓으로 양쪽을 버틴 문주門柱 우람찬 명패를 단 문주 그 문을 스치는 바람맞은 이가 고희의 서릿발을 안고서 마음 한 곳을 같이 모았다 붕붕 바퀴는 얌전하다가도 덜컹.. 자작글-010 2010.11.17
낙엽 낙엽 호 당 2010.11.13 아침저녁으로 낯빛 바꾸면서부터 물관과 체관의 길이 시원찮아 나는 멍들어가요 아등바등 매달려 보았지만 거부하기 시작하네요 매정스레 싸늘한 눈 빛깔로 찬바람이나요 함께 꽃피우고 씨앗 퍼뜨렸지만 까맣게 잊었어요 시효 지난 음식물처럼 시어 버리고 곰팡이 슬어요 더 나.. 자작글-010 2010.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