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렁쇠 굴렁쇠 호 당 2010.4.24 평탄치 않은 앞길 헤치고 나아가는데 누구에게나 거짓 마음 비우고 진심을 내보이기는 쉬운 일 아니지 나를 지켜주는 후견인이 뒷덜미를 밀어만 준다면 헤치고 원만하게 굴러갈 수 있지 땅바닥에 온몸을 문지르고 허공을 가르며 모나지 않게 굴러갈 수 있지 내 천성이 굴러 나간.. 자작글-010 2010.04.24
낙화 낙화 호 당 2010.4.23 봄날 벚꽃이 만개하더니 궂은 바람에 꽃잎이 떨어진다 간밤에 허리를 삐끗했다 전율의 파동이 말초까지 스며 생의 마모가루가 떨어지는 것 같다 호박벌이 구멍을 뚫고 생쥐가 갉아 대들보에서 나뭇가루가 떨어진다 빈 초가집 대들보가 폭우에 무너질 것은 생각지 않는다 제 몸에 .. 자작글-010 2010.04.23
말초신경 말초 신경 호 당 2010.4.22 짜릿한 그 맛 쾌감을 좇던 눈빛이 헝클어진 신경 다발 아래 빛나던 눈동자가 흐릿하게 보이는가 마취된 말초신경을 녹슨 집도로 비틀거리는 눈빛 22세기 집도라면 되돌릴 수 있을 텐데. 자작글-010 2010.04.22
소나무 순 소나무 순 호 당 2010.4.20 4월이면 뻗기 시작한 소나무 순 6,7월이면 미끈거려 늘씬한 아가씨 같은 것 한창 물오름 한 것이 단물 배어나는 것이 굶주린 창자는 그냥 두기 무겁다 솔 향기가 코를 찌르는데 시야를 현혹하는데 그냥 너를 두고 배길 수 없구나 어르고 달래기도 전에 후닥닥 꺾어버리면 너의 .. 자작글-010 2010.04.20
부석사 부석사 호 당 2010.4.20 부석사 뒤편 모퉁이 남 못 본 줄 알고 두근거리는 정분을 못 참아 속옷 걷어 올려 엉거주춤하는가 누가 너를 애타게 했나 봉황산 섶에 자리 잡은 부석사 뒷마루에 조립대는 무리 되어 서걱서걱 비비며 정분 나누는데 조사당 선비화禪扉花 (골담초)는 500년을 살아와도 추파 한 번 .. 자작글-010 2010.04.20
박달재 천등산 박달재 호 당 2010.4.19 안개 낀 장충당 공원을 고운 임과 거닐면서 연분홍 꽃가루 뿌려 콩깍지 씌울 수 있지 울고 넘은 박달재는 임 떠난 고개 한이 서린 고갯길은 발길 무거운 고개 열두 구비 돌고 돌아 고개 넘으면 연분홍 속삭임에 취해버렸어 내 사랑 가슴 품고 연분 뿌리는 박달재는 금봉이.. 자작글-010 2010.04.19
접붙이기 접붙이기 호 당 2010.4.15 발정發情의 계절을 알고부터 번번이 놓치고 말았다 내 손으로 감나무를 접붙였다 이런 일이야 쉬운 죽 먹기인데 어디 흙 묻은 바지가 싫다 하고 쇠똥냄새에 코를 막고 이런 처녀 말고 누구 없소 감나무는 아니더라도 접목을 만들면 돼요 누런 살갗에 마늘냄새가 아니라도 노랑.. 자작글-010 2010.04.15
꽃가루 ♡ 꽃가루♡ 호 당 2010.4.15 꽃가루 날리는 철이다 나무들은 몸이 근질근질하여 불쑥 내밀고 요동쳐야 할 때 나무뿐이랴 생生이 파동을 일으킨다 연분홍 치마가 휘날린다 새파란 눈동자가 반짝인다 잠자던 바람이 일어나 휩쓴다 요동쳐야 되는 것 중에는 발정發情의 기질이 솟구치는 것들 꽃가루가 내 .. 자작글-010 2010.04.15
저수지 저수지 호 당 2010.4.14 넉넉지 못한 저수지의 물이 흘려보내어 아래의 논을 살찌게 열리는 중 수문을 닫았는데 누수의 물방울로 새로운 논을 열어 놓은 것이다 -생성- 그 논은 물의 기근에 시달리고 외풍에 시달려 논바닥은 균열이 생기고 모는 배배 꼬이기만 했다 저수지는 말라버렸으니 여기가 내가 .. 자작글-010 2010.04.14
신앙촌의 발걸음 신앙촌의 발걸음 호 당 2010.4.12 골판지 같은 낯바닥들이 재화의 잎사귀가 되어 신앙촌에 내려앉는다 자본주의 구린내가 진동하는 골짜기 신앙의 깔때기 위에는 주머니 동전을 꾀는 찬란한 재화의 낯바닥이 각기 요염한 자태로 사로잡으려 한다 자본을 떠나 신앙이 있을까 덥석덥석 물고 누런 구린내.. 자작글-010 2010.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