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을 벗다 허물을 벗다 호 당 2010.3.10 버드나무 줄기를 붙잡고 허물만 남긴 채 사라져버린 알몸 지금쯤 하늘을 날겠지 나는 밤마다 허물을 벗고 동틀 무렵은 허물 속으로 들어간다 현란한 밤의 유혹에 허우적거리는 그들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아랫목에서 허물을 벗는다 허망 된 욕망의 찌꺼기는 사타구니를 적.. 자작글-010 2010.03.11
설화 설화 호 당 2010.3.10 자연이 토해낸 하얀 양심이다 아닐 걸 나목이 앉으면 설화가 되고 도로나 비닐하우스에 앉으면 설화가 되지 사심 없이 탐욕 없이 맑게 쿨하게 산다면 마음에 설화가 맺힌다는 것을 나목을 보면 안다 그렇군요 아스팔트 같은 검고 굳어진 마음의 찌꺼기 위로 하얀 양심이 앉으면 설.. 자작글-010 2010.03.10
공부방 아이들 공부방 아이들 호 당 2010.3.9 코흘리개 메뚜기가 톡톡 튄다 아니 팔딱거린다 뒹군다 놀이의 날개 펴고 날고 싶은데 그래도 한데 모아야 한다 얼마나 뛰고 싶었겠니 말랑말랑한 사탕물 입에 부어 넣어 마음을 부풀린다 잠잠한 틈을 타서 부수의 한 조각을 들어 보였다 맛있는 부수 한 조각 떼어 내 입에 .. 자작글-010 2010.03.10
고속도로를 달리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호 당 2010.3.8 속을 닫고 겉만 화려하게 구는 낯선 이와의 만남 너의 정체를 꿰뚫고 싶어 직감으로는 부족해 단도직입적으로 달려 시속 100킬로 속공으로 공격하지요 야구에서 직구처럼 때로는 완만하게 회유하고 유순하게 꾀이듯 어루만져도 속내를 보이지 않네요 할 수 없지 네 마.. 자작글-010 2010.03.08
추억을 싹 틔우다 추억을 싹 틔우다 호 당 2010.3.8 한때는 팔팔 끓는 꿀물 같았다 서로 이파리를 흔들고 스치고 비틀고 했지만 겹치지는 않았다 쬐고만 연록의 몸체를 헤집고 불어대는 바람이었으나 금줄의 경계는 넘어 부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게 해맑은 강물 흘려보내며 제각기 밟을 땅을 넘나들었다 묵은 시간.. 자작글-010 2010.03.08
개기월식 개기월식 호 당 2010.3.7 당신과 나는 포옹할 수 없는 사랑 내가 깨어 간절히 바랄 때는 하얀 시간이 당신을 허락하지 않아 신기루에 가리고 맴돌아도 지칠 줄 모르도록 바라볼 수 있는 시간도 허락되지 않는 때가 많다 내 몸 확확 달아오르고 검은 시간이 나를 가려줄 때 당신은 그 원만하고 환한 얼굴로.. 자작글-010 2010.03.07
분필 분필 호 당 2010.3.7 그 시절 검은 낯바닥에서 너랑 무척 갈등의 칼날을 갈았지 내 몸으로 문질러 너와의 타협을 시도하다가 경계선에서 내 몸 작살내기도 했지 흑과 백의 갈등 흰 가루 펄펄 날리면서도 설복 못했었다 입장을 서로 바꾸어보자 상대를 이해하자 몸을 바꾸자 흰 낯바닥에 검게 황칠해도 서.. 자작글-010 2010.03.07
씀바귀 씀바귀 호 당 2010.3.2 누구에게나 항상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커 왔다 나의 감추어진 매력 덩이를 지력을 향해 길게 뻗어 컸었다 시린 시간을 견뎌 마음 다스리고 봄이 내 앞을 성큼 다가와서 내 지기를 펼칠 즈음 그냥 두지 않더군요 나의 하얀 정기로 버텨 보지만 할 수 없이 마지막 쓰린 시간으로 영.. 자작글-010 2010.03.02
24시 편의 점 24시 편의점 호 당 2010.3.2 네온 불도 모자라 달빛까지 내려앉고 입김 들락거리는 것을 못 봐 햇볕 가린 먹구름이 눈물흘린다 상아탑 쌓고 너른 벌판에 쏟아질 때부터 푸른 꿈이 엷어지기 시작했다 잡아 봐도 빈 손아귀 할 수 없어 겨우 마련한 가게인데 물건은 잠자고 연못을 말라가고 달빛이 비틀거리.. 자작글-010 2010.03.02
3월의 시 3월의 시 호 당 2010.3.1 상큼한 미나리의 향기로부터 3월은 시작한다 온몸을 적셔 흐르는 시냇물소리로부터 삶을 피우려는 부푼 희망이 온다 언 땅 움켜잡고 벌벌 떨던 나무뿌리 지금부터 마음 놓고 꿈틀거려도 되리 따갑고 시리던 시간은 지났다 산수유 노란 이빨 드러내 방긋거리면서 제비 오라 손짓.. 자작글-010 2010.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