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이른 봄 호당 2010.3.30 6학년에 올라 어느 날 내 또래와 나물 캐러 나섰다 양지바른 언덕은 화끈거린다 아직 쏘다닐 철 아닌 나비 한 마리가 이마를 스치고 날아 가버린다 내 옆 짝이 생각난다 어찌나 마음 설레는지 자꾸 나비를 생각했다 움푹 파인 양지바른 언덕 봄의 정기가 한곳에 모인 듯 양지꽃이 .. 자작글-010 2010.03.31
목련 목련 호 당 2010.3.29 꽃샘추위에 시린 반점이 박힐지라도 그를 탓하지 않는다 누구 때문에 원망하지 않는 목련은 귀때기 시려도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단단한 마음의 응어리를 키운다 하얀 속마음 나의 진실을 활짝 피워 보이고 나서 푸른 정기를 펼치는 목련 순리를 저버리지 않고 역경을 기회.. 자작글-010 2010.03.29
물옥잠 물옥잠 호 당 2010.3.23 그녀들과 같이한 밤은 질퍽하다 하얀 다리 휘휘 저으며 내게로 감겨 온다 어찌 너희 요염에 마음 요동하지 않으리 할 수 있는 것이란 마음껏 마음 부릴 수 있게 지켜줄 뿐인데 하얀 다리 사이로 뻗어낸 욕정 감당 못해 밀어올린 보랏빛 오르가슴 보랏빛 감흥에 몸을 비벼 세운 환.. 자작글-010 2010.03.23
폐계 폐계 호 당 2010.3.20 거세당한 몸일까 온몸엔 동공투성이 뼈마디는 잘 켠 엿가락 같다 걸핏하면 깁스다 밀물과 썰물과 조석간만은 정확하지만 나는 순환을 잊은 적은 오래다 왕성하게 병아리 내보낼 때야 윤기 자르르 흐르고 논바닥 마를 날 없었건만 생산성 없는 폐계라고 자괴지심 할 필요는 없지 널.. 자작글-010 2010.03.20
이빨 갈다 이빨 갈다 호 당 2010.3.19 소비가 미덕이라고 생산에 이바지한다고 입방아를 찧는 족속에 나 같은 좀생이는 할 말이 없네 기름이 줄줄 흐르는 쥐새끼 잠시도 무엇인가 갉아야 이빨이 편하다고 나 같은 놈은 백날 있어도 이빨에 녹만 슬고 있으니 고급 차에 백화점에 외국에서 이빨 갉아야 직성이 풀린다.. 자작글-010 2010.03.19
씨름판 씨름판 호 당 2010.3.17 모래사장은 힘과 힘의 집합 엇갈린 힘의 파도를 일으킬 황소 같은 체구가 우뚝하다 네 고무줄과 내 것을 얽어 긴장시킨다 흑과 백 승과 폐의 결판 타협은 없다 공격과 방어의 요술 태산준령을 향해 돌격 일보 후퇴 참호 속에서 방어의 날 세운다 팽팽한 긴장이 무너질 때 힘의 파.. 자작글-010 2010.03.17
빗장을 풀다 빗장을 풀다 호 당 2010.3.16 큰 대문은 닫혀 있나 그 안쪽은 말 못할 이야기가 가득 고여 있을까 빗장 풀면 봇물처럼 흘러내릴 것인데 그 안에는 마음 얼고 정분도 얼어 차곡차곡 쌓여 있을까 마음의 장벽 같은 것이 봄은 내 코앞에 왔는데 이제 빗장만 풀면 언 이야기는 녹아 흐를 텐데 큰 대문아 꽃샘추.. 자작글-010 2010.03.16
꽃샘추위 꽃샘추위 호 당 2010.3.16 그녀의 예쁜 미모에 혹했다 기다리던 시간은 다가왔지만 나와의 만남을 시샘하는가 너는 앙칼진 성깔 부려도 내 가슴엔 꽃등 밝혀놓고 그녀를 맞이할 채비인데 쓰다듬어줄 줄 모르는 너의 비정 어떻게 다룰까 어떻게 내 가슴에 끌어안을까 높은 언덕에 또 하나의 시샘이 내려.. 자작글-010 2010.03.16
난청 난청 호 당 2010.3.12 출렁이는 소리를 관장한다 청지기의 한 귀퉁이 방에 묵은 시간이 쌓이고 먼지가 쌓이고 전기가 끊겨서 딱딱해져 버렸을까 닫힌 방 한 간에 어둠의 빗장 잠기고 햇빛을 막았다가도 때로는 가느다란 구멍 틈으로 들어오면 빛이 출렁이는 소리가 끊겼다 이었다 으스름달 밤처럼 들린.. 자작글-010 2010.03.12
시작노트 시작노트 호 당 2010.3.10 귀뚜라미도 잠든 가을 밤 내 한 몸 훌훌 벗고 허공을 떠도는 언어 한 알 붙잡으려다 그만 지쳐 빈손으로 돌아온다 이래서는 안 되지 생각의 나래 더 펄럭여서 허공을 휘젓고 헤매더라도 내 손아귀에 거머쥐어야지 수없이 날린 화살 하나에 명중하여 떨어진 알갱이 하나 그릇에 .. 자작글-010 2010.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