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소음 밤의 소음 호 당 2010.2.28 높디높은 벼랑에 층층이 겹쳐 올려놓은 삶의 공간을 한 점 차지한 나 밤을 실은 파도에 눈이 피로하다 TV도 잠자는 시간인데 안테나만 자꾸 높이 세운다 안테나에 잡힌 음파실태보고서를 작성한다 유연한 마찰에 이어 알레그로 비바체(Allegro Vivace)로 밀려오는 파동은 잠시 붉은.. 자작글-010 2010.02.28
봅비 봄비 호 당 2010.2.25 목말라 기다리던 친구가 온다는 기별을 받고 마음 들떴다 구두 발걸음 소리 요란하다 친구의 친구들 무리를 데리고 추적추적 질 땅을 밟고 온다 일제히 후드득거리면서 바싹 마른 마을의 앞가슴에다 촉촉한 마음을 내려놓았다 얘들아 거기서 뭣하니 들어오렴 나는 마중 나갈 엄두.. 자작글-010 2010.02.25
고희란 놈이 고희라는 놈이 호 당 2010.2.24 흔하디흔해 빠져 발에 걷어차이는 고희 레일 위에서 숨돌린 시간이 많은 시절 처음 생긴 새마을호처럼 대접받다가 조급증에 걸맞게 KTX 란 놈이 나타나서 뒤 반열에 물러서듯 뭐 고희라는 딱지 달아봤자 누가 쳐다보기나 하나 아직 열이 펄펄하여 식지 않은 열탕과 같은데 .. 자작글-010 2010.02.24
윤동주 시인을 기리며 윤동주시인을 기리며 호 당 2010.2.21 꽃다운 나이 한 떨기 꽃이 싸늘한 후쿠오카에서 질곡의 시간에 시달려 각혈을 뱉으며 떨어졌습니다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시던 당신은 별이 되어 반짝입니다 그대가 뿌리신 조국에 대한 사랑과 시혼은 밤하늘을 적시고 .. 자작글-010 2010.02.21
은백색 합창단원의 지휘봉 은백색 합창단원의 지휘봉 호 당 2010.2.20 사랑에 취한 늙은 흰나비 한 마리가 팔랑거린다 느리게 조금 빠르게 격렬하게 날갯짓한다 메아리도 출렁거리는 동안 강물 속에서 멍텅구리 같은 메기의 입이 벌름거리며 입술은 사랑에 굶주린 듯한 경련이다 나비 날개 휘젓는다 위로 아래로 옆으로 급히 올랐.. 자작글-010 2010.02.20
저 높은 곳으로 저 높은 곳으로 호 당 2010.2.19 칠흑 같은 어둠에 천둥과 번개는 가슴을 친다 그래도 이 길을 걸어가야 되는 것 저 건너 복사꽃 피고 새들이 지저귀는 곳 황소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냇물이 흘러 기름진 곳 그곳을 가고픈 데 그곳을 날아야 할 나비는 물에 빠져 퍼덕인다 헤쳐 나와야지 간신히 지푸라기.. 자작글-010 2010.02.19
면회 가는 새벽 면회 가는 새벽 호 당 2010.2.19 선잠을 깬 채 춘천행 버스를 탄다 햇살은 어둠을 사려 먹지 못한 채 싸늘한 냉기에 속수무책인 것 같다 간밤에 당신을 만나겠다는 꿈에 젖어 선잠을 버스에서 역시 초롱초롱하다 오래 버티지 못한 어둠도 어쩔 수 없어 물러선 빈자리를 햇살이 채운다 차창에는 찬란한 성.. 자작글-010 2010.02.19
죽변항 죽변항 호 당 2010.2.16 싸락눈 발이 전설처럼 내린다 허공과 수면의 이분법은 삶과 죽음의 경지境地인가 꿈틀거리는 삶이 벌겋게 죽어나오는 게 그 다리 하나를 깨물고 희희덕거리는 삶 차디찬 석고로 응고된 어물들의 눈동자가 죽은 유리알로 반짝인다 잠시 삶을 담보 잡힌 어항의 고기들 죽음을 앞둔.. 자작글-010 2010.02.17
묵향이 더 진햇다 묵향이 더 진했다 호 당 2010.2.15 전국적으로 큰길이 몸살을 치른 다음이다 늙어버린 보호수처럼 대접받는 이곳에 잘 발효된 묵향이 더 진하다 평소보다 더 엉켜 불꽃처럼 밝다 시린 세월 건너는 동안 늙어버린 목청이 오늘은 맑다 덕담 실은 날개가 나는 사이 웃음꽃이 피었다 파리해진 이파리가 비 맞.. 자작글-010 2010.02.17
대접받고 싶다 대접받고 싶다 호 당 2010.2.12 시궁창 썩는 냄새에 가두고 거친 잡식만 주던 네가 죽어서야 융숭하게 대접하다니 상좌 가운데 앉히고 황금 재갈을 물리고 머리 조아리다니 살아있는 뜰 안의 감나무에 풍성한 비료 한번 주지 않더니 진수성찬으로 陳設한들 도로인걸 이웃집 할멈 내외는 외국 여행 떠난.. 자작글-010 2010.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