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나고 싶다 헤어나고 싶다 호 당 2010.1.31 땀에 젖고 몸이 찌뿌드드하고 이럴 때 목욕탕을 거치면 산뜻한 몸이 되겠지만 내 삶의 산맥을 타다 보면 내 몸에 진드기처럼 찰싹 붙어 나를 괴롭히는 것들이 한 치의 앞을 나아갈 수 없도록 묶어 놓은 쇠사슬이 있다 나를 묶은 쇠사슬을 도우미의 아가시를 물리치고 자신.. 자작글-010 2010.01.31
내 손 내 손 호 당 2010.1.26 탯줄 움켜잡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흡혈 입 같은 것이 앙증맞은 고사리 손 떼 묻지 않은 계곡물 같은 손 치마폭을 붙잡던 귀여운 손 붙잡아야 안심하던 손이 비 맞은 보리같이 탐스럽게 자라는 손 푸라다니스잎같이 푸른 손이 손가락 사이로 꽃물 흘리고 꽃향기 움켜잡으려 꽁무니 .. 자작글-010 2010.01.27
하얀 밤 하얀 밤 호 당 2010.1.26 밤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바싹바싹 말라가는 생각의 뿌리 검은 물가로 뻗고 싶어도 생기 잃어버린 망각의 뿌리털 검은 시간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백색의 공포에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백곰의 이빨 앞에 하얗게 질린 눈망울에서 불티 난다 망각의 시간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자작글-010 2010.01.26
오늘 오늘 호 당 2010.1.24 누구든 어머니에서 탯줄을 끊고 태어나서는 아무도 탯줄을 끊지 않았다 그것이 순리인 것을 잊은 적은 없다 어둠을 쫓아버린 창문 열자 매연과 황사가 밀려와서 방안을 채운다 상쾌한 오늘을 시작한다 습관처럼 컴퓨터에 마주하면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다 퐁당 빠져 허우적거리다 .. 자작글-010 2010.01.24
다리미질 다리미질 호 당 2010.1.18 하루도 쉬지 않고 상대를 갈아가며 알껍데기를 끌어안고 문지르다 더운 입김 헉헉거리며 정력을 쏟아 붓는다 반듯한 침대에 눕히고 사지를 벌린 체 구석구석 더듬으면 빳빳하게 날 서는 알껍데기 나를 지조 없는 헤픈 여인이라 하지 말라 나는 상대를 차별하지 않아 살기에 지.. 자작글-010 2010.01.18
변비 변비에 고생하다 호 당 2010.1.18 들어가고 나오고 담았으면 비우고 그래야만 나의 하루가 물 흐르듯 원만할 텐데 욕망의 찌꺼기를 관문으로 통과시켜야 시원한 냇물에 목욕할 텐데 막혔는지 조급증이 배에서 부글부글 끓어 배꼽을 움켜잡고 동동 굴렀다 수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위쪽 물목에서 꾸.. 자작글-010 2010.01.18
빗물은 어디로 가는가 빗물은 어디로 가나 호 당 2010.1.16 여름 한낮에 굵은 빗줄기가 땅바닥을 후려친다 떠나야 할 방향 모르고 쌓이는 시간에 모이는 빗물의 알갱이들 드디어 무리 되어 잇따라 떠난다 혼자 거스르지 못해 한쪽으로 기운다 빗물은 같은 방향으로 머리를 돌린다 오후의 그림자가 자꾸 밀려온다 그들도 가는 .. 자작글-010 2010.01.16
거울 거울 호 당 2010.1.13 맑은 하늘처럼 속을 헤아릴 수 없는 깊은 물 속 네 앞에 서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짐짓 겉만 말해주는 너 다만 맑은 눈동자로 꿰뚫어 양심을 깨우는 너 늘 나를 지켜주는 해맑은 지킴이. Musik Zum Verlieben (사랑의 노래) 자작글-010 2010.01.13
겨울 아침 겨울 아침 호 당 2010.1.12 하늘은 먹물 한 점 품지 않은 겨울 아침 해님의 환한 웃음에도 아랑곳없어 송곳 같은 냉기가 살갗을 찌르고 독수리 한 마리가 창공에서 지상으로 내리꽂는다 칼날 같은 바람이 휩쓸어 창밖의 선인장을 새카맣게 질리게 한다 매섭고 찬 시간이 아침을 적신다. 자작글-010 2010.01.12
문 창살 문 창살 호 당 2010.1.11 분 냄새 짙은 매끈한 낯바닥과 맞서다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나 어리둥절할 사이 갑자기 잠에 깨어 어스름할 사이 주장을 문 창살 얼개로 꿰뚫지 못하고 비뚤비뚤한 미로로 빠졌다 평생 일군 얼개가 허물어 주저앉은 듯하다 똑같은 물건이 뒤섞여 오뚝한 콧날 새운 팽팽한 낯바.. 자작글-010 2010.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