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일다 거품 일다. 호당. 2020.8.3 꺼지는 물거품은 맹물이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일으킨 거품엔 良識이 채워진다는 사실을 아는가 밀물처럼 수위가 높아질 때 내 한자리 없어 바깥에서 그늘을 쬔 적이 흔히 있었다 코로나 창궐로 폭삭 가라앉고 6개월 넘긴 지금 썰물 시각이다 밀물을 대비하여 안간힘 다한다 입김 서늘한 도서관 찾아 책장 풀풀 넘겨 거품 피워 올렸다 옹달샘은 텅텅 비어있다 빨대 꽂아 입김 팍팍 불어 넣자. 자작글-020 2020.08.03
부석사 범종 부석사 범종. 호당. 2020 .8.3 범종이 한번 울릴 때마다 봉황산이 쩌렁쩌렁 청동의 부르짖음이다 보이지 않는 게시로 쏟아진다 청동의 울림은 부처님의 말씀이다 바람을 타고 곡식은 알갱이를 산모롱이 들꽃엔 꿀단지를 하늘을 올라 瑞雲이되어 약비를 뿌려준다 부석사 청동이 울린다 온천지에 파동친다 파동은 중생들에 법어를 안겨준다 부석사 청동이 울린다 중생을 깨우는 반야심경이다. 자작글-020 2020.08.03
호박꽃 호박꽃 /호당. 2020.8.3 호박꽃도 꽃이라 타박하는 족속들 그래 나도 꽃이다 너희 지조 없잖아 벌이면 벌 나비면 나비 탈만 썼다면 모두 받아들이는 쓸개 빠진 짓거리 나 일편단심 날 좋아하는 호박벌만 맞는다 깊이깊이 품어주는 내 사랑을 달빛도 환히 비추어 응원한단다. 자작글-020 2020.08.03
수성못 수성못//호당. 2020.8.3 눈썹처럼 가장자리에 서서 하늘 쪽으로 푸름을 뻗다 팔 벌려 서로 엮어 수성 못을 감싼다 생동하는 아가씨 눈빛 반짝반짝 네 속으로 빠지고 싶다 막무가내로 내 맘을 던져본다 거부하는 몸짓 아름다운 경련 아직 더 익혀야 한다는 기별이다 저녁놀이 깊이 박힌다 더 닦아내야 할 나. 자작글-020 2020.08.03
생존 생존/호당. 2020.8.2 땡볕 내리쬐는 한낮 유원지 목을 지키는 사람들이 갖는 간절한 맘 걸려다오 노루목 지켜 뒤쫓은 들 딴 목으로 쫓겨 가는 우리는 방식이 각기 다르잖아 힐끔힐끔 혹은 거들떠보지 않는 생존에 목이 타지 않을 뿐 간절히 원하는 삶의 목 누군가 낙점 찍을 때 내 목이 확 틔워 얼었던 입이 녹습니다 우리는 말과 말 살과 살이 부딪쳐 같이 생존하는 거야 목을 지키는 일이 생존을 위한 목. 자작글-020 2020.08.02
백수에 내린 명령 백수에 내린 명령 /호당. 2020.8.2 조금만 걸어도 땀에 절인다 걷는 일이 내일이라 숟가락 놓지 않는 한 발자국 찍어야 한다 직립 보행자 당연하지 그러나 걷기에 매단 나 백수 무위가 내린 명령일 것이다 걷는다 숨결의 고리를 잇고 거기 행복을 등짐 지고 있다는 사실 설마 모르고 있지 않을까 명령 받아 끝낸 오전. 자작글-020 2020.08.02
8월의 햇볕 8월의 햇볕.호당. 2020.8.1 학정로 양옆 느티나무 숲 숲에서 팔월을 알리는 매미 소리 찌는 더위 대비하라 찔랑찔랑 산천은 더 푸르게 반짝이며 푸른 입김 쏟아낸다 나를 쬐는 햇볕에 경배 올리자 하늘로 땅으로 정기 받아 나를 키우리라 회자하는 시어 한 줄 거기 은유의 별이 반짝이고 상징의 실체가 생동하리라 더위 추위 비바람 안 맞는 삶이 있으랴 팔월의 햇볕이 우리를 응원한다 우리 님 해님의 손길 듬뿍 받아 팔월을 힘찬 발걸음 내딛자. 자작글-020 2020.08.01
가장 뜨겁게 땀 흘리리라 가장 뜨겁게 땀 흘리리라.호당. 2020.8.1 미우나 고우나 장마는 갔다 풀무질은 더 힘차게 담금질은 야무지게 해야겠다 개는 혀를 내밀고 그늘 찾아 헐떡거리는 시간 내 땀이 헛되지 않게 촉진제가 되어 시어가 불쑥불쑥 흘러나왔으면 좋겠다 올챙이는 개구리 되어 밤마다 합창 연주에 참여하고 해바라기는 습작을 마치고 노오란 은유를 토해내며 해 따라 다닌다 땀의 결과는 속속 드러낸다 비록 뻐꾸기처럼 탁란하는 일은 없겠다 올여름에 흘릴 땀이 그냥 휘발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자작글-020 2020.08.01
오늘 7월 31일 오늘 7월 31일/호당. 2020.7.31 망아지는 한 우리에 오래 갇혀있으면 몸부림한다 벌써 6개월 앞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코로나 19의 횡포는 보이지 않은 그늘로 모든 면에서 오므라지고 있다 나의 답답한 맘을 비닐봉지에 구겨 넣고 태연한 척했지만 포화상태다 박차고 튀어나왔다 교외 바람 쐬고 계절을 확인하고 싶었다 질주의 쾌감이던 시절은 지났지 젊음이었다고 둘러댄다 도로 위 감시 눈초리를 달래주는 주법으로 가슴 뻥 뚫린다 조수석에서 탐색한 지시어는 나의 행복지수다 오늘 이 시간 냄비에 시뻘건 국물이 뽀글뽀글 거기 내 행복이 끓고 있었다. 자작글-020 2020.08.01
장마 뒤 물 구경간다 장마 뒤 물 구경 간다/호당 2020.7.30 좁은 땅에도 물벼락으로 가슴치고 울부짖는 이가 있고 즐기려 큰물 구경하는 이 있다 처음 반갑게 맞은 비가 끝내 통곡과 상처를 주고 간다 곳에 따라 구름, 비, 밝은 햇볕, 인간 세상 공평 할 수 있나 그게 당연하지 굉음 지르며 흐르는 물 내 허튼 마음 털어 보낸다 소나기 피하는 처세술 용하다, 얍삽하잖니 비 오면 비 맞고 추우면 떨고 더우면 땀 흘리고 죄지으면 죄값 치르고 이게 순리에 따르는 게지 뭐 물 구경하는 이여 인간이 저지른 모든 것 훑어 흘러가는 사실 깨닫는가. 자작글-020 2020.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