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474

참나무 숲

참나무 숲 /호당. 2020.7.17 산을 덮고 키우고 있는 참나무 숲 찬란한 햇빛 독차지 하지 않는다 허리 굽혀보면 수많은 조무래기 나무랑 풀 사이사이 틈틈으로 내려보내 함께 푸른 웃음으로 산을 살찌우고 있다 사흘 굶어 계란 18개를 훔쳐 18개월 구형했다는 신문 가십난에서 읽고 가슴 아팠다 참나무 숲처럼 함께 나누었으면 굶지는 않았을 텐데 어리석은 생각일까 코로나 때문에 비틀거린다 햇볕 혼자 많이 쬐려 들지 말고 나누어 쬐어 참나무 숲 울창한 푸른 산을 키우자.

자작글-020 2020.07.17

걷기

걷기/호당. 2020.7.16 주름살 거머쥔 나 걷는 것을 운동이라 한다 부끄럽다 걷기만 해도 행복하다는 맘 들지 않는가 느티나무 숲길을 몇 분만 걸으면 땀 범벅으로 매질한다 복에 겨워 분수를 모른다 더 비워 내야지 허방의 찌그러진 한 점 긴 호흡과 묵상으로 털어내려 했다 벤치는 반겼다 오가는 걸음걸이에 삶의 맥이 흐르는 듯 활기차다 스마트폰 보며 걷는 젊은이들 손 꼭 잡고 노부부 재잘거리는 어린이들 한 폭의 그림 긍정적인 맘으로 바라본다 까치 한 쌍 가까이서 꺅꺅 행복하시네요 노송이 싱긋거리며 이파리 흔들어 댔다 잉꼬부부가 저녁을 기다린다 아직 만조가 되려면 멀었다.

자작글-020 2020.07.16

인심

인심 /호당. 20207.15 내 인심을 저울에 달면 어느 쪽으로 기울까 후할까 박할까 인색하거나 薄해야 좋다는 삶은 짠돌이거나 자기 실속만 채워 푸를 인간들 여기 多肉 식물을 키우자면 사랑은 듬뿍 관수는 인색해야 한다 화분에 인심은 관수다 생기 팔팔 꽃피우던 게발선인장이 그만 시들시들 잘못 뉘우쳐 6개월 벌섰다 겨우 생기 돋는 듯 이번에는 명당자리 옮겨주었다 고개 휘휘 저으며 비틀비틀 흐렸다 갰다 내 선이 악이 된다니 비위 맞추지 못한 나 내 이웃에는 박해서는 안 되지 인심이 넘친다고 상 찌푸린 자 없을 테지 몇 번 벌섰으면 정신 차려야지 인심 잃으면 두툼한 지갑 잃은 것보다 더 마음 쓰림을 알기는 하나.

자작글-020 2020.07.16

삼성 서비스 아가씨

삼성 서비스 아가씨/호당. 2020.7.14 컴퓨터와 스마트론이 영상을 주고받아 내 시화는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블로그를 개편했다 전과 비교하면 불만이 많다 서로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전문성을 지닌 서비스를 받았다 아가씨에서 우러나온 친절이 사탕 맛이다 운영체제가 달라 호환하지만 완벽하지 못하다며 컴퓨터와 최신 스마트폰으로 시연하며 설명했다 내 백지에 시원한 그림을 그려 주었다 액자에 넣어서 걸어도 좋은 서비스를 만족했다 고객 만족은 기업 이윤과 직결된다.

자작글-020 2020.07.14

컴퓨터의 난

컴퓨터의 난/호당. 2020.7.13 내 오른 손가락 중 어느 손가락일까 출력한 문자 (한글) 획이 날아가고 한자 부수가 뒤틀리고 읽을 수 없다 문자판 키는 거짓말 안 할 거야 터치는 손가락이 얼굴 내밀면 내 눈은 본다 셋 중 하나는 실수였을 거다 터치할수록 꼬여 든다 뒤죽박죽이란 말 예민한 것 진부는 있어도 컴퓨터는 진이다 손가락의 재주와 눈의 한계에 병은 의사에 컴퓨터는 수리공의 몫 막힌 수채 구는 확 뚫렸다 손가락 깨끗이 씻어야지 더 보드라운 손가락이 되어야지.

자작글-020 2020.07.14

비 갠 오후

비 갠 오후/호당. 2020.7.12 사랑이 훑고 간 얼굴이 저렇게도 생기 푸를까 내 걷기 코스에는 간절히 기다리는 사랑 그이가 오도록 보도블록 틈 혹은 인도에서 목 타도록 기다림이 애처롭게 보이던 너희 간밤의 단꿈에서 깨어나 단숨에 푸른 정기 훨훨 아니 싱싱하게 생기 넘친다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이야 내 배때기에 벼냐 메밀이냐 양단이 있지만 사랑에 배고픈 우리네 앙칼진 시멘트 틈 시누이질 비정한 운동화의 횡포에 간당간당 연명했었는데 간밤 흡족한 비 나를 일으켜 세워 푸른 정기가 눈망울에서 뚝뚝 떨어질 듯 생동한다.

자작글-020 2020.07.13

버린 운동화

버린 운동화.호당. 2020.7.12 헌 옷 수거함 위에 운동화가 주인 몸에서 버린 신세로 새 주인을 기다린다 낡았다는 이유로 버림받았다 한 때 사랑이 가득할 때 어디든 동행했는데 너를 보호했는데 진자리 마른자리 돌부리 차거나 살신성인했는데 사랑이 멀어졌다 수거함 위 가지런히 놓였다 비 맞고 눈 맞고 추위에 벌벌 떨고 고행이 시작했다 새 주인이 나를 데려간다면 더욱 충성할 텐데 재생하면 맨발로 시작할 거야.

자작글-020 2020.07.12

제비꽃-1

제비꽃-1/호당/ 2020.7.11 아파트 창가에 봄을 피우려 일제히 자줏빛 향기 뿌렸지 가장 안전하게 발 뻗고 앙증맞게 웃음 지었다 왜 우릴 인정하지 않는가 사정없이 긁어대니 모가지 뚝뚝 뒹굴었다 몰살하려 들었다 양지발라 맘껏 자줏빛 맘 펼쳐 주고 싶었는데 가히 멸족당하다니 맥문동 사이 비집고 생명 부지한 이도 많아 곧 제이 생명 뿌릴 게다 한 해만 살 목숨 아니 거든 내년 봄에 보라 우리 존재 자줏빛 꽃으로 과시할 거다 무식한 짓 두 번은 하지 말라 여기 아니라도 지천으로 깔린 모진 생명 제비꽂이란다.

자작글-020 2020.07.11

원추리꽃

원추리꽃/호당. 2020.7.10 비 갠 뒤 운암지를 찾았다 못 갓으로 원추리꽃 무리 일제히 방긋거렸다 우리는 지성을 다하지 근심은 잊어버린다고요 본격적인 더위를 알릴 뿐 더러 근심 걱정한다고 이룰 수 없잖아 그냥 순리대로 흘러가라고 더 길게 뽑아 올렸다고 때맞추어 만났다 꽃은 단명이란다 눈에 잘 뜨여 날 알리고 싶어 목 길다고 운암지를 수놓았으니 너 할 일 다 했다 나는 못다 한 일 수두룩하다.

자작글-020 2020.07.10

바람

바람/호당. 2020.7.9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은 네가 눈 속을 훑고 지나간다 눈 화들짝 뒤집혔다 저 귀부인 치마 가랑이 뒤집을 때다 무 바람 들면 허벅허벅 저 여자를 훑은 바람 내 눈을 스쳤다 깜박깜박 불티 탁탁 바람 소리 나면 벌써 맞잡을 정도 걷잡을 수 없으면 밧줄도 소용없다 늦바람 잡을 바람은 치마끈을 단단히 묶어 두는 수밖에 바람의 등급이 있고 질이 있다 백지장을 훑으면 마음 놓아라 화려한 꽃밭을 훑으면 철조망도 소용없다.

자작글-020 2020.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