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동 무지개다리 동천동 무지개다리/호당. 2020.7.8 무지개다리 아래 학정로가 흐르고 흐름을 즐기는 자동차가 흐르고 흐름에 마음 실은 내가 흐른다 학정로 양 옆구리에 느티나무 숲 自轉車路 人道 황톳길 산책로 오가는 마음들에 활기 실어주지 동천동 무지개다리 아래 풍혈 風穴인 듯 빙혈 氷穴인 듯 오가는 마음 멈추어주네 무지개다리 건너다 너를 만나 네 눈에 반해 사랑을 엮었다 무지개다리 아래 바퀴야 흘러라 마음아 이루라 세월은 흐르고 나도 흐른다. 자작글-020 2020.07.09
얼음판 얼음판/호당.. 2020.7.8 모질게 얼어버린 팔거천이 북극 매운 눈초리에 꽁꽁 남극 후한 입김에 스르르 어찌 내가 순리에 거역하더냐 돌을 던진다 쨍쨍 그를를 안심하라고 돌을 안고 봄 맞으면 놓아주겠다 아이들 살맛 난 듯 즐기는 삐악 소리 내 배때기서 맘껏 즐겨라 가장 매끄럽게 가장 차갑게 변신했다 얼리면 알고 녹이면 흐르고 물같이 살아라. 자작글-020 2020.07.08
함지산 함지산/호당. 2020.7.7 아녀자가 함지박이고 내려온다 세찬 소나기를 만났다 금방 산을 가리고 계곡을 가리고 천둥 번개가 요동친다 청상과부 수절하고 새끼 키우느라 얼마나 외로웠겠나 떡 함지 비닐에 꼭꼭 싸서 나무 밑에 감췄다 오늘따라 계곡이 아릿아릿 싱숭생숭하다 저렇게도 힘찰까 물동이 쏟듯 함지산을 요동치게 한다 함지산을 훑어 내린 흥건한 물이 양 가랑이를 후벼 흐른다 소나기는 시치미 뚝 뗐다 햇볕이 쨍쨍 찰싹 붙은 옷 갈아입어야지 함지박이고 봉우리를 더듬는다. 자작글-020 2020.07.07
샛별 뜰 무렵 샛별 뜰 무렵/호당. 2020.7.6 슬하엔 아무도 없다 늙고 병들고 외로워 강아지를 길렀다 샛별 뜰 무렵이면 정성껏 챙겼다 내게 찰싹 붙은 자식 같은 강아지를 떼어놓을 수 없어 병원에 입원하려니 규정이 없다고 떼어놓았다 어느 처마에서 굶고 있는지 천대를 받고 있는지 병상에서 샛별 뜰 무렵이면 창문을 바라보고 귀를 새운다 깽깽 강아지 소리 저렇게 똑똑히 들리는데 아무도 못 들은 듯 무심하다 자기 아픔만 풀어냈다 링거는 규칙적으로 떨어지고 노인은 규칙적으로 소리 듣는다 이건 망상이 아니야 속으로 곪아간 샛별 뜰 시간 아무도 위로해 줄이 없다. 자작글-020 2020.07.06
오리 한 쌍 오리 한 쌍 /호당. 2020.7.5 오리 한 쌍이 팔거천 돌 더미에서 하염없이 냇바닥만 바라본다 겉보기 맑은 물 가끔 거품 방울이 종이배 떠내려가듯 한다 물이끼들 처녀 긴 머리카락처럼 물결에 일렁인다 피라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개구리 도롱뇽 미꾸라지 등 있을법한데 용하게 물 좋고 정자 좋은 곳 찾아갔을 거다 인간이 쓰다 버린 폐수들 냇물은 불평 없다 모든 것 안고 흐른다 자연을 망가뜨린 인간 돌고 돌아 내 입으로 되돌아온다는 걸 알기나 하나. 오리 한 쌍 활기 찾아 팔거천을 휘젓고 고기떼 노니는 걸 그려본다 메말라가는 가슴에 손 얹어본다. 자작글-020 2020.07.05
천황궁에 간다 천황궁에 간다/호당. 2020.7.4 지상에서 노닥거려 봤자 내 구도는 별로 다를 것 없다 하늘 열차 타고 천황궁에 간다 동천성은 익혀 알아차린 곳 팔거천 냇물이 거꾸로 흐르지 않는 것처럼 내가 하늘 열차 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천황궁에 가려는 생각이 거역이라 우기지 말라 단숨에 금호강 허리를 딛고 명황성 황금성 수성을 지나 용지성만 거치면 빤히 내다뵈는 천황궁에 닿을 수 있다 서문시장을 내려다본다 인간 세상이 숨 막힐 듯한 생존경쟁 치열하군 바글바글 개미 떼거리들 명황성은 역시 하늘 열차를 선호하는 지구인이 바글바글하는군요 건들 바위가 붕붕 떠 건들건들 손짓하네 황금성은 온통 누런 금빛 찬란하게 번쩍번쩍 황금에 눈먼 속물들이 있을 텐데 한사코 거머쥐려 바둥거릴 텐데 수성에 물이 흥건해 백조가.. 자작글-020 2020.07.04
벤치 벤치/호당. 2020.7.3 공원에 자리 매긴 나 어찌하랴 더 좋은 곳 차지하고 싶지만 하느님 점지를 거역하리오 어느 날 지린내 피우는 궁둥이 자기 몸 돌보지 않고 수체 水遞 구덩이 먹이를 쫓던 산 돼지 같은 이가 짓누르는 무게감 공손히 떠받쳐 줘야 하지만 맘은 찌그러진다 어느 날 어린이 아가씨 그 향기는 몽롱해 떠받칠수록 그윽하다 오래 있기 바랐지만 잠시 후 떠났다 그의 채취가 남았지만 아쉬움이 컸다 어린이든 아가씨든 노인이든 공평해야지 편애는 죄악이다 공원을 지킨 지 10여 년 아직도 마음 다스리지 못한 설익은 과일 같은 벤치. 자작글-020 2020.07.03
7월에 7월에는 /호당. 2020.7.1 검 칙칙한 이파리엔 이정표가 불끈한 이두박근엔 여명 黎明을 힘차게 크고 뻗어 날고 싶은 알차게 차려 놓은 밥상을 후반전으로 마무리하고 싶어 헉헉거리지 말라 더워 죽겠다는 말 뱉지 말라 땀에 절인 말이 있어야 열매를 꿈꾼다 얼마나 자랐나 얼마나 겨루었나 나를 키워 낼 7월. 자작글-020 2020.07.03
노학들 노학들/호당. 3030.7.2 면역이 약한 노학 셋 둥지를 날아 함지산 기슭에 앉았다 혓바닥에 점 찍는 것 삶의 방식 토종백숙은 늙은 이빨에 후한 점 쪼아 대도 과식 여운은 한 대접에 넘쳤다 진한 맛에 취한 혀 뱉어낸 낱말을 뒤섞어 정으로 엮었다 혀뿌리 무디지만 날갯짓은 자전거 바퀴 굴릴 힘이 넘친다 노학 셋 함께 찍은 점이 붉었다. 자작글-020 2020.07.03
두드리다 두드리다/호당. 2020.6.30 두드린 결과는 아픔이 있는 것이 아니다 봄비는 대지를 두드려 생명을 깨어나게 한다 봄 잠에 취한 손자 궁둥이 두드려 친구는 벌써 학교 가고 있다 벌떡 일어나 서두른다 그로부터 늦잠 버릇 고쳤다 한 방에서 자취하던 친구 대학 마치자마자 대기업 입사했다는 소식이 내 심장을 두드렸다 정신이 번쩍 머리 질끈 메고 뛰고 훑고 밤새우고 나도 입사했거든 두드림을 받고도 생각도 깨달음도 무심한 사람 깨어나라 두드림이 보약임을 알아라. 자작글-020 2020.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