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474

자식들

자식들/호당. 2020.6.13 맨날 문득문득 머리에 박히는 영상 내 자식들 날갯죽지 품던 참새 새끼 애지중지 키워 놓아 훌쩍 날아 가버리면 금방 잊어버린다 금수가 아닌 어찌 잊으랴 한 달만 지나면 보고 싶은데 쉬엄쉬엄 그늘에 쉬었다 걷다 도착한 곳 함지 공원 의자에 앉아 빙 돌아보면 환한 대낮이 마스크에 가린 그늘만 쌓인 듯하다 벨 소리 맞이가 왔다는 전갈 아버지 택시 타요 대면하면 무덤덤 그래 봤으면 됐다 애틋한 정감을 교감 없다 경상도 머스마들 무뚝뚝 겉으로 채색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속으로 감아드리는 것 너희 잘 살아 입속에서 맴도는 생각 뒤꽁무니엔 여운을 삼킨다.

자작글-020 2020.06.14

현수막 하나

현수막 하나/호당 2020.6.12 우리 아파트 옆 명문 고등학교 도전 골든벨에 이어 연말 왕 중 왕을 울린 자를 배출했지 몹쓸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적적했다 현수막‘얘들아 어서 와 보고 싶었어’ 많이 보아 왔지만 가슴 뭉클 했던 일 처음이다 마침 하교 시간인 듯 학생들 무더기로 밀려 나오는 모습 아름다운 풍경에 취했다 마스크 책배낭 스마트폰 필수품 무척 밝은 모습 든든한 기둥감들 ,보고 싶었다, 선생님 학생 마음속 맑은 우물이 용솟음쳤을 것 질문 대답 정답 오답 까르르 교실은 단번에 활짝 핀 화원 향 가득한 향수병 저마다 쌓은 정담이 식물채집처럼 책장 속에 꼭꼭 눌러 놓았지 서로 펼쳐 보이자 선생님 신이 난 듯 우리도 즐거워요 목말라 봐야 배고파 봐야 배우지 못해 봐야 간절함이 봇물 터지듯 기쁨이 밀..

자작글-020 2020.06.12

화덕 피자 장수

화덕 피지 장수/호당. 2020.611 오늘은 A 아파트 내일은 어느 아파트 떠돌이 피자 장수 피자 판 몇 판 팔리지 않아 종일 마음 졸인다 오후 5시 무렵 관리실 방송 얼마나 효험 있을까 저녁 산책하러 나가 바라보니 하염없이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전 거둘 때 자릿세는 있을 테고 퇴근 무렵 왕래가 빈번한데 마음 보내는 이 없다 삶이 석벽 오르는 것보다 더 힘이 든다 가족들 굶기지 않으려 펼친 판 피자 판에 가족 얼굴 얼른거려 박힌다 대단지 아파트촌인데 마음이 바빠 아직 어린이 간식거리로 인식 마음의 여분이 있어야지 경제 살리기 나섰지만 돌고 돌아야지 코로나 때문에 문 닫고 바깥만 바라보는데 바글거리고 왁자지껄하고 모였다 흩어졌다 거기 동전도 마음도 떨어지는데.

자작글-020 2020.06.11

육체와 정신

육체와 정신/호당. 2020.6.11 결혼 초기 사과 복숭아를 기호품인 줄 알았다 배설의 윤활유란다 세월을 오랫동안 건너는 동안 육체는 늙고 정신은 고달프고 자체 처방은 변했다 육체와 정신이 피로할 때 노신 박카스를 처방이 특효를 보았다 빠듯한 봉투로 아이 셋 대학까지 아니 짝 지우기 까지 강박감은 탈출구를 찾지 못해 육체는 빙점에 도달한 듯 정신은 쉽게 발산해야지 상승 기류를 만난 듯해야지 머리(두뇌)와 위(밥통)는 강박감의 내부에 있다 위청수 판콜로 위로했다 건강의 지표라면 아무 음식이나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면 건강이지 어느 하나 온전치 않다 키위를 건너 고구마 참외 이건 식성이 아니야 처방일 뿐 오란 씨와 홍초 식초는 첨가제로 이어진다 벌써 육체와 정신이 점점 이탈하려 든다 가는 데까지 맞는..

자작글-020 2020.06.11

불볕더위가 온다는데

불볕더위가 온다는데/호당. 2020.6.9 지금 이보다 더한 더위를 이겨 낼 여력이 자꾸만 떨어진다 작년보다 더한 폭서가 온다는 예보 걱정이 앞선다 수은주는 계속 끌어 올리는 폭염 마음의 브레이크마저 달아오른다 고물차는 자주 시동 꺼지듯 내 허파꽈리는 오랫동안 물갈지 않은 어항 금붕어가 됐다 산소를 공급할 아날로그 형은 큰 비용을 치를 수밖에 아스팔트 열기에 땡볕 쬐며 건너야 할 시간을 큰 비용 치루더라도 아날로그 에어컨 버튼을 누를 수밖에 촉촉한 땅속 지렁이가 지상에 나오자마자 땡볕에 말라질 수는 없지 디지털로 대치하는 비용으로 옛것을 쓰다듬어 달래 보아야지 불구덩이 이글거려도 맞서 견딜 수 있는 데까지 버텨 이겨내야지.

자작글-020 2020.06.10

전자 상가에서

전자 상가에서/호당. 2020.6.9 수려한 상품들 빼곡한 사이로 여름철 성수기는 달아올랐다 코로나로 문 닫는 가게 여긴 성시를 이루는데 젊은 아녀자 간혹 끼어든 아가씨가 풋내를 풍긴다 소난 장바닥 말 신세가 된 나를 흘깃흘깃 내 입술에 말린 가랑잎 한 장 떨구자 겨우 받아 몇 장 푸른 잎 날려버린다 역시 눈 덮인 낙엽은 비켜 세우는군 고객으로 인정하면 됐다 끝 순위인들 감수할 나이 인걸 삶의 질 높여 여름을 시원하게 건너자는 팽팽한 이에 사근사근한 이파리를 흩뿌려준다 마지막에 마주 앉은 시간을 주는 것만 배려라 생각하자 수작은 마지노선을 넘지 못했다 괜찮아 내 삶의 질은 내 힘으로 높이는 거야.

자작글-020 2020.06.09

샤부샤부

샤부샤부 syabusyabu /호당. 2020.6.7 펄펄 끓는 물에 잠시 잠겼다면 숙성된 거다 나 반 백 년을 맘 익히려 사찰을 두드렸다 조그마한 이익에 양보하지 않으려는 욕망 마음이 붉으면 쉽게 숙성되는 가봐 회자하면 감성이 젖는데 어찌하여 마음의 찌꺼기는 붙어있단 말인가 얇고 붉게 말아낸 마음이 돼야 숙성이 빨라 욕심 끌어안아 두껍게 쌓을수록 숙성하기는 틀렸어 우리 모두 가볍고 얇고 사근사근한 맘으로 펄펄 끓는 육수에서 숙성하자 숙성은 마음이 익어 남에게 맘 주는 것이다.

자작글-020 2020.06.07

생각

생각/호당. 2020.6.6 생각은 두뇌가 하는 일임을 안다 석두란 천박한 말로 돌대가리 내 두뇌는 굳어지는 것이 아닌가 눈부시게 발전 하는데 제자리에 멈추었으니 저만큼 멀리 머리는 달아났는데 내 석두는 하얗게 눈 쌓아 판단은 그 자리서 떤다 최근 포털사이트는 블로그를 낯선 얼굴로 바뀌었다 더 친근하게 더 예쁘게 더 쉽게 사귈 수 있다 한다 내 눈은 예쁘게 보이지도 사근사근하지도 않아 끙끙거린다 옛 임이 그립다 미소 짓고 손짓하며 길 안내까지 자세히 적어 놓았는데 따라가면 막힌다 돌대가리 부수는 생각으로 갔다 왔다 한들 맨날 그 길 열쇠는 녹슬어 자물쇠를 잡고 버둥거린다 뚫리지 않는 길 석두.

자작글-020 2020.06.06

카톡

카톡/호당. 2020.6.6 매일 한 편 이상 주고받던 카톡이나 이메일 서로를 확인했다 활발한 연락이 뜸하거나 먹구름 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까마귀처럼 예고는 기우가 아니길 현상 세계를 함께 헤엄치고 유럽 주를 여행하고 호사했던 시절 퇴임은 각기 딴 들판이 됐다 인터넷에서 만나는 시간은 확인이다 눈앞에 떠오르는 활달했던 얼굴들 추억으로 간직하고 카톡이 툭 끊기면 세월을 걷다가 풀잎 쓰러져 그만 뿌리째 뽑혀버린 예감이 카톡 부고 한 편 자녀들의 효심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자작글-020 2020.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