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474

분노

분노 /호당/ 2020.5.27 폐계 廢鷄 될 수탉끼리 싸움 붙었다 암탉도 꺼리는 험상궂은 몰골로 분노는 폭발하고 말았다 목덜미 깃 빳빳이 세워 주둥이 딱딱 벌려 발치기 깃털 뽑힌들 늙은 암탉 보는 앞에 최대의 성량으로 가장 혐오스러운 소리로 저놈을 제압해야 했다 염라대왕이 내일 오더라도 이 분통을 그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터트려 납작하게 해야겠어 독사가 독을 뿜어내듯 한 분노를 씩씩거리며 잔인한 욕설 퍼붓는다 내 자존심이 늙은 암탉 앞에 무너질 수 없다 서쪽 하늘에 까마귀 넘어간다 암흑의 장벽이 올 테니 그동안 편히 사는 것이 좋으리.

자작글-020 2020.05.27

정자에서

정자 亭子에서/호당/ 2020.5.26 여름철 정자는 마음 시원하지 그 아래 무위의 그늘이 짙게 쌓였고 마스크는 말 줄이라는 대문을 실없는 고주파는 이파리 풀풀 흘린다 나무 그늘에서 무위의 쓴 약 씹으며 침묵하는 건너편 지린내 삽과 괭이만 손에 잡히면 거뜬히 해 낼 나이 태 애달픈 햇볕 안타깝다 더 내리쬔다 여름을 밀어온다 정자는 한사코 복사열 막아도 기력 부치는 듯 무위의 그늘도 맥 못 춘다 내 발걸음 코스의 풍경 조금도 기울지 않고 질긴 목숨 그들에 안전만 있으라.

자작글-020 2020.05.27

백세시대

백세시대/호당/ 2020.5.24 목숨이란 것 만수위 찰랑찰랑할 즈음 숨은 헛바람 새는 소리가 밭고랑 따라 들린다 온몸 구멍 닫힌 곳 한 군데도 없어 누수는 어쩔 도리 없지 처방전으로 다스려도 삐걱 소리 어눌한 이파리가 부서지는 소리 찰랑거려도 넘지 않으면 물고기 헤엄치고 뛰어넘어 달아나지 않아 간호사의 손바닥 닿지 않아 좋고 요양원 숟가락을 잡지 않아 좋아 아무리 찰랑거려도 매에 쫓긴 참새가 창졸간에 허방으로 처박히지 않으면 좋다 질긴 목숨 백세시대.

자작글-020 2020.05.24

무좀이라는 놈이

무좀이라는 놈이/호당/ 2020.5.23 50여 년을 뿌리박아 나를 괴롭혔다 몇 년을 짧게는 수개월 잠깐 뿌리 깊숙이 숨겼다가 관망하다가 뿌리 바깥 내밀면 괴롭힌다 나노 시대를 가리지 않지 빈대 벼룩이 회충 보릿고개 때나 발호했지 내 무딘 신경이면 좋을 것을 노송은 언 듯 부는 바람에도 화들짝 놀라 근래 발가락을 공략하여 불 지른 듯 화끈화끈 간질간질 2주간 처방전을 놓고 줄다리기하다가 애꿎은 앞니가 흔들흔들 다른 약방 찾기 전에 백기 들고 처방전 팽개치고 나니 앞니 거뜬해 내가 무디어지자 숙주 노릇 상전인 무좀.

자작글-020 2020.05.23

정이 통한다

정이 통한다/호당/ 2020.5.23 같은 속성의 구름이 속속들이 베인 당신 마음 주고받아도 아무 티 없어 순수하다 언 듯 흐린 구름 미친바람에 모여 잠시 마음 칭칭 감는 꽃 노리개는 달콤한 듯 획 바람 불면 날아가 버린다 한시적인 눈깔 확 뒤집혀 수캐의 바람기 고운 손수건이든 보드라운 타월이든 같은 번호를 공유하고 구름에 얽힌 바코드 받으면 정 익어 붉다 인간과 인간 정이란 허리띠가 감긴 것 더 칭칭 감기고 속으로 조일수록 정은 익어간다 당신 잘 익은 붉은 사과 같은 정.

자작글-020 2020.05.23

동심 한 꾸러미

동심 한 꾸러미/호당/ 2020.5.22 서너 댓 살 되는 어린이 남녀 한 쌍 모래 구덩이를 판다 모종삽으로 호기심을 판다 한 삽 한 삽 동심이 폭폭 쌓여 나온다 둥근 구덩이 네 맘을 파낸 흔적 순수한마음 파낸 구덩이에 햇볕이 굽어본다 팔수록 촉촉이 젖은 재잘대던 낱말 밖으로 나오자마자 휴 너희 만나 반갑다 햇볕 쬐니 따뜻해 주꾸미 발 같은 손으로 끌어모으고 묻고 토닥토닥 다독여준다 비둘기가 구구 응원한다 허방을 묻어 다독여주는 맘 고운 맘 무럭무럭 커가라.

자작글-020 2020.05.22

세월에-처남처제에게-

세월에 -처남 처제에게- 호당/ 2020.5.21 당신의 질긴 끈으로 묶였다 가혹하리만큼 찬바람은 모질게도 후려쳤지 나에겐 덮어 줄 포대기는 여분은 물론 자신도 엷었다 사랑하는 일이 자신을 사랑할 줄 몰라 내 안에 엉겅퀴를 키웠는지 백합을 키웠는지 모진 겨울 무사히 견뎌 봄을 안았다 세월의 하구 언덕에서 나란히 발 뻗고 나를 사랑할 줄 알자 밥을 먹기 위한 반찬이 순서 엇바꿔 밤하늘 별이 되어 반짝이는 처남 처제.

자작글-020 2020.05.22

내일

내일/호당/ 2020.5.20 얼마나 희망찬 말인가 *스피노자가 말했다는 설을 떠올리지 않아도 지금 내 풍선은 팽팽하다 오늘 꽉꽉 더 채워도 내일의 여분은 있겠지 오늘을 더 알차게 하자 어린 앳된 부부 유모차에 애 싣고 와서 까꿍 사랑 확확 쏟아붓는다 충분히 효도하고 있어 내가 치른 통과의례는 과거였을 뿐 내일 해 뜬다는 것 확실해 내일 약속이 충실할 것 믿어 태양은 내일을 약속하지 않고 서산을 넘어가고 내일 동쪽으로 온다 나는 내일 확실히 살아있을 것을 믿어 내일을 믿는 인생이 오늘을 산다. *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

자작글-020 2020.05.20

고향(수정연습 폰트색깔 수정 않됨)

고향 맛. 호당. 때 묻거나 말거나 되는대로 걸치고 화장 할 줄 몰라 안 한게 아닌 여자 본동, 메주,강냉이, 수꾸, 나생이, 정구지, 부루,씨레기 등 아무렇게나 한 뭉텡이 씩 놓고 가는 사람 오는 사람 구경하고 구경 시키고 본동 한패기 얼마이껴 본동 억수로 달고 좋은이더 구수한 사투리 고향 맛이 나서 이게 얼마이껴 오천원만 주소 비싼게 아니더 어데 사니껴 야, 경상도 안동하고도 끝으메기 촌이래요 나도 경상도 끝으메기 촌에 사니더 우리 마실은 마카 알짜배기 농사짓는데 쪼그멘치 씩 팔아 손자 놈 할매하고 손 내밀면 한 푼 쥐케 줘야하고 공부 치다거리에 쓰니더 고향사람 만나 싸게 할게 저 본동 쌈 싸먹어 보소 억수로 맛조아 어느 한 뭉텡이 없어져도 모르케이 퍼뜩 할게이더 부루 쌈도 조코 전구지 전부치면 맛이..

자작글-020 2020.05.20

고향(연습)

고향 맛. 호당. 때 묻거나 말거나 되는대로 걸치고 화장 할 줄 몰라 안 한게 아닌 여자 본동, 메주,강냉이, 수꾸, 나생이, 정구지, 부루,씨레기 등 아무렇게나 한 뭉텡이 씩 놓고 가는 사람 오는 사람 구경하고 구경 시키고 본동 한패기 얼마이껴 본동 억수로 달고 좋은이더 구수한 사투리 고향 맛이 나서 이게 얼마이껴 오천원만 주소 비싼게 아니더 어데 사니껴 야, 경상도 안동하고도 끝으메기 촌이래요 나도 경상도 끝으메기 촌에 사니더 우리 마실은 마카 알짜배기 농사짓는데 쪼그멘치 씩 팔아 손자 놈 할매하고 손 내밀면 한 푼 쥐케 줘야하고 공부 치다거리에 쓰니더 고향사람 만나 싸게 할게 저 본동 쌈 싸먹어 보소 억수로 맛조아 어느 한 뭉텡이 없어져도 모르케이 퍼뜩 할게이더 부루 쌈도 조코 전구지 전부치면 맛이..

자작글-020 2020.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