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474

이팝나무 꽃그늘아래 앉아

이팝나무 꽃그늘에 앉아/호당/ 2020.5.14 순백의 얼굴 활짝 했다 너희 깔깔 재잘재잘하는 입 밖으로 풀어낸 향기 너희 그늘에 잠긴 늙은이들 마스크는 침묵하라는데 무식한 저 입 맥 빠진 낱말 뚝뚝 떨어내는 내 걷기 행로는 그대로인데 보폭은 좁아진다 인공폭포의 위력 포효하듯 힘차지만 버튼 한 번에 사라진다 너희 향기에 모여든 벌들의 향연 여운만 담아도 생기 돋는다 곱게 피어라 맺어라.

자작글-020 2020.05.14

마네킹

마네킹/호당/ 2020.5.9 이만큼 지나친 세월을 안고도 자기 맘을 추스를 줄 모르고 조그마한 마네킹에 쉽게 끌리는 회오리바람 백화점에 가면 입고 먹고 싶어 마음을 저당 잡힐 실수를 한다 자신을 바라볼 줄 모르는 분수를 차릴 줄 모르는 내자는 맘 상할까 봐 골라 골라 봐 유혹에 풍덩 집에 와서 걸어보면 왜 볼품없을까 반품은 내 나잇값의 반은 도려내는 짓 마네킹은 멋있는 유혹 내 길을 깔끔히 단장하면 기분 좋게 다닐 수 있음은 안다 마네킹에 끌려드는 덜 익은 나이테.

자작글-020 2020.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