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무렵-1 해 질 무렵-1 /호당/ 2020.5.15 까마귀 한 패거리 하루를 마감하려 하늘을 검게 마름질하며 날아간다 운암정도 서서히 외로움 몰려오는 듯 침묵에 잠기는 사이 바람이 앞 건물의 영상을 끌고 와 운암지에 박아놓은 그림도 스르르 지워집니다 물속의 고기떼들 낮 동안 과자부스러기 쫓아 우르.. 자작글-020 2020.05.15
이팝나무 꽃그늘아래 앉아 이팝나무 꽃그늘에 앉아/호당/ 2020.5.14 순백의 얼굴 활짝 했다 너희 깔깔 재잘재잘하는 입 밖으로 풀어낸 향기 너희 그늘에 잠긴 늙은이들 마스크는 침묵하라는데 무식한 저 입 맥 빠진 낱말 뚝뚝 떨어내는 내 걷기 행로는 그대로인데 보폭은 좁아진다 인공폭포의 위력 포효하듯 힘차지만 버튼 한 번에 사라진다 너희 향기에 모여든 벌들의 향연 여운만 담아도 생기 돋는다 곱게 피어라 맺어라. 자작글-020 2020.05.14
빨대 빨대 /호당/ 2020.5.13 빨대 꽂을 죽천 앞바다로 옮겼다 골바람 솔향만 맞다가 비릿한 냄새가 낯설다 바닷가 바위에 박힌 미역 따개비는 추위에도 잘 견뎌 자란다 삶이 만만한 것 아니다 파도에 시달리는 것들 자신도 모르게 어망에 갇힌 것들 바다에 빨대 꽂은 어민들의 억센 기질 벌거숭이.. 자작글-020 2020.05.13
오후의 향기 오후의 향기/호당/ 2020.5.13 나에게 접근하여 사근사근 말 붙여준 이 있었다 지린내 싫어하는 젊은 아가씨들일 텐데 남다르게 봄 향기 날려 조곤조곤 상대해 준다 나는 간호사 손길에 있어 무위고가 겪는 오후는 더 쓸쓸했었지만 오늘 살맛이 나는 오후 음료수까지 내민다 고맙다 대학생인.. 자작글-020 2020.05.13
사랑 사랑/호당/ 2020.5.12 서약했지 검은 머리 파 뿌리 되도록 사랑한다고 삶은 바다를 같이 돛단배 노 저어 항해하는 것이다 새끼 배는 떨어져 멀리 있다 새끼 걱정은 파도와 같다 젊어서 당연히 노 젓고 고기 잡고 지금은 정박 중이다 배는 고요할 때 없다 출렁거릴 때가 정상이다 삼시 세끼 상.. 자작글-020 2020.05.12
백수 백수(白叟) /호당/ 2020.5.11 하얀 머리 늙은이 뒤죽박죽 어눌한 낱말 풀풀 날리는 군 하얀 이빨은 缺齒 틈으로 밭침 없는 홀소리 퉁겨 떨어지자마자 없다 사라졌다 무도장인가 봐 무희들 흰 드레스 휘감기는 군 경쾌한 발놀림 하얀 눈꽃이 나풀거려 보기 좋아 은빛 나래 펄럭이는 뒤끝 소금.. 자작글-020 2020.05.12
괭이밥꽃 괭이밥꽃/호당/ 2020.5.11 아침저녁 찬바람 스친 것쯤 거뜬히 이겨낼 수 있어 양지바른 곳 즐기지 노랑 치마저고리 입은 앙증맞은 가시네 길가 보드 블록 틈새 서도 거뜬히 살아 짓밟혀도 방긋거리며 끈질기게 일어나거든 물 한 방울 길러 오던 집안일 혼자 맡기든 ‘난 당신을 버리지 않겠.. 자작글-020 2020.05.12
노랑머리 꽃창포 노랑머리 꽃창포 2020.5.10 습한 곳 좋아한다고 믿지 않겠어요 하늘이 노랗게 되지 않는 한 나 노랑머리는 염색하지 않겠어요 풀쩍 뛰어들어 습한 늪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겠어요 믿으세요 교묘한 꾐으로 그만 모두 맡길 내 아니어요 우리 무리 노랑머리 너희 추파는 반갑지만 한 번 마음 준.. 자작글-020 2020.05.10
마네킹 마네킹/호당/ 2020.5.9 이만큼 지나친 세월을 안고도 자기 맘을 추스를 줄 모르고 조그마한 마네킹에 쉽게 끌리는 회오리바람 백화점에 가면 입고 먹고 싶어 마음을 저당 잡힐 실수를 한다 자신을 바라볼 줄 모르는 분수를 차릴 줄 모르는 내자는 맘 상할까 봐 골라 골라 봐 유혹에 풍덩 집에 와서 걸어보면 왜 볼품없을까 반품은 내 나잇값의 반은 도려내는 짓 마네킹은 멋있는 유혹 내 길을 깔끔히 단장하면 기분 좋게 다닐 수 있음은 안다 마네킹에 끌려드는 덜 익은 나이테. 자작글-020 2020.05.09
이른 봄(조춘) 이른 봄/호당/ 2020.5.8 동장군이 기 폭 꺾이자마자 재빠르게 봄처녀가 밀어냅니다 그 입김에 녹아낸 얼음장 밑으로 졸졸 냇물 소리 버들치 꼬리 활발해지자 오들오들 떨던 버들강아지 온기 돌아 문맹에서 눈뜹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풀리지 않았던 소망 한 꾸러미 봄볕 힘 실려 푸른 욕망 .. 자작글-020 2020.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