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474

도도하게 흐른다

도도하게 흐른다/호당. 2020.7.29 그때는 처녀가 아니었지 말 붙여 재잘거리던 또래들과 허물없이 장난치더니 어엿한 처녀로 변신한 네가 콧대 높아 물밀듯 거침없다 맘 주고 싶은 자 말 붙이려 하면 들은 척 만 척 당당하게 밀어붙인다 도도한 물소리는 외부 소리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만의 세상인 듯 솨솨 황새 왜가리 몰려와서 노닥거리던 것이 얼씬하지 못한다 꽃 같은 시절 금방 지나간다 시들 때를 생각하라 말 붙이려 들면 잠시 상대하는 척 붙잡으면 붙잡힌 듯하면서 도도히 흘러라.

자작글-020 2020.07.29

자전과 공전

자전과 공전 自轉公轉/호당. 2020.7.28 가슴앓이하는지 불쑥 틔는 사랑의 불꽃 날마다 한 달을 일 년을 단위로 불쑥불쑥 치미는 사랑앓이 말라리아 병 걸린 듯 오돌오돌 떨다가도 때로는 화창한 얼굴로 때로는 열병인 듯 땀 뻘뻘 흘리다가 수양버들 노란 잎 우수수 떨구고 우수에 잠긴 듯한 얼굴로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것처럼 행동하지 가슴 젖히고 이게 바로 나야 당신의 사랑 따라 주위만 맴돌아 본대로 돌아와도 한결같은 사랑에 만족한다오 내 천성이 당신을 그리면서 주위만 맴돌아도 사랑 듬뿍 받는다 생각해 그리는 해님이시여.

자작글-020 2020.07.28

바람따라 풍향계는

사랑 따라 풍향계는 /호당. 2020.7.28 사랑 따라 쫓는 풍향계를 지조라는 잣대로 겨누지 말아라 아카시아 향기 참꽃 밤꽃 향기에 취하면 풍향계는 맹렬히 따른다 한창 물오르는데 지조 따위 생각 말자 *페닐에틸아민 phenethylamine이 분비하는 쪽으로 눈과 눈이 불꽃 튀면 바람 불지 않아도 풍향계는 가만있지 않는다 때 좋은 4.5월 모두 약동하는데 **페놀프타렌 phenolphtalein은 연애에서 사랑으로 지시했다 어떡하지 첫사랑을 경험 없는 늦바람에 풍향계는 꼼짝 안 하고 지조 있다 큰소리쳤다 그 흔한 배추꽃에 흰나비들 얼씬하지 않았다. *사랑을 할 때 분비하는 호르몬, 행복과 쾌락을 일으키는 호르몬 **산 염기의 지시약 산성용액은 무색. 염기성에는적색으로

자작글-020 2020.07.28

공해-1

공해-1 /호당. 2020.7.26 고산병은 평지로 닥칠 예감 짙푸른 초록이 피멍 들어 제빛 잃을 시간은 가까이 올 것이다 맑은 하늘 보기 어려울 시간도 가까워진다 동물들 새 들숨 날숨의 방식이 달라 따라잡기 힘겨워질 것 버둥거리는데 시간 모자랄 걸 날고 걷고 기고 헤엄칠 동물들 새로운 운신법을 찾아야 할 걸 하늘과 땅이 무너지면 모두 소멸해질 것인가 주라기 맥아기로 돌아갈 공해의 마지막 종점.

자작글-020 2020.07.26

못 본 척

못 본 척/호당. 2020.7.25 대낮 도시철도 안 거의 반라 차림 새파란 젊은 남녀 길게 포옹에 쪽쪽 여기 서양 어디인가 영화 포스타 보라 TV 영상 보라 선정적인 광고판 보라 젊음의 표출 내 맘 드러내면 안 돼 더 당당하다 구세대 상 찌푸리며 얼굴 돌린다 세상이 그런데 뭐 가을 낙엽은 당연하지만 팔팔한 이파리 쌍쌍이 낙엽 되어 이 구석 저 구석 뒹굴고 모른 척하는 게 맞지 보릿고개와 풍요세대의 충돌이다.

자작글-020 2020.07.25

누구를 겨누는가

누구를 겨누는가/호당. 2020.7.25 운암지 주변 화살나무가 일렬로 서서 오가는 사람 겨누는 듯 보인다 자세히 바라보았다 흔히 자기 허물을 외부로 돌리려는 촉 전 사람 잘못 밟아 낸 길을 내가 걷다가 화를 당한 거야 모진 바람 막을 줄 모르고 외부로 돌려 탓만 하는 인간들 화살나무는 외부를 겨누지 않아 내부로 겨누고 끊임없이 마음 닦는다 누구를 겨누기 아닌 나를 겨누고 바라보라.

자작글-020 2020.07.25